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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Jul 02. 2019

낯선 ‘요리여행’ 떠난 날

주방도구, 식단표, 재료 싸들고 생면부지 1박 2일


정말 믿기지 않았다.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이 성사됐다. 낯선 이들과의 1박 2일 여행이었다. 우리는 누구도 주저하지 않았다. 서로를 신뢰했다. 망설임 같은 건 애초에 없었다. 오히려 두근거림이었다. 기다림이 길었다. 여행은 기다리는 맛이기도 하다. 기다림을 즐겼다. 누가 이런 여행을 꿈꿀 수 있겠는가. 믿음과 도전의 결과였다. 요가 요리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우리는 여행에 굶주린 사람이 아니다. 여행이 없어도 할 일은 많다. 여행의 결정은 우리를 더욱 묶어세웠다. 우리가 서로를 안 것은 고작 2개월이다. 그것도 카톡방에서다. 누구도 더 아는 것이 없었다. 그저 낯선 요가 모임으로 만난 게 전부다. 우리에겐 어떤 것도 중요하지 않았다. 중요한 게 있다면 믿음이었다. 여행의 의미였고 의지였다. 생면부지의 여행은 그렇게 시작됐다.



<1박 2일 요리 식단>
단호박스프, 잡채
춘천닭갈비
닭가슴살모듬샐러드
황태국, 현미잡곡밥, 김치
견과류멸치볶음
건취나물볶음, 달래무침, 방풍나물무침
땅콩조림, 우엉조림, 연근조림


여행을 위해 식단을 짰다. 식단 짜는 일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해본 일이고 늘 하고 있는 일이기도 하다. 문제는 우리들의 입맛에 맞추는 일이다. 나중에 알았지만, 샐러드나 소스를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다. 국이나 찌개를 싫어한다는 것도 나중에 안 일이다. 미리 알았다면 더 적합한 메뉴를 짰을 것이다.


바깥에서의 요리는 사실 부담스럽다. 주방도구와 양념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지 못한다. 화구도 다르다. 결국 집에서 주방도구를 챙겼다. 육수통, 궁중팬, 양념통, 블렌더, 키친타올까지 백에 담았다. 재료는 식단에 나온 대로 일단 생협에서 대부분 구입했다. 과일만 따로 근처에서 사기로 했다.


마트용 쇼핑 대형백 두 개가 가득찼다. 춘천닭갈비는 일정상 요리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 미리 양념소스를 만들어 반찬밀폐통에 담아 가져갔다. 꽤 무거웠고 가는 길도 주말이라 차가 막혔다. 그러나 그 어떤 것도 즐거움에 비할 수 없다. 함께 하는 사람들의 만남, 즐거움이기에 가능한 것이다.



나는 여행을 많이 하지 않았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편이다. 여행은 내게 많은 것을 남겼다. 무엇보다도 여행의 상상력이다. 서로가 원하고 함께 한다면 불가능이란 없다는 것이다. 1박 2일 짧은 시간에도 계획된 많은 일정들이 소화됐다. 요리, 산책, 영화보기, 요가까지 진행됐다. 빡빡했지만 우리는 모든 것을 함께하는 즐거움에 맡겼다.


여행은 역시 기다리는 맛이다. 일정은 정말 쏜살같이 지나간다. 함께 만들고, 보고, 먹고, 느낀 여행은 이제 소중한 추억이다. 우리가 감당한다면 못할 것은 없다. 우리가 함께 상상하고 즐기는 한 문제 될 것은 없다. 우리에겐 자신감이 있다. 오늘도 내일도 여행은 꿈꿀 것이고, 언제든지 가능할 것이다. 우리가 함께 하는 한….


※ 요리 음식 사진들은 여기에서​ 확인할 수 있어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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