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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7. 2022

인도에서 삼겹살 찾기 여행

삼겹살을 사려면 먼 여행을 떠나야 한다.

모르면 물어봐라

두 번째 주재원 파견 시는 첸나이라는 한 도시에 정착해서 살아야 했다. 창고도 지어야 하고, 집도 구해야 하고, 직원 채용도 해야 했다. 굵직굵직한 일을 처리하고 나니 이제 세부적인 것을 채워야 했다. 오히려 큰일을 처리할 때는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작은 것 하나하나를 채워나가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곳은 인도였기 때문이다. 


창고 사무실에 사용할 에어컨을 구매했다. 그런데 배송이 오지 않았다. 판매점에 연락하니, 자신은 판매만 하고, 배송하는 곳은 별도로 있다고 했다. 배송하는 곳 연락처를 받아 거의 매일 전화를 했다. 그래도 에어컨 배송이 오지 않았다. 에어컨이 없이 슬래브 지붕을 한 건물 안에 있으니 죽을 것 같았다. 외부 온도는 40도가 넘어간다. 창고 내부에서 온도계를 보니 48도였다. 덥다는 게 이런 거를 덥다고 하는 거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에어컨은 매일 독촉을 했지만 한 달이 지나서야 설치되었다. 인터넷 설치하는데도 한 달이 걸렸다. 진정 인도에서 매일 도를 닦아야 한다. 그것도 45도가 넘는 더위 속에서 말이다.     


집안 살림을 하기도 쉽지 않았다. 우선 음식이 문제였다. 매일 나가서 사 먹을 수도 없고, 하루 한두 끼는 만들어 먹어야 하니 음식 재료를 구해야 했다. 문제는 어디에서 한국 요리 재료를 구할 수 있는지 모른다는 것이었다. 한국인 게스트하우스에도 물어보고, 다른 회사의 주재원들에게도 물어봤다. 정보를 수집해 한국 음식 재료를 구할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다. 첫 번째는 쌀이었다. 나는 쌀이 그렇게 다양한지 몰랐다. 길쭉한 것부터 동그란 것까지 정말 다양한 쌀이 있었다. 마치 실험을 하듯 쌀을 조금씩 사 와서 밥을 직접 해보면서 우리나라 쌀에 가장 가까운 쌀을 찾았다.


여러 식료품 가게를 돌아다니며, 양파, 가지, 무, 배추 등을 찾아냈다. 끝내 못 찾은 것이 있다. 그건 파였다. 인도에서는 파를 먹지 않는다는 것을 그때야 알았다. 파 대신 양파 줄기를 사용한다. 한 번은 팥죽을 먹고 싶었다. 한국 식당에서도 팥죽은 팔지 않는다. 먹고 싶으면 만들어 먹어야 한다. 문제는 팥을 식료품점에서 본 적이 없다는 점이었다. 웬만한 곡물은 다 찾았지만 아무리 찾아도 팥은 보이지 않았다. 팥 찾아 삼만리를 시작했다. 외부에 나갈 일이 있으면 지나가다 보이는 식료품점을 모두 들어갔다. 거의 한 달이 걸렸다. 결국, 팥 비슷한 걸 찾았다. 


팥인지는 확실하지 않았지만, 보기에는 팥처럼 보였다. 집에 와서 만사를 제쳐두고 팥죽을 끓이기 시작했다. 한 시간 넘게 국자로 솥을 저으며 그 더위에 땀을 삐질삐질 흘리면서 팥죽을 완성했다. 한 그릇 떠놓고 나니 침이 고이기 시작했다. 첫 숟가락을 떠서 입에 넣었다. 달콤했다. 팥이 맞았다. 한 그릇을 뚝딱 해치웠다. 그리고 두 번째 그릇도 뚝딱 해치웠다. 첫 번째 그릇은 설탕을 타서 먹고, 두 번째 그릇은 소금을 타서 먹었다. 그날은 팥죽의 여운으로 온종일 행복했다. 그 후에도 호박죽이 먹고 싶으면 늙은 호박 찾아 삼만리를 하고, 녹두전이 먹고 싶어서 녹두 찾아 삼만리를 했다. 원하는 재료를 거의 다 찾았다. 심지어 두부도 찾았다. 자주 들어오지는 않지만, 가끔 두부를 볼 때면 몇 개씩 사 와서 두부찌개를 해 먹었다.    

 

복어회는 집에서 먹어야 제맛

나는 인도에 가기 전에 복어를 한 번도 먹어본 적이 없다. 그런데 같이 출장 나온 부장님이 복어 자격증이 있다는 것이었다. 전에 회사를 그만두고 음식점을 하려고 일본까지 가서 복요리를 공부했고 자격증도 따셨다고 했다. 복어뿐만이 아니라 생선도 잘 알고 계셨다. 한번은 한국인 식당에 갔는데, 식당 사장님이 새벽 일찍 어시장에 가면 싱싱한 해산물과 생선을 살 수 있다고 하셨다. 부장님은 이번 주말에 생선 사러 가자고 했다. 

토요일 아침 아니 새벽 4시에 출발했다. 두 시간이 걸려 어시장에 도착했다. 어시장은 정말 다른 세상이었다. 한국에서 볼 수 없는 별의별 생선이 다 있었다. 상어도 있었고, 다랑어도 있었다. 크기가 상당히 커서 족히 80cm는 될 것 같았다. 그 외에도 생선의 종류는 다양했다. 부장님은 횟감에 어울리는 생선 몇 마리를 샀다. 그리고 돌아가려는 길 한 어부가 광주리에 똥똥하게 생긴 생선 몇 마리를 넣고 팔고 있었다. 부장님은 깜짝 놀라 얘기했다.


“필선아, 이거 복어다!”

