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화. 일반 사무실과 공유 사무실

공유오피스는 장단점이 확실

by 김세무사

내가 세무사 사무실을 처음 개업한 곳은 공유오피스였다. 공유오피스는 여러 형태가 있으나 내가 있었던 공유오피스는 24시간 열려 있으며, 다 같이 사용할 수 있는 로비, 회의실, 탕비실, 폰부스, 화장실 등 공용공간과 나만 사용할 수 있는 개인적인 공간이 주어지는 곳이었다. 공용공간은 무료로 사용할 수 있었다. 회의실은 어플을 통해 미리 예약하여 쓰는 시스템이었고, 회의실 크기도 다양해 회의 참석 인원에 따라 회의실 크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탕비실에는 기본적으로 시리얼, 우유, 커피가 제공되었는데, 이렇게 비치된 기본 간식도 무료였다. 복사, 인쇄도 무료였으며 안마의자도 무료였다.


개인적인 공간은 방으로 제공되었으며, 필요한 책상 개수 또는 사용 인원에 따라 방 크기를 선택할 수 있었다. 공유오피스에서 지금의 사무실로 이전하면서 고민되었던 부분이 있었는데, 공유오피스의 장단점이 확실했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의 장단점을 설명하며 일반 사무실과 비교해 보고자 한다.


1. 장점: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

공유오피스를 사용하면 세팅된 사무실에서 바로 일을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개업했을 때 내 초기 비용은 사실상 노트북 구입 비용과 사무실 임대 비용이었다. 공유오피스는 임대보증금도 소액이라 부담되지 않았다. 또한 로비, 회의실 등 모든 공간의 인테리어도 깔끔하게 되어 있어서 있어빌리티 느낌도 났으며, 개인적인 공간엔 각 방마다 냉/난방기가 설치되어 있어 온도 조절도 용이했다. 실제로 부모님 연세의 사장님(공유 오피스 개념을 모르시는)과 상담을 한 적이 있었는데, 상담이 끝나고 로비를 나서면서 사장님은 “젊은 여자분이 벌써 이렇게 크고 멋진 사무실을 운영하시다니. 정말 대단하십니다”라고 하셨다.


반면, 공유오피스에서 일반 사무실로 옮기면서 사무실을 세팅해야 했는데 정말 준비할 게 많았다. 기본적으로 책상, 의자도 필요했고, 회의실, 탕비실, 냉장고, 인터넷 선, 매년 바뀌는 세법 서적을 구비할 책장, 햇빛을 막아줄 블라인드, 겨울이면 난방 기구, 여름이면 냉방 기구, 청정한 공기를 위한 공기청정기와 적절한 습도를 위한 가습기, 제습기까지. 하나하나 구입하고 설치, 세팅하는데 시간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들었다.


2. 장점: 관리가 편하다.

내가 있던 공유오피스는 공용공간은 운영주체에서 청소해 주고 관리해 주었다. 탕비실의 물품이 떨어질 경우 리필도 해주었고, 복사기 컨디션도 관리해 주었다. 또한 개인 공간의 쓰레기통도 비워주었기에 관리가 편했다.


반면, 일반 사무실은 탕비실의 커피, 물, 간식이 다 먹어갈 때쯤 재주문을 해주어야 한다. 누가 해주지 않는다. 복합기의 용지는 왜 이렇게 자주 동나는지. 일반 사무실도 건물 관리실에서 청소를 해준다고는 하나 기본 서비스로 제공되기 때문에 청소 상태가 시원치 않다. (앞서 말했듯, 이런 상태를 못 견뎌하는 장매니저는 출근하자마자 청소부터 하고 시작한다.)


3. 장점: 치안이 좋다

개업하기 전에 있던 사무실에서는 이런 일이 있었었다.


생각보다 높은 세금에 머리끝까지 화가 난 거래처 대표님이, 돈 없다, 세금 못 낸다, 내가 세금을 왜 내냐며 전화로 고래고래 소리를 지르며 쌍욕을 하더니 급기야 세금 계산한 X 면상을 봐야겠다고 당장 사무실에 칼 들고 쳐들어가겠다고 했었다. 하필 그날따라 대표님, 이사님 등 남자 임직원들을 외근 중이었고, 사무실에는 해당 거래처를 담당한 여자 실장님, 막내 여직원, 그리고 나뿐이었다. (실장님은 경력 20년을 보유하신 능력자셨는데, 본인도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자괴감이 든다고 하셨다. ) 대표님께 보고 드리니, 특히 그 거래처 대표님은 평소에도 다혈질이었다며, 여자밖에 없는 사무실에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며, 셋 다 세무서에 다녀오라고 하셨다. 결국 거래처 대표님은 사무실로 찾아오진 않으셨지만, 이런 경험은 내가 공유오피스를 선택한 결정적인 이유가 되었다.

