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화. 나도 신축으로 갈래

구축 사무실의 험난기

by 김세무사

새로 이사 온 사무실은 구축이었다. 여의도에 사무실을 차렸다고 하면 임대료가 어마 무시해서 어떻게 감당하냐고 물어보곤 한다. 하지만 임대료가 어마 무시한 곳은 우리가 흔히 아는 마천루를 상징하는 여의도의 높은 건물들이다.


여의도에 이렇게 높은 건물만 있는건 아니다


높고 휘향 찬란한 건물을 뒤로하고 조금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구축에 작은 사이즈의 건물들이 있다.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비싸진 않다.


임대료도 상대적으로 비싸진 않다

임대료. 정말 많은 걸 내포하는 수치이다.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저렴한 이유는 사무실 여건이 썩 좋지 않기 때문이다. 지금 사무실에는 11월 중순에 이사를 왔다. 이사를 온 날부터 날씨가 갑자기 추워졌다. 계약했을 당시(9월)에 중개인 사장님은 오래된 건물이라 겨울에 난방기구가 따로 필요하다고 강조하셨는데, 바람 다 막아주는 벽과 천장이 있고 건물 자체적으로 난방이 되는데 무슨 난방이 따로 필요할까라며 코웃음을 쳤다. 근데 정말 추웠다. 가만히 앉아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뼈가 시렸다.



난방기구가 이정도 커야 안춥다고 느껴진다


추위도 추위지만 가장 큰 불편함은 부족한 콘센트였다. 요즘 신축 건물이야 전자기기 사용이 많은 걸 감안하여 콘센트가 많이 설치되어 있지만, 지금 사무실은 구축 건물이라 콘센트가 부족했다.


심지어 110v..!!


내 자리 하나에도 노트북 전원선, 핸드폰 충전기, 핸드폰 급속 충전기, 스탠드, 전화기가 기본적으로 필요했으며, 계절마다 선풍기, 온풍기 선도 필요했다. 또한 인터넷, 복합기, 에어컨, 냉장고, 전자레인지, 커피포트까지.. 전기를 쓸 곳은 많은데 사무실에 콘센트는 많지 않았다. 그래도 큰 걱정을 하지 않았다. 초반에 세팅이 필요하지만, 멀티탭을 이용하면 되니까!


하지만 청천벽력 같은 소리를 들었다. 멀티탭에도 허용 전력이 있어서, 너무 많이 꽂으면 누전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엔 이해를 못 했다. 나름 전자기기를 20년 이상 써왔고, 멀티탭에 온갖 전자기기를 문어발처럼 꽂으며 사용해도 누전된 적이 없는데. 하지만 내 사무실에 누전이 될 거란 생각을 하자 엄청 조심스러워졌다. 특히 누전으로 전자기기가 망가질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더 신경이 쓰였다. 그때부터 전자기기가 추가로 필요한 일이 생기면 부족한 콘센트 때문에 스트레스가 되었다.


결혼하기 전 친정집도 구축이었다. 구축아파트에서 근 15년 이상을 살았기에 구축아파트에 대해 큰 거부감이 없었다. 그래서 신혼집을 구할 때, 예산문제도 있었기 때문에 망설임 없이 구축아파트를 선택했다. 하지만 신혼집에 이사와 정리하면서 구축아파트에 거부감이 없었던 이유는 부모님 덕이었다는 걸 깨달았다. 부모님은 구축아파트의 불편함을 미리 인지하고 이것저것 뚝딱뚝딱 고치고 청소하고 바꾸셨다. 그래서 나는 큰 불편함을 몰랐었다. 하지만 부모님 없이 구축에 살림을 차리니 정말 불편한 점이 많고 불만인 점도 많았다. 그래도 내 집도 아닌데, 굳이 시간, 돈 들여 고치지 말고 참고 버티자고 다짐을 했고 꾸역꾸역 참을만했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는 구축을 못 견딜 정도로 싫어졌다. 출산 후부터는 항상 입에 신축~신축을 달고 사는 중이다.



지금 구축 사무실의 가장 큰 불편함은 전선이라고 했지만, 더 큰 불편함이 찾아왔다. 바로 누수였다.


바닥에 물이 흥건하다

아니 비도 안 오는데 누수라니? 겨울에 웬 누수?라고 생각했다. 현재 사무실이 있는 건물은 물을 데워서 난방을 하는 시스템인데, 우리 사무실 천장에 있는 난방 배관이 오래되어서 물이 샌다고 한다. 험난한 멀티탭 연결에 연결에 연결하고 전선 배치와 사무실 책상 배치를 다 마치고 인터넷을 연결하는 날 내 책상 바로 앞 천장에서 물이 수돗물 흐르듯 떨어졌다. 계약할 때 누수 얘기는 없었는데… 건물 관리실 말로는 믿거나 말거나 누수는 처음이라고 했다. 누굴 탓해야 할까. 건물 관리실에서는 발 빠르게 누수 공사를 해주셨으나, 일주일 뒤에 또 물이 샜다. 강력하게 항의해서 그 해에는 더 이상 물이 새진 않았다. 하지만 다음 해 겨울 다시 겨울 난방이 시작하자 물이 또 샜다. 이젠 더욱더 입에 신축~신축을 달고 사는 중이다. 돈 많이 벌어서 신축 사무실로 이전하겠다고 다짐했다.


책상위에 떨어진 물
춥고 건조한 곳에서 지내본 사람은 안다. 뚜껑 열어놓은 전기포트의 위력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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