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가 현재를 돕는 일

삐뚤빼뚤한 마음

by 단아

삐뚤빼뚤하고 보잘것없는 이야기를 하려 감히 한강 작가님의 표현을 빌려 써본다. 이 깊은 아름다움에 폐가 되지 않을까 짐짓 걱정되면서도 어쨌거나 조금이라도 나아지기 위한 발버둥이라면 괜찮겠지 하며 자기 위안을 삼으며. 각설하고 본론으로 들어간다.


최근 들어 수용(acceptance)의 중요성에 대해 뼈저리게 느낄 때가 많아졌다. 있는 그대로 받아들인다. 말은 참 쉽다. 상담 때도 참 많이 이야기한다. 언어는 단순하나 체험하고 적용하는 일은 간단하지 않다. 상담하는 인간이라고 이것이 쉬우냐 하면 절대 아니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에게 마음에 들지 않는 특성이 있음을 '알게 되는 것'과, 이를 '수용하는 일'은 다른 차원의 일이다. 즉 A. 생각보다 쉽게 우울해지는구나, B. 우울은 어쩔 수 없는 내 일부이니 함께 살아가야겠네. A와 B의 다른 결이 느껴지시는지.


우리 hsp(highly sensitive person; 매우 민감한 사람들), 예민인들은 조급함이 항시 대기한다. 뭔가 하려고 하면 불안+조급함 콤보가 이미 튀어나가고 없다. 환장 포인트는 무언가를 시도했을 때 즉각적으로 보상이나 결과가 없다? 이건 거대한 기만인 거다. 운동을 하면!! 바로 좋음이 느껴져야지 왜 피곤하고 난리냐!! 그만두기 십상이다. 아니면 이건 어떤가. 나 예민한 거 너무 싫어. 이러저러하게 노력하면 덜 예민해진다는데? (조금 시도) 왜 안 돼? 된다며! 왜 안 되는 건데! (그만둠). 살짝 억울한 것은 시도의 단계에서 진정 열의를 다한다는 점인데 꾸준히 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초반의 노력을 무용해지는 건 억울한 감이 없지 않다. 그렇기에 관건은 어떻게든 계속하게 하는 것일 텐데.


그렇다고 의미나 이유 없이 그냥 하는 건 또 못 한다. hsp들은 생각보다 의미가 중요하거든(나만 그럴지도..). 쉽게 말하면 예민해서 시도와 지속이 힘든데 거기다 의미까지 챙기셔야 한단 말씀(오해 마시라. 셀프 희화화일 뿐이다). 이런 상태를 방치하는 것도 삶에 대한 예의가 아닐 테니 머리를 굴려보기로 한다. 예민한 거 알겠고, 패시브고, 새로운 이해의 틀이 필요하다. 기존의 것을 다르게 볼 수 있으면 충분할지도 모른다. 당장 결과가 나오지 않아 조급하다면 조급함을 달래면 되는 일이다. 사실 세상의 많은 중요한 것들은 적립식이지 않나? 언제 결과가 나올지 모르지만 해야만 하는 것들이 많지 않냔 말이다. 즉 중요할수록 바로 누리지 못한다. 숭고하고 가치 있을수록 더더욱. 정말 중요한 건 눈에 보이지 않는 것(어린 왕자 中)이며, 별을 포기하면 우주를 얻게 되는(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中) 거니까.


노력 대비 결과가 1:1이 아니라도 괜찮다는 걸 알면 우리의 파들파들도 많이 사그라들 거다. 불안함에도 불구하고 의미를 위해 무언가를 계속하는 것이 현재와 미래를 잇게 될 거고, 현재는 필연적으로 과거가 되어버릴 테니 필연적으로 과거가 현재를 돕게 되는 거다. 다시 말하면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노력을(힘들지만) 이어나간다면, 당장의 결과에 연연하지 않음을 스스로 선택한다면, 이 발자국이 미래의 나를, 혹은 타인을 살리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오.. 제법 멋지지 않나. 조급함이 조금은 멀어지는 느낌이다.




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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