아무튼, 예민함
한 때 필요에 의해 자기 계발서를 탐독하던 시기가 있었어요. 역설적이게도 당시엔 '계발'의 메시지를 마땅찮게 여겼었는데, 다방면으로 스스로의 꼬락서니가 마음에 들지 않다 보니 이끌리듯(?) 책장을 넘기고 있었습니다. 계발서도 일종의 에세이기 때문에 적당한 진정성과 말맛이 좋은 책을 만날 때면 뭔가 해낼 것 같은 기분이 뿜뿜! 고양감이 들어 괜찮더라고요. 다양한 저자들의 주장은 하나의 흐름과 만났습니다. 자기 자신과 처한 환경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메타인지), 나의 상황을 바탕으로 적절한 노력을 기울이며, 이를 위해 적절한 기술을 체득할 것. 왜냐면 바꿀 수 없는 부분은 분명 존재하는데(부모의 경제적 수준은 자식이 어쩔 도리가 없음), 재테크 지식을 습득하고 직접 체험해서 숙련하는 것은 노력 여부에 따라 달라지니까요. 즉, 시간 관리, 효율성 증진, 공략법 등 '기술' 향상에 초점을 두더라고요.
그런데 몰랐던 기술을 익히는 것보다 감정조절이 더 중요한 순간이 있다는 사실! 어떤 때엔, 사람에 따라 기술 < 조절인 거죠(기술이 쓸모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예민함을 바로 적용해 볼게요. 전반적으로 예민한 상태에서는 작은 소리, 냄새, 낯선 상황이나 사람에 의해 쉽게 지쳐요. 짜증도 나고요. 그냥 존재할 뿐인 여러 자극들이 나를 괴롭히는 것처럼 여겨집니다. 컨디션과 퍼포먼스 능률이 쭈~~~ 욱 떨어지지요. 흔히 이 과정에서 자기 비난이 추가됨은 숙명(나약한 것!! 이것도 못 해!!), 작고 귀여운 에너지는 어느새 바닥. 이런 상태에서는 꿀팁이나 요령이 쓸모 있기 힘들어요. 이럴 땐 뭐다? 우선 컨디션을 살펴야 해요. 잠은 충분히 잤나? 배고픈가? 잘 비워냈나(화장실은 잘 다녀왔던가)? 를 체크해 봅니다. 높은 확률로 셋 중에 하나가 시원찮았을 거예요. 피로하면 낮잠을 자고, 단백질 위주의 간식을 먹어주고, 변비 방지를 위해 섬유질+요구르트를 곁들여볼 수 있죠. 특히 쪽잠은 기분을 효과적으로 달래는 데 직방입니다. 잠깐 현생에서 로그아웃 했다 복귀하는 느낌이랄까요. 뾰족했던 텐션이 누그러집니다. 배고픔도 같은 맥락이에요. 저야 뭐.. 배고프면 천둥소리가 납니다만, 묘한 불쾌감으로 감지하는 분들도 많더라고요. 왜인지 기분이 엉망이다? 밥 언제 먹었는지, 충분히 먹었는지 생각해 보고 입에 뭐라도 넣어줘 봐요. 온순해진 자신을 발견할 수 있답니다. 활개 치던 예민함이 잠잠해지니 노를 젓는 데 별다른 문제가 없어요. 눈에 들어오지 않던 것이 술술 읽혀요. 체계적인 플래너 없이도 할 일을 착착착. 이게 바로 감정조절 아니겠어요.
물론 호르몬 앞에 장사 없어서 모든 노력이 무용해지기도 하죠. pms(월경 전증후군)가 요란한 편이라 두어 달에 1-2주간은 뭘 해도 무용하더이다. 이걸 받아들이는 게 무척이나 힘들었던 건 효율과 가성비를 최고 가치로 여기는 근성과, 조절하지 못한 갈급함이 더해져서예요. 공들여 투자했으니 늘 최고점에 머무를 것을 바라는 거지요. 써놓고 보니 불가능에 가까운 것을 바라고 있었군요.. 조금 더 나은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전반적인 통제감은 중요하지만, 노력한다는 미명 하에 모든 날, 모든 순간을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것과는 별개이니까요. 이건 오만이지요. 택도 없는 전능감이에요. 그저 전보다 조금씩 나아진다에 만족하고 무용한 감각을 겸허하게 받아들이는 때도 있어야 하나 봐요. 즉, 예민함은 조절할 수 있지만 그것이 매일 매 순간 가능한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크게 보면 편안함으로 가고 있다! 이런 자세가 필요할 거예요. 넓게 보면 이것 또한 '조절'일 겁니다. 어쩌면 살아있는 대부분의 시간들을 조절하고, 균형을 맞추는 데 쓰는지도 모르겠어요.
수용과 조절이라는 기본 다지기를 끈덕지게 이야기했어요. 중요한 부분이라 반복해서 언급할 수밖에 없었는데, 조금 지겨웠을 거예요. 다음엔 예민함에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을 들고 오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