알고 보니 그 물고기를 잡은 어부는 버리기 아까워서 오긴 했는데 아무도 사지 않는 것이었다. 우리는 한국 돈으로 약 1만 원 정도를 주고 5마리 한 광주를 모두 사 왔다. 복어 다섯 마리를 만 원에 산 것이다. 부장님은 이 복어는 독이 없는 복어라 요리하기도 편하다고 하셨다. 집에 돌아와 생선을 손질해 횟감용으로 만들어 냉장고에 넣어놨다. 복어도 먹기 좋게 손질했다. 그리고 일단 잤다. 한 참 자고 일어나 준비해둔 생선을 꺼내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횟감으로 포 떠놓은 것은 회로 썰고, 다랑어는 가로로 썰어 스테이크처럼 굽고, 복어는 지리를 했다. 정말 최고의 식사였다. 인도에서, 그것도 집에서 이렇게 회를 먹을 줄은 상상도 못 했다. 그리고 처음 먹어본 복지리의 맛은 정말이지 최고였다. 부장님은 어시장을 알려준 한국 식당 분에게 복지리 끓이는 법을 전수해 주셨다. 물론 독이 없는 복어니 큰 문제 될 건 없었다. 그 후로 그 한국 식당에는 메뉴에 복지리가 생겼다. 그리고 우리는 특별 게스트가 되었다.  

   

삼겹살을 찾아서

한국 식당에서 빠질 수 없는 메뉴가 있다. 바로 삼겹살이다. 처음에는 삼겹살을 한국에서 공수해오는 줄 알았다. 아니었다. 찾기는 힘들지만, 삼겹살을 파는 인도 정육점이 있었다. 알고 보니 돼지고기는 힌두교도가 팔고, 소고기는 무슬림이 팔았다. 그래서 삼겹살을 사려면 힌두교도 지역으로 가고, 소고기를 사려면 무슬림 지역으로 갔다. 인도에서는 소고기보다 삼겹살을 구하는 것이 더 힘들다. 삼겹살을 파는 정육점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나도 물어물어 알게 되었다. 숙소에서는 1시간 반 정도 걸리는 거리였지만 삼겹살을 먹겠다는 일념으로 먼 거리를 다녀왔다. 


한 번 갈 때면 몇 킬로를 사 와서 쟁여놓고 먹었다. 삼겹살을 팔지 않는 날도 많았고, 한 번 가기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삼겹살도 좋고 소고기도 좋지만, 인도에서는 양고기가 정말 맛있다. ‘머턴 코르마 Mutton Korma’라는 양고기 커리가 있다. 인도에 가면 양고기 커리를 먹어보아야 한다. 정말 맛있다. 보통 커리는 토마토를 베이스로 많이 쓰고, 여러 향신료를 넣어 만들기에 향이 강하다. 그래서 양고기 냄새는 아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인도는 양고기가 워낙 흔하기에 어디서든 구할 수 있다. 내가 살던 집 바로 앞에 양고기와 닭고기를 파는 노점상이 있었다. 닭과 양이 걸려있는 모습은 너무 징그러웠지만, 막상 싱싱한 고기를 사서 요리해 먹으면 정말 맛있었다.

 

신기한 요리

주재원은 보통 집안일을 해주는 사람을 고용한다. 집안에 상주하며 청소와 요리 등을 해준다. 당시 숙소에도 한 사람을 구해서 썼다. 그 친구는 인도 북동쪽 끝에서 온 친구였다. 그쪽의 친구들은 인도의 다른 지역과 음식과 문화가 판이하다. 그래서 자신이 먹는 음식은 직접 해서 먹는다. 한 번은 정말 신기한 음식을 하는 것을 봤다. 계란을 삶은 후에 밀가루를 입혀서 튀기고 있었다. ‘삶은 계란을 튀긴다고?’ 세상에 많은 요리법이 있겠지만 튀긴 삶은 계란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는 요리법이었다. 그 친구에게 나도 같이 먹게 음식을 좀 더 많이 해달라고 했다. 그 친구는 고향 음식에 관심을 가지는 것이 좋았는지 살짝 웃으며 알았다고 하고는 요리를 했다. 

튀긴 삶은 달걀 요리는 맛있었다. 밀가루 물을 쓰는 것이 아니라 튀김옷이 입혀져 있지도 않았는데 신기하게 튀긴 맛이 났다. 그리고 위에 발려져 있는 소스의 맛도 특이하고 맛있었다. 가끔 그 친구가 해준 북동부 요리를 같이 먹고는 했는데 북부나 남부의 요리와는 완전히 달랐다. 우선 향신료를 거의 쓰지 않는다. 그리고 소금을 많이 쓴다. 이렇게 많이 써도 괜찮을까? 싶을 만큼 소금을 많이 쓴다. 심지어 소금을 반찬처럼 먹기도 했다.     


말을 듣지 말고 행동을 보자

나는 어느 나라, 어느 곳을 가든 현지 음식을 먹는다. 음식에 진심인 편이다. 음식 앞에서는 거짓말이란 없다. 맛있으면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올라간다. 침이 고이고, 숟가락의 움직임이 빨라지다. 말이 없어지고 행동만 남는다. 듣는 사람이 없어도 나도 모르게 ‘맛있네’라는 말이 새어 나온다. 

진심은 통한다. 맛있어하는지, 맛없어하는지는 말이 통하지 않아도 행동을 보면 알 수 있다. 진심으로 하는 사람은 항상 그렇다. 행동이 빨라진다. 말이 없어지고 행동만 남는다. 말만 많이 하고 행동을 하지 않는 사람은 경계해야 한다. 귀를 막고 그 사람의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이 진심인지 아닌지 알 수 있다. 말보다 행동하는 사람을 곁에 두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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