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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시아의상인 Jan 11. 2022

셀프로 전기 공사한다니까 미쳤다고 한다.

(생초보의 좌충우돌 단독주택 셀프 리모델링 이야기)

* 요약

- 전기 공사는 전기선 세 가닥으로 교통정리를 하는 것이다. 의외로 심플하다. 단, 작업 시 활선인지 확인하고 차단기를 내리고 작업해야 한다. 전기 공사비는 대략 150만 원이다.


인생은 8분의 6박자처럼 살아야 한다. 강 약약 중강 약약이 있어야 한다. 그런데 내 인생은 아니 내 결정은 중강이 없다.. 4분의 2박자처럼 강약만 있다. 하면 하는 거고 말면 마는 거(?) 이런 식의 마음가짐은 고쳐야 한다. 인생이 피곤해진다. 하다 포기할 수도 있는 거고 힘들면 포기할 수도 있는 건데 "셀프 리모델링을 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뭐든 내가 해야 해!!"이런 생각이 나를 스트레스의 벼랑 끝으로 몰고 갔다.


-"아 미치겠네"-


"아 미치겠네... 우리 집 전기는 좀 이상한 것 같아... 아!! 아무리 찾아도 정보가 없고 전기 자재상 가서 물어봐도 사장도 잘 모르고... 아... 미치겠네.. "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쓰는 전기를 흔히 220V 단상이라 한다. 전기 사용량이 많은 곳에서는 산업용 전기 380V를 사용하는 데 이를 삼상이라 한다.


220V 단상은 전봇대로부터 보통 2개의 선을 뽑아서 사용한다. 이를 단상 2선식이라고도 한다. 그리고 산업용 전기 380V는 전봇대로부터 4개의 선을 뽑아 사용한다. 이를 삼상 4선식이라 한다. 4개의 선을 조합해서 220V로 만들기도 380V로 만들기도 한다. 단상이든 삼상이든 (-) 선이 하나씩은 있게 마련이다.


그런데 이상한 녀석이 하나 있다. 요즘은 거의 쓰지 않는 단상 3선식이다. 110V에서 220V로 넘어오던 시기에 잠시 사용됐던 형태라 한다. 두 개의 활선(+)과 한 개의 N선(-) 그렇게 3개의 선으로 110V로 만들기도 220V로 만들기도 한다. 110V를 사용하지 않는 요즘에는 N선(-)을 빼고 (+) 선 두 개만을 넣어 준다고 한다.


그렇다 보니 나와 같은 초보자들은 이때부터 멘붕이 오기 시작한다. 분명 둘 중 하나의 선과 접지를 테스트기로 찍으면 약 0V가 나와야 하는데 둘 다 약 110V가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미치는 줄 알았다. 조명가게를 가도 전기 관련 카페에 이런 내용을 올려도 명확한 답을 주는 이는 없었다.


그러다 단상 3선식을 알게 되었고 계량기 이전 공사를 해주셨던 한전 기사님의 전화번호를 겨우겨우 찾아 전화를 해서 확인을 해보았다. 이상하게 집에 들어오는 선 2가닥이 활선이라고 했더니 "양플"이라고 한다. 다시 물어보았다. 단상 3선식에서 (-) 선이 빠진 것이냐고!! 그렇다고 한다. 그제서야 안심이 되었다.

셀프 리모델링에서 난관을 넘었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다. 셀프 리모델링은 끝나지 않는 허들 경기와 마찬가지다. 넘었다 싶으면 새로운 난관이 기다린다. 전기 자재를 사려면 전기를 알아야 한다!! 다시 새벽 공부가 시작되었다. 전기는 가장 늦은 시간까지 공부를 했던 셀프 리모델링이다. 며칠을 새벽 4시까지 공부하고 현장에 나갔다.

전선에는 단선(IV나 HIV:내열 온도가 HIV는 90도까지 IV는 70도까지 견딜 수 있어 HIV가 IV보다 허용전류가 약 20% 높다)과 연선이 있다. 단선은 굵은 선 하나 가 피복 안에 있고 비교적 잘 구부러지지 않는다. 그리고 순간 전력에도 잘 견디고 전기가 많이 소모되는 곳에 사용되는 것이란다. 연선은 비교적 잘 구부러진다고 한다. 이러한 성질 때문에 가전제품에는 연선이 사용되고 벽체 안의 전선들은 단선으로 시공되어 있다.


전선의 굵기 SQ에 따라 허용전류가 달라진다. 그러니까 전기를 많이 쓰는 곳에서는 전선이 두꺼워져야 한다는 것이다. 사용 전력량보다 큰 허용전류의 전선을 사용해야 화재를 예방할 수 있다. 전선을 열받으면 타버린다.

가전제품의 뒷면을 보면 소비전력이 나온다. 인덕션이나 에어컨의 경우 소비전력이 크기 때문에 선을 따로 빼서 사용을 한다.


계산을 해보면,

해외 직구한 7400W 인덕션을 사용하려면 어떤 전선을 사용하면 될까? 전력량을 계산하면 7400(W) / 220(V) = 33.6(A)다. 반올림해서 34A라고 하자. 위 표에서 34A보다 큰 정격전류용량의 전선 굵기를 찾으면 된다. 나의 경우 220V 단상의 일반 가정집이므로 전선의 굵기는 6SQ로 사용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계산을 해서 전선의 굵기를 선택하고 주문을 하면 된다.


