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사람’이 지금은 정상
아파본 사람들은 안다. 먹는 것이 생존과 직결된다. 특히 장염은 최악이다. 제대로 먹을 수가 없다. 물조차도 신경 써서 먹어야 한다. 오랜 단식의 경우에도 먹는 것은 주의사항이다. 가장 연한 음식부터 먹어야 한다. 그럴 경우 특별한 음식이 필요하다. 바로 죽이다.
살다 보면 죽이 밥을 대신할 때가 꼭 생긴다. 가족 중에 부인이 아프다면 남자가 죽을 끓일 줄 알아야 한다. 맥 없는 음식이 죽이지만 누군가의 기를 살리는 데는 요긴하다. 피죽 한 그릇 못 얻어먹은 사람이 가장 불행한 법이다. 그만큼 죽은 사랑과 정성의 소산이다.
컨디션 조절 실패로 소화에 문제가 생길 때도 있다. 식욕에 제동이 걸리다 보니 먹는 낙이 없어진다. 약을 먹어도 낫는 게 더디다. 그런 날에는 원활한 소화를 위해서 손수 죽을 끓이기도 한다. 사실 ‘본죽’에서 죽을 먹어봤지만, 집 죽이 훨씬 깔끔하다. 죽 값이 밥값보다 비싼 시대가 아니던가.
죽은 정성이기도 하다. 죽은 일반 요리와 달리 좀 더 지켜봐야 한다. 필요한 때는 저어 주기도 해야 한다. 죽 요리는 불의 온도와도 관련이 깊다. 약불로 천천히 다루어야 한다. 센 불에는 수분이 증발되면서 바닥이 눌어붙기 십상이다. 수분 관리를 잘해야 하는 것이 죽 요리다.
어느 순간부터 집에서 죽이 사라졌다. 먹을 게 넘쳐나는 시대이니 더욱 그럴 것이다. 죽이 집에서 사라지면서 귀한 음식이 됐다. 때로는 점심시간에 직장인들은 죽을 사 먹기도 한다. 본죽이 브랜드를 형성했다. 병원이나 시내에서 체인점인 본죽을 보는 것은 어렵지 않다.
어느 여름휴가 때 변산반도에 놀러 가서 맛있게 먹은 녹두백합죽이 기억에 남아있다. 부안 쪽이 백합조개가 유명했다. 백합조개는 탕으로 끓여도 시원한 맛이 일품이다. 조개류와 해산물은 죽과 잘 어울린다. 타우린이 풍부하고 걸쭉한 졸의 형태에도 부합한다.
모든 죽 요리는 대개 작업 공정이 비슷하다. 쌀을 불리고, 육수를 준비하고, 재료를 잘게 다질 정도로 썰어놓고, 냄비에 참기름 두르고, 재료 볶다가 불린 쌀을 함께 볶고, 육수(or물) 넣고 끓이다가, 국간장, 액젓, 소금으로 나눠 간을 하면 된다. 육수(or물)의 양은 쌀 대비 4~5배 정도 잡으면 된다. 주재료에 따라 이름만 다를 뿐이다.
별미 녹두백합죽
먼저 멥쌀과 녹두를 물에 2시간 정도 불려놓는다. 해감 시킨 백합조개는 멥쌀과 녹두의 5배 정도로 물을 붓고 끓인다. 당근, 양파, 버섯을 잘게 잘라 준비하고, 익어 입을 벌린 조개를 꺼내 살을 발라낸다. 조개 끓인 물은 육수로 이용된다. 냄비에 참기름을 두르고 야채-쌀-녹두 순으로 충분히 볶는다. 조개 물과 조갯살을 넣고 푹 끓인 후 국간장, 까나리액젓, 소금으로 간을 해 완성.
이름값 전복죽
전복죽은 살과 분리한 내장을 쓴다. 물론 살도 볶아서 잘게 썰어 고명으로 쓰면 확실한 전복죽이 된다. 다만 두툼한 살을 다른 요리로 먹고, 내장만으로도 훌륭한 전복죽이 된다. 볶을 땐 참기름을 쓴다. 쌀을 반나절 불리고 주재료와 불린 쌀을 참기름에 볶다가 육수(or물)를 붓고 끓이면 된다. <쌀:물=1:5>로 잡으면 무난하다. 물론 주재료는 볶기 쉽게 되도록 잘게 썰면 좋다. 기본 육수는 다시마물이다.
전복 손질하는 법
1) 전복 살 부분에 소금을 뿌리고 솔로 문질러 표면의 더러움을 없애고 신속하게 물로 씻은 다음 물기를 닦는다.
2) 껍질 밑에 행주로 가만히 잡고 깔고 왼손으로 전복을 누르면서 껍질이 얇은 쪽(껍데기의 뾰족한 입이 있는 곳)에서부터 칼끝을 집어넣고 위아래로 움직인다.
3) 전복 살과 껍질 사이에 틈새가 생겼으면 위로 밀어내면서 조심스럽게 살을 떼어낸다. 잘 안 떼어지면 끓는 물에 살짝 데쳐서 떼어내면 좋다.
4) 전복살의 안쪽 면이 위로 오게 놓고 몸에 붙은 내장에 칼 근을 대고 손으로 내장을 살살 잡아당겨 떼어낸다.
5) 살 주변의 주름 모양 부분은 단단해 칼로 긁어낸다.
6) 전복을 썰 때는 사선 방향으로 놓고 썬다. 똑바로 썰면 전복 살의 조직 방향 때문에 다소 질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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