삐뚤빼뚤한 마음
mbti만큼 편리한 소재가 없다. 범지구적(?) 유행이었으므로 특별한 부연설명 없이 '너 T야?'질문 하나로 모두를 이해시킬 수 있다. 내 mbti의 유형은 infp, 별칭은 중재자 또는 잔다르크형. 내적 이상과 신념을 중시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여담으로 16개 성격유형 중 infj와 더불어 우울감과 가장 친하며 결혼생활 불만족을 빈번하게 호소하는 유형이라고(골치 아프다). 게다가 예측 소득 16위! 당당한 꼴찌! 이러니 k-자본주의 체제 하에서 손쉽게 조롱(..)의 대상이 될 거라 추측해 본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새로 알게 된 누군가가 infp라고 하면 자그맣게 내적 탄식을 내뱉게 되니 말이다. 여러모로(?) 쉽지 않겠군 하며.
21년도 mbti국내 분포도 연구에 따르면, stj유형이 우세하여(istj, estj) 전체 표본 대상 중 약 26%의 비율을 점유한다. stj, stj. 체계적이고 규범적인 것을 선호하며 이러한 환경에 수월하게 적응하는 부러운 그대들. 현재까지도 독보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어 손쉽게 맨파워를 형성하기까지..! 다수나 주류에 대해 묘한 선망을 잔잔하게 간직하고 있기 때문에 호기심으로 그들(완벽한 타자화)을 은근히 관찰해 왔다. stj들은 학창 시절엔 k-입시에, 성인기에는 돈과 관련된 교육을 습득하고 내집단을 형성하는 데 능했다. stj들은 stj들의 로드맵을 기꺼이 잘 따랐다. 공략집과 매뉴얼에 대한 숙지가 수월하다. 환경의 요구사항과 추구미가 대개 맞아떨어진다.
실은 밥벌이를 시작한 후부터 주변 사람들은 내 mbti를 맞추기 어려워했다. 특히 j-p, f-t 부분에서 오답률이 높았다. 2차 사회화의 덕분으로 열등기능이 제법 쌔끈하게 커버되는 거라 해두자. 다만 mbti는 그야말로 '선호'경향이라 그럭저럭 해낼 수 있는 것과 하고 싶은 것은 별개이다. 그러니 자기 계발의 부분에서 계획, 체계와 친해지는 게 꽤나 괴로웠다. 공식화되어 있기 때문에 누구나 따라 하면 된다고 한다. 맞는 말이다. 실상 뭐라도 하는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지 않은가. 근데 다른 사람이 '이렇게 하세요'를 그대~로 따라 하고 싶으냐가 관건인 거다. 해서 된다는 데 왜 안 해? 성격 참 이상하네. 맞다. 옳은 말이다. 나는 그런 종자다. 돌이켜보면 하루 이틀 일이 아니었다. 시키지 않은 것은 끝까지 파고 정형화된 공부는 지독하게 싫어했다(-자격증 공부라거나..). 신속하게 눈에 보이는 결과를 확인할 수 있는 행위들이 왜인지 재미가 없었다. 만약 일반적인 취업 루트를 탔다면 높은 확률로 취업시장에서 필패했을 거다.
오해할까 봐 덧붙이자면 노력과 성실성을 우습게 여기는 건 절대 아니다. 애쓰고 노력하는 모습을 멋지지 않게 여겼던 것은 옛날 일이다. 즉각적 보상 없이도 꾸준히, 체계적으로 무언가를 해나가는 사람들이 존경스럽다. 최근 몇 년 간 stj의 추구미를 흉내 내느라 바빴다. 계획을 짜서, 현실적으로 달성 가능한 목표를 수치화하고, 그 과정들을 기록하기. 재테크, 브랜딩, 뭐 열심히도 기웃거렸다. 쓸모없는 배움은 없어서 시야를 확장하고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것은 즐거웠다. 현실을 살아야 하기 때문에 돈과 같은 지극한 생활감을 멀리 하진 말자는 지론도 한몫했다. 그런데 뭐랄까.. 시간이 갈수록 분명해지는 건 평생 이런 체계화 속에서 발전한다? 아.. 텁텁했다. 그게 맞는 사람이 있고 안 맞는 사람이 있다. 맞는 사람들-적지 않은 stj들은-맞는 방식대로 꾸준히 살아가면 된다. 하지만 난 nfp인걸.. 결이 다른 추구미를 언제까지고 좇을 순 없는 노릇이다.
수치나 공식 안에서 기뻐하는 재능이 없으니, 더 구불구불하고 돌아가더라도 조금 덜 괴롭고, 더 재미있는 방식으로 시도할 자유는 있다 생각한다. 큰 틀 안에서 자유롭게 우왕좌왕해볼 거다.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생긴 꼴 대로 해야만 얻어지는 게 있었다. 언제부터 고른 길로 다녔다고 후후. 이 와리가리 속에서 '나는 어떻게 할 것인가'를 끊임없이 고민해 볼 거다. 그러자고 이런(?) 글을 쓰고 있으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