나의 경우 4SQ 선으로 전체를 통일 시켰다. 에어컨과 주방 인덕션 정도면 4SQ로 사용하고 콘센트와 등 전선은 2.5SQ만 사용했어도 충분했지만 아무것도 몰랐기에 마음 편하게 용량이 큰 전선으로 배선 작업을 했다.


장점이라면 당연히 전선의 용량이 커서 문제없이 전기가 돌아간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2.5SQ보다 비싸고 전선이 좀 더 두꺼워 작업이 힘들었다는 것이다.

미터 단위 보다 롤 단위로 구매하면 저렴했기에 4SQ를 롤로 구매했다. 적색은 (+) 선용으로 흰색은 (-) 선용으로 녹색은 접지용으로 구입했다. 색상은 자유롭게 사용해도 되지만 일반적으로 배선되는 방식을 따랐다. 이 외에 인터폰과 인터넷, 케이블 TV, 접지선 등등은 따로 구매했다.


그런데 집에 들어오는 인입선이 양플(+), 즉 둘 다 활선이기에 흰색은 크게 의미가 없게 되었다. 보통 등 작업을 할 때에는 (+) 선은 스위치로 (-) 선은 등으로 배선을 하여 등선에서는 차단기를 내리지 않아도 전기가 흐리지 않도록 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우리 집은 해당되지 않는 사항이다.

배선 차단기는 합선과 과부하만 차단한다. 누전 차단기는 누전, 합선, 과부하를 차단한다. 누전은 전기가 밖으로 새는 것이고 합선은 두 선이 붙은 것, 과부하는 전기 용량이 초과한 것이다.


8회로 분전함 세트를 구매하였다. 일반적으로 메인 차단기 하나에 분기회로 차단기가 연결되는 구조로 구성된다. 메인 배선 차단기는 50A 배선 차단기로 1개, 분기회로 차단기는 누전 차단기 20A 8개로 구성되어 있다. 각각의 누전 차단기는 20A 이상이면 떨어지게 되어 있고 누전 차단기의 총합이 50A가 되면 배선 차단기가 떨어지게 되어 있다. 욕실 차단기는 습이 많기에 고감도 누전 차단기가 좋다고 하던데 그냥 일반 차단기를 달았다.


회로는 많을수록 좋다. 누전 차단기가 떨어지면 어디에서 문제가 발생하는지 확인하기 쉽기 때문이다. 다만 작업이 귀찮고 힘들어서 일반적으로 등선을 하나의 누전 차단기로 에어컨을 하나의 누전 차단기로 콘센트를 하나의 누전 차단기로 욕실을 하나의 누전 차단기로 빼는 편이다.


나의 경우 단독이다 보니 외부로도 배선을 해야 해서 좀 더 세분화했다. 콘센트 하나, 등 하나, 인덕션 하나, 주방 하나, 에어컨 하나, 보일러실 하나, 욕실 하나, 외부 하나 이렇게 총 8회로 분전함을 사용했다.

CD 관은 불이 비교적 덜 붙는 난연재료로 구매하였으며 22미리 구경이다. 전선을 보호하는 데 사용한다. CD 관은 새들로 나무나 벽에 고정시켰다. 새들은 아래 사진 속 흰색 플라스틱을 말한다.


전선과 전선을 연결할 때에는 와고 커넥터를 주로 사용했다. 위 사진을 보면 전선을 연결해 놓은 주황색 작은 것을 말한다. 절연테이프를 감을 필요가 없어서 편리한 장점이 있는 반면 가격대가 비싼 편이다. 선들이 분배되는 곳에서는 팔각 또는 사격 복스를 이용해 위치를 고정시켰다. 전선 마감 부위를 보호하는 효과도 있다.

전기 공구는 저렴해서 부담이 없었다. 롱로우즈, 니퍼, 펜치, 스트리퍼, 전선 꼬임기, 아사히 4210 포켓 테스터기, 검전기 등등의 공구를 구매하였다. 전선 꼬임기의 경우 전동드릴이나 드라이버에 물려서 전선들을 한 번에 꼬는데 도움을 주는 보조 도구다. 검전기는 전선에 대면 활선인지를 확인할 수 있어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해준다. 사진 속에 나온 스트리퍼는 전선의 피복을 벗길 때 사용하는 것인데 너무 유용하다.

등선까지도 접지 선을 빼서 분전반으로 모았다. 참고로 접지로 뺀 등선은 사용할 일이 거의 없었다. 화단에 접지봉을 심고 접지 전용 전선으로 연결해서 분전반 까기 끌어와 모든 접지 선과 연결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계량기에서 빼내온 선을 분전함의 메인 차단기와 연결했다. 초보이다 보니 혹시나 하는 마음에서 테스트기를 들고 다니며 모든 선들을 하나하나씩 찍으며 전기가 제대로 통하는지를 확인했다.

전기는 단상 3선식 때문에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렇지 전기 공사 자체는 심플했다. 간단히 말해 전기선 세 가닥 (마이너스, 플러스, 접지)으로 교통정리만 해주면 된다. 스위치는 신호등이라 보면 된다. 스위치를 끄면 전기는 멈춰있고 스위치를 켜면 신호등의 초록불처럼 전기가 흐르게 되면서 조명이 들어온다. 콘센트 배선은 더 쉽다!! 스위치를 뺄 필요가 없기 때문에 기차 레일처럼 깔아 주면 된다.


전기 배선전에 냉난방배관을 깔아 놓는 것도 좋다. 에어콘자리를 잡았다면 목상 안으로 배관잡업을 해주면 외부에 거의 노출 되지 않기 때문이다.


- 필요 자재 및 공구 예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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