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아시아의상인 Jan 07. 2022

내 집 목공을 망쳤다. 그리고 나는 반 목수가 되었다.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집 수리는 장비가 한다. 지치지 않으려면 장비가 필요하다. 그리고 현장 용어를 숙지해서 목재를 주문하고 수평과 수직을 맞춰 목상을 짜면 끝!! 목공 공사 비는 대략 200만 원이다.


-"목수 까짓것 어렵지 않다(?)"-

벽면에 1차 단열을 했으니 이제 목공 작업을 하면 된다. 내벽에 목공 작업을 하는 이유는 2가지다. 1) 벽이 반듯하지 않다. 2) 전기 배선을 새로 해야만 했다.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굳이 내부에 목공 작업을 하지 않아도 된다. 반듯한 벽면에 단열 작업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내부 목공 작업을 하면서 생기는 단점은 내부 공간이 줄어 든다는 말이다. 목재 두께를 약 3센티라고 하면 수평수직을 마추다 보면 최소 5센티는 내부 공간이 줄어 들게 된다.

3일이다. 3일... 무엇이 3일이었냐면 목재를 사다 놓고 장비를 사 놓고 마음의 준비를 한 게 정확히 3일이다. 3일 동안 마당에 쌓여 있는 목재와 장비에 아예 손을 대지 못했다. 목공 작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찾아 놓았지만 손을 대지 못하고 있었다.


겁이 났던 것 같기도 하고 막막했던 것 같기도 하다. 3일이 지난 다음날 각재 하나를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에 용감하게 잘라 보았다. 나무를 잘라보니 별거 아니었다.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에서 회전하는 톱날이 무섭긴 하지만 안전커버도 있고 내가 트리거를 당겨야지 톱날이 돌아가기 때문에 두려움이 조금은 사라졌다.

목공 작업은 벽체와 천장을 했다. 벽부터 세우고 그 위에 천장을 올렸다. 천장의 경우 박고 형태로 진행된 곳이 많아 꽤 힘들었다. 일반적인 천장이었더라면 더 쉬웠을 텐데 실력이 부족하다고 해서 하고 싶은 디자인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목공에서 중요한 건 두 가지다. 수평과 수직!! 이 두 가지만 잘 따라준다면 목수의 자질이 있다고 본다. 안타깝게도 나에게 목수의 재능은 없었다. 대신 열정만큼은 스스로도 인정해 주었다.


수평과 수직도 중요하지만 간격도 중요하다!! 나와 같은 생초보라면 질문이 많아야 한다. "왜 간격이 중요할까?" 멋있으라고? 튼튼하라고? 뭐-틀린 말은 아니지만 원하는 대답은 아니다.


목공 작업에는 간격이 중요한 이유는 다름 아닌 다음 공정 때문이다. 건축이라는 것은 단발적인 공사는 없다. 최종 마감이 될 때까지 후공정을 생각하며 작업해야 한다. 작업하기 편한 대로 작업하다가는 다음 작업들이 힘들어질 수 있다. 이건 내가 뼈에 새길 정도로 깨달은 부분이다.

목공에는 간격이 중요한 이유는 목공 다음에 오는 공사 때문이다. 보통 목상 간격을 300미리 나 450미리로 잡는다. 그 이유는 석고보드에 맞춘 것이다. 석고보드는 3피트*6피트(900미리*1800미리)사이즈와 3피트*8피트(900미리*2400미리)가 있다. 주로 삼육 사이즈를 많이 사용한다. 삼육이든 삼팔이든 가로 길이가 900미리이다 보니 300상을 걸거나 450상을 걸게 되면 석고보드 작업할 때 편하게 된다. 상을 걸 때에도 보통 450상을 거는데 좀 더 견고하게 하고 싶다면 300상을 걸게 된다.

목공은 목공 자체도 힘들지만 자재 사기도 너무 힘들다. 일단 용어를 모르니까 목재소 사장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 어떤 일이든 현장의 용어부터 외우는 게 중요하다. 동대문에 옷을 사입하러 갈 때에도 용어를 알아야 초보처럼 보이지 않는다. 그래봐야 가격이 조금 더 높아 질뿐인데 이 바닥은 무시당할 수 있다. 그리고 어리바리하고 있으면 말대꾸도 안 해주기도 한다.


그러니 용어는 필수적으로 숙지하고 가야 한다. 한치각(인테리어 용으로 많이 쓰인다. 12개가 한단. 28미리*28미리*3600미리), 두치각 또는 투바이(6개가 한단. 28미리*58미리*3600미리) 각재의 길이는 9자짜리도 있고 12자짜리도 있는데 주로 12자를 많이 사용한다. 12자는 길이 3600미리다.


