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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8. 2022

인도의 연애와 결혼 관념, 연애 따로 결혼 따로

사랑하는 사람 있습니다

인도 날씨는 도시마다 아주 다르다. 수도인 델리 Delhi는 여름에는 35도를 넘어가지만, 겨울에는 10도까지 떨어지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10도라고 하면 별로 추운 느낌이 들지 않지만, 인도에서는 너무 춥게 느껴진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다. 매년 겨울이면 추위로 죽은 사람이 생긴다. 하지만 난방기구는 없다. 그저 두꺼운 이불을 덮을 뿐이다. 집도 보온재를 많이 쓰지 않아서 10도의 날씨가 더욱 춥게 느껴진다. 그래서 한국인이 운영하는 모든 게스트하우스에서는 전기장판을 사용한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전기장판을 인도에 팔아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 휴가를 갔을 때 전기장판을 몇 개를 샘플로 가지고 왔다. 그래서 같이 일하는 인도 친구들에게 사용해보라고 나눠줬다. 며칠을 사용해보더니 너무 좋다는 얘기를 했다. 한 친구는 너무 뜨거워서 여자 친구의 엉덩이가 다 데었다는 얘기를 해서 한참을 웃었다. 그런데 밤을 같이 보냈다는 얘기를 듣고 깜짝 놀라서 물어봤다. 


“야, 너 그럼 여자 친구랑 밤에 같이 있던 거야?”

“하하하, 가끔 여자 친구가 놀러 와서 자고 가거든.”     

자연스럽게 인도의 연예 문화에 대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친구는 여자 친구가 7명이 있다고 했다.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말을 잘하는 친구였는데, 자신을 좋아하는 여자들이 너무 많다고 했다. 여자 친구 중 몇 명은 잠자리도 한다고 했다. 처음에는 장난인 줄 알았다.


“장난치지 말고, 여자 친구가 7명이야?”

“필선, 나 인기 많아.”

“거짓말이지?”

“한 번 데리고 올까?”

“진짜야? 데리고 와봐.” 

    

같이 일하는 다른 친구들에게 이 친구 말이 진짜냐고 물어봤다. 진짜라고 했다. 여자 친구도 엄청 예쁘다는 것이었다. 한참이 지나 차를 타고 가고 있었는데 그 친구가 얘기했다.


“필선, 여기 근처에 여자 친구 사는데 한 번 볼래?”

“그래.”


그 친구는 여자 친구에게 전화했다. 차를 멈추고 잠시 기다리니 한 여자가 보였다. 그 친구의 여자 친구였다. 나는 차에서 내려 인사했다. 생각보다 미인이었다. 여자 친구는 잠깐 얘기를 나누고 돌아갔다. 그 친구의 말은 사실이었다.


“여자 친구 생각보다 예쁜데.”

“필선, 진짜라고 했잖아.”

그 후로 나는 인도 사람들의 숨겨진 연애 문화가 궁금해졌다.

     

유통기한이 있는 사랑

결혼 문화에 대해서는 알려진 것도 많고, 자료도 많이 찾을 수 있지만, 인도의 연애 문화에 대해서는 찾을 수 있는 자료가 없었다. 중매결혼이 인도의 결혼 문화이기에 연애에 대한 인식이 좋은 편이 아니고, 특히 그런 여성을 사회에서 좋아하질 않는다. 공공장소에서 애정 행위를 하는 것은 엄격히 금지되어 있다.


하지만 젊은 남녀의 뜨거운 에너지를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며 여러 사람을 만나고 물어보니 사회에서 인식하고 있는 연애와는 다른 연애가 존재하고 있었다. 내가 물어본 대다수의 젊은 남성은 보통 여자 친구가 있었다. 그리고 한 명이 아닌 여러 명의 여자 친구가 있는 사람도 많았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는 여자 친구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이었다. 구속도 별로 없고 오히려 자유로운 연애에 가까웠다. 그도 그럴 것이 연애와 결혼을 엄격히 구분하고, 대부분은 중매 또는 부모님이 선택한 사람과 결혼을 하다 보니 아무리 사랑하는 사이라고 해도 그 사람과의 결혼이 힘들다는 것을 기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연애와 결혼을 분리하기에 연애 문화가 우리와는 많이 다른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연애하는 사람에게 물어보니, 결혼할 때가 되면 지금의 사람과는 헤어질 것이고, 상대방도 당연히 그 점을 인지하고 있다고 한다. 미래의 헤어짐을 이미 생각하고 있는 연애는 그럼 무엇이 남을까? 아마도 현재를 충실하고 즐기려는 태도가 남지 않을까? 내가 인도에서 연애하는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한국보다 오히려 자유분방하고 구속되지 않는 연애의 모습을 보였다. 상대방이 어디서 무엇을 하는지에 대한 관심도가 낮았다. 대신 만나는 그 순간 충실했다.     


연애에 관한 생각과 행동은 다른 사람에게는 잘 들어내지 않았고, 사람이 없는 장소를 선호했다. 공공장소에서, 즉 사람이 보는 곳에서는 애정 행위가 금지되어 있으니 당연하다 생각한다. 연애가 사람들이 없는 곳에서 이루어지니 더욱 비밀스러워지고, 대담해질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도 들었다.     


연애 따로 결혼 따로

7명의 여자 친구가 있다던 그 친구는 결국 부모님이 정해준 상대와 결혼을 했다. 물론 결혼 전 모든 여자 친구는 모두 정리했다. 결혼을 앞둔 시점에 그 친구에게 몇 가지 물어봤다.


“결혼할 사람 얼굴 봤어?”

“하하하 응.”

“예뻐? 맘에 들어?”

“완전 예뻐. 완전 맘에 들지.”

얼굴이 중요한 것은 아니지만 대화는 하지 못하고 얼굴만 본 상태라 더는 물어볼 건 없었다. 나중에 나도 결혼식에서 신부의 얼굴을 봤는데 정말 미인이었다. 

“근데, 여자 친구들은 문제없이 끝냈어?”

“당연히 다 정리했지.”

“헤어지기 싫다거나 못 헤어지겠다는 여자는 없었고?”

“그런 건 없지. 결혼인데.”

“여자 친구 중에 결혼 생각한 여자는 없었어?”

“없지. 결혼은 부모님이 정해준 사람과 해야지.”   

  

그 친구는 여자들과 쉽게 헤어진 것을 너무나 당연하다는 듯이 얘기했다. 결혼한다면 누구나 당연히 이해해야 한다는 듯이 말이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 좋아하다 보면 사랑하게 되고, 사랑하다 보면 함께 있고 싶어지고, 함께 있다 보면 결혼하고 싶어지는 게 당연한 사회에서 살아온 나로서는 말이다. 인도의 연애에는 유통기한이 있었다. 딱 결혼 전까지 만이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사람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그렇게 생각한다. 연애에 미래가 없다는 것을 알고 하는 연애, 유통기한이 정해진 사랑을 하는 것을 머리로는 이해하려고 노력해봐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결국, 이해하는 것은 포기했다. 그저 인정하기로 했다. 


내가 살던 세상과 완전히 다른 세상의 사람을 만나다 보면 분명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 그리고 그런 경험을 자주 하면, 이해하려는 생각을 놓아두기도 한다. 그저 인정하는 것이다.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잘못도 아니고, 반드시 이해할 필요도 없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냥 인정하면 그만이다. 원래 할 수 있는 것은 그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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