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없었으면 어쩔 뻔?
사무실에서 엄마의 직함은 장매니저다. 장매니저를 보조업무, 단순업무 담당으로 채용했으나 성실한 장매니저는 본인이 스스로 일을 찾아서 했다. 장매니저는 사장이 말려도 추운 날 창문을 다 열고 빗질을 하고 대걸레질을 한다. 그리고 선반과 창틀마다 먼지가 뽀얗다며 먼지도 닦아낸다. 직접 문구점에 가서 필요한 집기물품과 정리함을 사서 비품도 관리한다. 보조, 단순업무에서 환경미화, 총무라는 업무까지 스스로 추가하였다. 또한 하루에 정해진 근무시간은 4시간인데 업무가 몰린 날에는 야근도 스스로 자처해서 한다
그리고 장매니저를 채용한 시기는 코로나19 확진자 폭증으로 식당마다 거리 두기가 시행되고 백신패스를 도입했던 때다. 임산부였던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에 백신을 안 맞았기에, 백신패스가 도입되자 식당에서 밥을 먹는 게 불가능했다. 어차피 백신패스 도입 전부터 식당 방문은 자제하고 있었기에 큰 불편함은 없었다. 하지만 장매니저 눈에는, 식당에 가지도 못한다는 사실이, 일하면서 제때 챙겨 먹지도 못하는 임산부로 보였나 보다. 장매니저는 도시락까지 싸들고 출근을 했다. 이로서 사무보조, 미화, 총무, 식단준비까지 모두 장매니저 업무가 되었다.
한 5년 전쯤이었나? 결혼 전으로, 그 해 여름은 정말 더웠다. 가만히 있으면 안 덥다며 에어컨을 안트는 엄마도 그날은 무더위에 못 이겨 에어컨을 틀었다. 우리 엄마마저 에어컨을 트니 모든 집이 에어컨을 틀었을 거다. 결국 전기 과부하가 왔고, 아파트에 전기가 나갔다. 덥다며 혼자 짜증을 부리며 거실에 대자로 누워있으니, 엄마가 부채질을 해줬다. 내색은 안 했지만, 엄마도 더울 텐데, 다 큰 딸년이 뭐가 걱정된다고 부채질을 해줄까 싶었다. 엄마는 엄마구나. 과연 나는 엄마 같은 엄마가 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했었다. 그리고 딸을 위해 사무실에 나오는 엄마를 보면서 난 엄마 같은 엄마가 못될 것 같단 생각이 많이 든다.
사무실이 추워서 이것저것 온풍기를 샀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래도 난 내 사무실이라는 주인의식(?) 덕분에 별로 안 춥다고 느껴졌으나 장매니저는 많이 추워했다. 추운데 오래 있으면 골병날라,, 업무 다 끝났으면 퇴근하라고 해도 장매니저는 가지 않았다.
“집에 가서도 할 일 없는데 뭐~여기서 조금만 놀다 갈게 ㅎㅎ 넓은데 혼자 있으면 괜히 더 춥다야~”
급한 업무가 다 끝났거나 날씨가 유독 추운 날에는 장매니저에게 사무실에 나오지 말라고 했다. 아무리 집이랑 사무실이랑 가까워도 추운 날 사무실 출근하는 게 힘들 것 같고, 아침부터 딸내미 도시락 싼다고 고생하는 게 마음 불편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장매니저는 나왔다. 그리고 난 엄마 덕분에 집밥 도시락을 사무실에 먹을 수 있었다. 사무실에서 민어구이 먹어본 사람 있으면 손?! 그게 바로 나다.
어느 날은 장매니저가 약속이 있다며, 약속 끝나고 오겠다길래 연차를 쓰라고 했다. 오지 말라고 해도, 괜찮다고 해도 장매니저는 어제 입력한 서식 검토해야 한다며 약속 끝나고 오후에 오겠다고 했다. 야근한 다음날은, 추가근무 했으니 오늘은 안 와도 된다고 했다. 집에 있으면 심심하니 출근하겠다고 한다. 엄마가 있을 땐 몰랐는데, 엄마 없이 사무실에 혼자 있으니 사무실이 적막하고 고요하고 낯설었고 더 춥게 느껴졌다. 빨리 엄마가 와주길 바랐다. 겉으로는 오지 말라고 했지만, 엄마가 올 시간이 되자 나도 모르게 엄마를 기다렸다. 마치 어렸을 때 엄마가 퇴근하고 집에 올 때쯤 옥상에 올라가서 엄마를 기다린 것처럼. 사무실에서 엄마를 기다리니 꼬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결국 엄마는 안 왔다. 온다면서.. 기다렸는데… 오지 말란다고 안 오나… 쳇... 괜히 심술이 났다. 엄마를 기다리며 날 보며 느낀 건, 아무리 생각해도 난 엄마 없으면 못 살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