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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상철 Oct 12. 2019

김장, 아직도 배추를 절이시나요

국산 천일염 절임배추가 대세, 나눔과 연대의 겨울나기 행사


올해도 어김없이 김장 시기가 다가온다. 김장은 하지 않아도 김치를 먹지 않는 한국인은 없다. 김장을 몰라도 김치는 먹을 수 있지만, 김장을 할 줄 안다면 이보다 값진 일도 없다. 김장은 단순히 김치 담는 일을 넘어서는 양식이자 문화이기 때문이다.


김장은 한식 요리의 백미로 꼽힌다. 조상들의 지혜가 전수돼온 역사 그 자체다. 발효된 김치는 유산균의 최고 등급을 자랑한다. 김장은 단결의 상징이자, 협력과 연대의 모델이다. 현대에 와서도 품앗이 김장문화는 여전하다. 김장은 김치 담그는 행위이지만, 관계를 돈독히 하는 친분의 장이다. 김치를 나눠먹는 나눔의 산실이기도 하다.


김장을 위해서는 김치를 기본적으로 담글 줄 알아야 한다. 김치 한 포기를 담아봐야 그나마 김장에 다가갈 수 있다. 사실 김장은 엄두가 안나는 일이기도 하다. 배추 한 포기 담그는 것도 일인데, 몇십 배에 해당하는 일이니 만만찮을 밖에. 각종 양념도 알아야 하지만, 무엇보다 양을 재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보통 김장은 4인 가족 기준 20포기 이상의 배추와 부속 재료가 필요하다. 얼핏 한 포기의 20배라고 생각하면 된다. 그런데 막상 담아보면 그렇게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된다. 배추의 크기도 다르고 절임의 상태도 다르다. 간을 맞출 때 어려운 이유다. 짜거나 싱거울 수 있는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내가 요리를 한 이후 형식을 갖춘 김장을 네 번 치렀다. 김장은 매번 할 때마다 결과는 달랐다. 작년 11월 18일에 치른 김장이 가장 성공적이었다. 지금도 먹고 있는 작년 김장 김치를 아내는 맛있다고 자랑한다. 김장 김치가 맛있으니, 김치를 갖고 하는 각종 찌개 맛이 좋을 수밖에 없다.


3년 전 계량을 위해 한국 농촌진흥청의 김장 레시피를 찾아냈다. 그 기준대로 재료를 구입했다. 그런데 그렇게 담았더니 짜다는 평가가 나왔다. 아내는 요리는 못해도 간은 귀신 같이 알아맞힌다. 무엇이 문제인지 답을 찾기란 간단치 않다. 다만, 그 경험을 기초로 이후 두 번은 간을 조금 약하게 조정해서 성공적으로 담을 수 있었다. 김장은 정말 손맛과 경험이 중요한 것 같다.


작년 11월 18일 김장날, 장모님 친구분들이 도와주셨고 하루종일 놀다가셨다.


김장에서 내 역할은 장보기와 속을 만드는 일이다. 김장은 배추를 절이는 일이 절반이다. 그래서 최근 3년간 생협에서 절임배추를 사다가 이용했다. 생협용 절임배추는 여태껏 품질이 꽤 괜찮았다. 노동시간을 줄여주고 김장에 대한 부담감도 낮춰준다. 김장할 때가 다가오면 긴장을 하게 된다. 연중행사를 치러야 하는 부담감이 생긴다. 절임배추는 정말 긴요하다.


김장은 관계를 검증하는 계기로도 작용한다. 보통 시모 간의 갈등이 은근히 내재돼 있다. 자식이 엄마의 김치를 원하기에 며느리가 가서 노동을 해야 한다. 그냥 가져가 먹는 며느리나 딸자식도 최근에는 많아졌다. 심리적으로 편치 못한 것은 어쩔 수 없다. 사위가 김장을 기획하고 속을 만들어주는 우리 집은 예외다. 김장 시기도 내가 결정한다. 내 일정에 맞추면 장모님은 따라온다.


김장은 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연대의 공간이다. 김장을 통해 서로의 의지를 확인한다. 김장은 관계의 지표다. 함께 일하고 함께 나눈다. 삶의 이면을 현실로 불러낸다. 긴장과 보람이 작동하는 김장은 한식의 상징적 모태다. 한식을 요리한다면 김장은 피해 갈 수 없는 교실인 셈이다.


한식은 김치가 있어야 한다. 김치는 독립적인 메뉴이지만 활용도가 뛰어나다. 잘 담은 묵은지 하나면 어떤 요리에도 활용 가능하다. 작년에는 지난 경험을 토대로 레시피를 보완했다. 작년 김치가 여전히 아삭 거리는 데는 ‘연근가루’가 주효했다. 김장은 한식의 역사이고 문화이자 자산이다. 절임음식의 대표이고 한식 이벤트의 최고의 장이다. 세대를 잇는 생존의 법칙이기도 하다.


작년 11월 2일부터 사흘간 서울광장에서 열린 제5회 김장문화제.




올 11월 1일(금)~3일(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서울김장문화제>는 2013년 ‘김장문화’가 유네스코 인류 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것을 기념해 개최된 이래 김장문화에 관한 모든 것을 한 자리에서 보고, 체험하고, 맛볼 수 있는 서울의 대표 겨울 축제다.

특히 김장문화제의 메인 행사인 김장나눔은 3천여 명의 시민들이 50t 이상의 배추를 버무리는 축제의 현장이다. 이날 버무려진 김치는 서울특별시사회복지협의회와 서울광역푸드뱅크를 통해 서울 곳곳 소외된 2만여 가구에 전달될 계획이다.

‘김장나눔’ 행사 참가자는 20인 이상 단체나 개인이면 신청할 수 있다. 개인의 경우 카카오의 사회공헌 플랫폼인 ‘카카오 같이가치’를 통해서도 자원봉사자 모집(착한소풍)과 재료비 모금(같이기부)을 함께 진행하며, 현장에서도 일부 자원봉사 참가신청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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