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허필선 Oct 27. 2022

인도에는 소맥 맛 맥주가 있다

도수가 8%, 맛은 소맥, 소주는 없지만 소맥 맛을 느낄 수 있다.

주말에 뭐 할래?

인도에서 주말이 되면 정말 할 일이 없다. 머리를 자르거나, 레스토랑에서 술 한잔하는 정도가 전부다. 가끔은 영화관도 가지만, 정말 보고 싶은 미국 영화가 개봉할 때가 아니면 가지 않는다. 백화점을 가도 딱히 살 물건이 없다. 한국처럼 만날 사람이 많거나 갈 곳이 많지도 않으니 그냥 집에 있거나, 몇 안 되는 친구를 만나는 것이 전부다. 여행 온 사람에게는 모든 것이 새롭고 신기겠지만, 인도에서 생활하면 그런 느낌도 잠시뿐이다. 한두 번 가 본 곳은 다시 가고 싶은 생각이 없고, 신기한 것이 사라진다. 오히려 사람들 만나서 얘기하고, 사람들 사는 모습 구경하는 것, 안 먹어본 음식 먹어보는 것이 재미있어진다.      


한국인 주재원은 골프를 많이 치는데, 40도가 넘는 날씨에 밖에서 4시간 동안 걸으면서 골프를 치는 것은 곤욕이다. 하지만 골프 말고 딱히 할 일이 없다. 인터넷도 느려서 드라마를 보기도 힘들고 주위에 친구들이 있는 것도 아니니 할만한 것이 없다. 한국에서 하고 싶은 일이 있어도 시간이 없는데, 인도에서는 시간이 있어도 할 일이 없다. 시간이 없어서 못 하는 것이 있다면 인도에 가서 하면 된다. 항상 시간이 남을 것이다.   

  

인도에 나가기 전, 중소기업청에서 주관하는 주재원 지원 프로그램에서 인도로 나갈 예비 출장자들을 알게 되었다. 얘기해보니 나이가 같거나 한두 살 차이라서 친하게 지냈다. 인도 첸나이에 도착 후, 주말이 되면 그 친구들을 자주 만났다. 하지만 막상 만나면 할 일도 없고 갈 곳도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보통 레스토랑에 가서 음식을 몇 가지 시키고 맥주를 한잔한다. 음식값이 그리 비싸지 않으니 부담 없이 안주를 시킨다. 음식 하나에 5천 원을 넘지 않는다. 주말이면 친구들과 인도 생활에 관해 얘기하며 보내는 것이 큰 낙이었다.   

  

밤에 술 먹을 때는 안전 확보 필수

인도의 낮은 상당히 안전한 편이다. 하지만 밤은 다르다. 불빛이 사라지고 어두워지면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 밤에 길을 걸어갈 때는 항상 조심해야 한다. 특히 술을 마시고 걸어가면 더욱 위험하다. 인도인은 술 마시는 사람은 바르지 못한 사람이라는 인식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여자에게는 더 엄격하다. 그래서 여자가 늦은 밤에 술을 먹고 어두운 길을 혼자서 걸어가는 것은 정말 위험하다. 가능하면 그런 경우는 만들지 않는 것이 좋고, 술자리가 있으면 숙소까지 안전하게 돌아갈 방법을 마련해놓아야 한다. 사고는 항상 예상하지 못한 아주 짧은 순간에 벌어진다.     


인도하면 킹피셔

중국 하면 ‘칭다오’, 필리핀은 ‘산미겔’처럼 인도에도 유명한 맥주가 있다. ‘킹피셔 Kingfisher’는 인도의 시장 점유를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대표 맥주이다. 도수가 높은 것 Extra strong과 낮은 것 Premium 두 가지 종류가 있다. 특이한 것은 도수가 정확히 정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도수가 높은 것 Extra strong은 5.25%에서 8% 사이, Premium은 3.25%에서 5% 사이라고 라벨에 쓰여있다. 소맥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도수가 높은 것 Extra strong을 먹으면 된다. 신기하게도 맥주에서 소맥 맛이 날 것이다.