합판도 두께도 여러 종류지만 가끔 사팔인지 삼육인지 물어 올 때가 있다. 단위는 피트다. 사팔 합판은 1220미리*2440미리이고 삼육 합판은 910미리*1820미리다. 보통 4*8합판을 사용한다. 일반적으로 원목이라 부르는 집성판도 합판이랑 사이즈가 비슷해 보이지만 집성판마다 사이즈가 다르기 때문에 사이즈 확인이 필요하다.


그리고 1인치 구조목도 있고 2인치 구조목도 있다. 구조목 기둥 각재도 있다. 여기에 습기에 강한 방부목도 있다. 기타 등등 목재의 종류는 다양하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필요한 목재의 이름 정도는 숙지하고 있어야 한다.


보통 내부 인테리어용으로는 한치각, 두치각(투바이), 합판, 집성판 정도가 주로 쓰인다. 구조목은 목조주택을 지을 때 주로 사용되는 목재다.

-"현장은 장비빨이다"-


목재만 있다고 작업이 되는 건 아니다. 장비가 있어야 한다. 망치와 톱!! 두 개로도 충분히 공사가 가능하지만 현장은 장비빨이다. 어떤 도구를 내 손에 들었느냐에 따라 피로의 누적이 다르다. 셀프 리모델링을 결심했다면 장비 사는데 돈 아끼지 마라!! 바보 같은 짓이다.


때론 가성비 장비도 필요하지만 많이 쓰이는 장비로 사는 것이 좋다. 이왕이면 힘이 좋은 장비가 좋다. 나의 경우 ES 산전에서 나온 충전식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를 구매했다. 매우 만족한다!! 저렴하고 이동이 편하고 잘 잘린다. 슬라이딩식이다 보니 넓은 판재도 잘린다!!


하지만 두 번째 집 수리할 때 고생을 했다. 이유는 "힘"이 없어서다. 합판이나 몰딩은 쉽게 잘리는데 멀바우같은 하드우드는 좀처럼 잘리지 않는다. 심지어 잘린다기 보다 타들어간다.


이렇게 목재와 장비가 준비되었다면 마지막으로 내 집을 망칠 용기가 필요하다. 이런 무모한 용기만 탑재되었다면 당신은 이미 목수다!! 집 수리 한 번으로 기공이 될 수 있다. 현장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보조는 영원한 보조다. 보조에서 기공으로 탈출하기가 쉽지 않다. 바쁘게 돌아가는 현장에서 보조에게 기공이 하는 일을 맡기기란 쉽지 않다. 보조 또한 자기 일에 바빠 어깨너머로 배우기도 힘들다. 어깨너머로 보는 것과 타카 한번 쏘는 것은 천지차이다. 부모나 지인에게 배운 기술로 기공이 된 사람은 행운아다. 그게 아니라 현장에서 보조부터 시작해서 기공이 된 사람이라면 고난의 행군을 건너온 사람이다.


그렇다고 내가 내 집 한번 망쳐봤다고 해서 목수가 된 건 아니다. 하루아침에 목수가 될 수는 없다. 마감이 다르다. 나는 아무리 잘 해봐야 딱 떨어지는 마감이 부족하다. 반면 목수가 마감한 곳을 보면 아름답다. 목수마다 완성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목수가 작업한 현장을 보고 겸손해지게 되었다.


그래도 목수가 해야 할 일을 몇 날 며칠 고민하고 생각하며 실제로 해 본 경험을 갖게 되었다. 이 정도면 목수 흉내는 낸 것 같다. 그리고 지금까지 집이 무너지지 않고 있으니 다행스러운 실력은 되는 것 같다.

"간단하게 작업 순서를 설명하자면, 바닥에 먹줄을 띄워 벽체가 세워질 자리를 정했다. 벽체를 세울 벽면 크기와 높이를 계산해서 목재를 슬라이딩 각도 절단기로 잘랐다. 목재는 헷갈리지 않도록 치수를 적어 놓았다. 목재를 제일타카64RS(대타카)를 이용해 조립해 목상을 만들었다. 조립한 목상을 세워 먹선 위에 맞추어 고정하면 된다. 대타카에 콘크리트 못을 넣어 바닥에 고정한다. 레이저를 켜고 수평자로 목상의 수평 수직을 맞추어가며 벽면에 고정하면 된다. 그리고 천장 목상을 짜서 벽체 목상 위에 올려 고정했다. 지붕부터 지지대를 내려 천장 목상을 한 번 더 잡아줬다."


목공 작업은 끝났다. 이제 전기 공사를 하자!! 아- 그나저나 전기 공부... 미치겠네.. 이건 집수리 중에서 난이도 최상!!에 속한다.


- 필요 자재 및 공구 예시 -



이전 09화 보온병 단열법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