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료를 늘리지 않기로 한 날
프리랜서로 일하다 보면 가끔 이런 질문을 받는다. 직원을 뽑을 생각은 없냐고.
일이 많은 시즌에는 정말 몸이 서너개쯤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동료 기획자는 말할 것도 없고, 재무 담당자나 마케팅 담당자가 더 있으면 좋겠다고 느낀다. 팀을 꾸리면 더 많은 일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직원을 더 뽑고, 나는 회사의 비전을 제시하거나 영업을 하는 편이 어떻겠냐는 제안을 들을 때가 종종 있다. 선의로 건네는 말이라는 걸 안다. 더 잘 되길 바라는 마음에서 나오는 질문이라는 것도. 그런데 나는 이 질문을 받을 때마다 잠깐 멈추게 된다. 더 크게 하는 것이 더 잘 되는 것인가? 라는 생각 때문에.
세상은 성장을 권한다. 더 많은 사람, 더 많은 프로젝트, 더 많은 수익.. 그게 잘 되고 있는 신호처럼 여겨지는 것 같다. 나도 한동안, 그리고 요즘도 가끔 그렇게 생각한다.
그런데 여러 회사를 다니면서, 모임을 운영하면서 그 반대편도 많이 봤다. 사람이 늘어날수록 조율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영역이 생긴다. 결국 내가 하고 싶었던 일과 멀어지는 순간들이 온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회사를 다니며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일이 아니었다. 방향을 잃은 조직, 책임을 회피하는 리더, 권한 없이 책임만 지는 구조. 그 안에서 내가 통제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었다. 돌이켜보면 퇴사할 때는 일보다는 일하는 구조에 지쳐있었던 것 같다.
혼자 일하기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느낀 것은 홀가분함이었다. 내 결정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지 않아도 된다는 것. 물론, 클라이언트와 진행중인 프로젝트가 있다면 그의 요구에 어느정도 맞추며 시작하곤 한다. 하지만 회사에서 직원1 이었던 지난날과 달리, 프리랜서 혹은 1인 기업 대표로 프로젝트에 합류하면 전문가로서 의견 제시를 할 수 있다. 방향을 바꾸고 싶으면 클라이언트를 설득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프로젝트 계약이 종료되고, 멈추고 싶으면 멈출 수 있다. 그 가벼움이 생산성보다 더 중요한 것이었음을 나와서야 알게 됐다. 무리한 요구를 하는 클라이언트와의 계약 종료 기간이 다가오던 어느 날, 프로젝트 연장 제안을 할지 말지 많은 고민을 했었다. 이 프로젝트 이후에 예정된 다른 프로젝트가 없었고, 계속 외주를 해야 할 것 같은 압박감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때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내 마음 가는 대로 일하려고 혼자 일하는 건데, 왜 스트레스받아 가면서 일해야 하지?' 결국 연장 제안을 하지 않았다. 직원을 늘리지 않기로 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범위를 알게 됐고, 그 범위 안에서 일하는 쪽을 택했다.
직원을 뽑는다는 건 그 가벼움을 일부 내려놓는 일이다. 내 결정이 나만의 것이 아니게 된다. 누군가의 생계가 내 판단에 달리게 되는데, 그 무게를 지금의 나는 지고 싶지 않다. 아직은.
규모가 커지는 것만이 성장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에게는.
더 많은 사람을 고용하고, 더 많은 프로젝트를 수주하고, 더 많은 수익을 내는 구조가 내가 원하는 방향인지 아직 확신이 없다. 오히려 지금의 구조 안에서 더 깊어지는 것, 더 잘하게 되는 것이 내가 원하는 성장에 가까운 것 같다. 솔직히 이 글을 쓰는 지금도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기획 일을 하면서 배운 것 중 하나는, 기능을 늘린다고 좋은 서비스가 되는 게 아니라는 것이다. 군더더기를 덜어내고 핵심에 집중할 때 서비스는 오히려 단단해진다. 그 맥락에서라면 내 일도, 내 인생도 그렇다고 생각한다. 더 많은 것을 하려고 욕심내기보다, 내가 더 잘 할 수 있는 것을 더 잘 하는 방향으로.
1인 구조를 유지하는 가장 큰 이유는 결국 통제다.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일하고 싶다. 욕심이 없어서가 아니라, 내가 책임질 수 있는 범위를 스스로 알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직 욕심을 내려놓지 못해서, '난 왜 큰 그릇이 못 될까' 라고 자책하는 날도 있다.
회사에서 권한 없이 책임만 졌던 경험이 많았다. 혼자 일하면서 처음으로 권한과 책임이 동시에 내 것이 됐다. 잘되면 내 덕이고, 잘못되면 내 탓이다. 이 사실이 때로는 무겁지만, 적어도 이해는 된다. 납득되지 않는 결과를 감당하는 것보다 훨씬 낫다.
물론 이 선택이 영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언젠가 팀이 필요한 순간이 올 수도 있고, 생각이 바뀔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지금은 내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내가 원하는 방식으로 일하고 싶다. 아직은 혼자로도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