세무 업은 상담 업무가 많을 텐데, 밀폐된 공간에 여자 혼자 있다는 점을 악용할 일이 혹시라도 생길까 봐 겁이 났다. 하지만 공유오피스에서는 상담 업무는 공용공간에서 진행하고, 공용공간은 밀폐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에 내가 걱정할 만한 일은 발생하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번 외로 만에 하나 갑자기 내가 쓰러지다고 해도 청소하는 스텝이라도 날 발견해서 신고는 해주겠지라는 믿음과 함께)


4. 단점: 개인공간이 협소하다

개인공간은 사람 수와 책상 수에 맞춰서 선택할 수 있으나, 개인공간에서 인당 차지하는 공간은 정말 협소하다. 내가 사용한 곳은 1인실인데 정말 앉아서 일만 할 수 있는 크기였다. 사실 1인 기업으로, 사무직으로 일하는데 큰 지장은 없었다. 창문도 없어서 해가 지는 줄도 모르고, 비가 오나 눈이 오나 일에만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었다. 다만, 공유오피스에 놀러 온 엄마가 내 개인공간을 보고 나서 밤에 맥주를 마시며 눈물을 훔쳤다고 한다… 우리 딸이 개업했는데, 일하는 공간이 너무 작다, 마치 너구리 소굴 같은 곳에서 숨어서 일하는 느낌이라 걱정된다고. (그 말을 들은 아빠는 쓸데없는 걸 걱정한다며, 처음엔 다 그렇게 시작하는 거라고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언젠가는, 상담을 끝낸 사장님이 나에게 전달할 서류를 까먹었다며, 물어 물어 내 개인공간 방 앞으로 찾아온 적이 있었다. 그때 사장님은 별말은 안 했지만, 내 개인 방 크기에 놀란 눈빛이 가득했다. 그 눈빛을 보자 정말 내가 너구리 소굴에서 숨어서 일하는 느낌이 들었다. 이 두 가지 에피소드는 내가 여유로운 크기의 일반 사무실로 옮기는 계기가 되었다.


5. 단점: 생각보다 비싸다.

공유오피스는 보증금이 적고, 초기 비용이 적게 든다고 했으나, 체감 임대료는 비싸다. 물론 공용공간 사용면적까지 계산하면 적당한 금액이나, 개인 공간 면적만 계산하면 사악한 임대료다. 그리고 말했듯 1인실은 창문도 없다. 창문 있는 방으로 옮기려면 3인실 이상을 써야 하며, 가장 저렴한 3인실 방 창문 뷰는 바로 옆에 있는 건물 벽이다.

아무리 모든 게 세팅된 공유오피스라도 업무 하다 보면 필요한 물품이 생겨 구입하고, 세무 서적도 구입하다 보니 살림살이가 늘어 1인실이 좁아터질 지경이 되었다. 조금 넓은 방으로 옮길까 해서 2인실 방 가격을 물어보니, 1인실보다 2.5배가 비쌌다. 3인실은? 1인실의 약 4배 정도의 금액이었다. 그래서 좁지만 1인실에 좀 더 버티기로 했다.


그렇게 버티고 버텨 개업 1년 후 일반 사무실로 이전하기로 결심했다. 아직 여유롭지는 못하지만 투자한다는 생각으로, 직원 책상도 놓고 회의실 구비해 두기 위해 약간 널찍한 곳으로 골랐다. 이제는 비가 와도 우산을 펴서 말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겨서 좋다.


사실 공유오피스를 선택한 가장 큰 이유는 공유오피스 입주 기업 간 “교류”를 위해서였다. 공유오피스는 대부분 사업 초창기 기업들, 그리고 상대적으로 젊은 층의 기업들이 사용하기 때문에 공통분모가 있어 알고 지내면 정보도 교류하는 등 득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공유오피스 업체 측에서도 입주 기업 간 활발한 교류를 지원하고자 매달 행사를 하고, 이벤트를 주최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놈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 코로나로 모임이 제한되면서 행사 또는 이벤트는 무기한 중지되었다. 그리고 내가 공유오피스를 떠나는 날까지 교류를 위한 어떤 행사와 이벤트도 열리지 않았다. 이 점이 참 아쉽지만, 그래도 공유오피스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류하게 된 기업들이 생겼고, 아직까지 지속적으로 연락하고 지낸다. 공유오피스를 통해 좋은 사람을 알게 되어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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