 이전에는 사람들이 맥주를 많이 먹지 않았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20대를 시작으로 맥주를 먹기 시작했다. 그래서 20대 위주로 술 소비량 특히 맥주 소비량이 급증하고 있다. 술에 관한 문화도 바뀌고 있다. 술집도 많아지고 있으며, 그리고 Kingfisher 본사가 있는 ‘벵갈루루 Bengaluru’는 최근 학생이 주로 가는 바와 클럽이 급증하면서 ‘펍시티 Pub City’라는 새로운 애칭도 생기기도 했다. 아시아에서 술집이 많은 도시를 꼽으면 순위 안에 들어갈 정도다.     


술을 팔지 않습니다

모든 지역에서 술을 판매하는 것은 아니다. ‘비하르주’, ‘구자라트주’ 등 일부 주에서는 술을 금지하고 있다. 그래서 술 파는 상점도 없다. 하지만 외국인에게는 호텔 같은 제한된 장소에서 음주를 허용한다. 이곳에서 술을 먹으려면 여권을 보여줘야 한다.


인도에서 술을 마실 수 있는 나이도 역시나 주마다 다른데, 보통은 21세 이상이고, 뉴델리는 만 25세 이상이 되어야만 음주할 수 있다. 물론 25세 미만도 집에 모여서 술을 먹기는 한다. 인도 청년들이 대학을 졸업하면 22살 정도가 되는데 사회인이 되고서도 수년간 술을 마시지 못한단 얘기다. 인도니까 가능한 것 같다.     


인도는 술 판매를 허가받은 곳에서만 판매할 수 있다. 그래서 술을 구매할 수 있는 술 판매점이 따로 있다. 필자가 인도에 처음 간 것은 2004년이었다. 그리고 현재까지 약 20년 동안 인도는 정말 많이 전에는 술을 구하는 것조차 힘들었는데 요즘은 음식 배달 앱을 통해서 배달받을 수도 있고, 탭드 프라이트 Tapped Flight와 같은 구독이나 배달을 하는 곳이 생기도 있기도 하다.     

 

창살로 돈 넣으세요

10여 년 전에는 술은 파는 판매점이 좀 무서웠다. 말이 술 판매점이지 막상 가 보면 ‘여기서 술을 판다고?’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부에 들어갈 수도 없고, 창문에 있는 철창을 통해 돈을 넘겨주고 술을 사야 했다. 어느 술 판매점에 가도 술을 사려는 사람이 너무 많아서 사람들이 판매점을 에워싸고 있었다. 단 한 번도 한산한 곳을 본 적이 없다. 사람들은 돈을 손에 쥐고 앞으로 내밀어 창살 안으로 밀어 넣는다. 사람이 너무 많아서 가만히 기다리고만 있으면 절대 자기 차례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도 가끔 그 대열에 합류했는데, 보통은 외국 사람을 신기한 눈으로 보던 사람이 그 장소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술을 사려고 몸싸움을 하느라 옆에 외국 사람이 끼어 있다는 것도 잊은 모양이었다. 나도 주위 인도 사람을 밀치면서 손을 뻗는다. 점원이 내 돈을 받으면 ‘킹피셔’라고 외친다. 그렇게 술을 철창을 통해 받고 나면 왠지 중요한 것을 어렵게 손에 넣은듯한 뿌듯함이 있었다. 요즘에는 술 판매점이 일반 상점처럼 생겨서 조금은 아쉽기도 하다.    

 

시속 1300km

우리의 삶도 매일같이 변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에서 같이 변하고 있을 때는 그 변화를 느낄 수가 없을 뿐이다. 마치 지구가 시속 1,300km로 자전을 하지만, 그 안에 있는 우리는 지구의 자전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인도에 살고 있을 때는 그 변화를 느낄 수 없었다. 하지만 한국에 돌아와 가끔 출장으로 인도를 가면 인도의 변화를 실감하게 된다. 갈 때마다 또 바뀌었다는 생각이 든다. 삶도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나는 왜 변하는 게 하나도 없을까?’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1년 전, 3년 전 자신의 모습과 지금의 모습과 환경을 하나씩 써보자. 그러면 내가 정말 많이 변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이전 13화 인도 스타벅스는 케이크를 전자랜지에 돌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