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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허필선 Oct 28. 2022

3일간 계속되는 인도의 결혼식 문화

결혼을 저녁에 하면 파티가 된다

결혼식 초대를 받았다. 여자 친구가 7명이라는 그 친구 결혼이었다. 같이 일하던 친구들은 모두 하루 연차를 내고 하루 종일 친구의 결혼식 준비를 했다. 나는 일을 마치고 결혼식에 참석했다. 결혼식은 식장에서 시작하지 않았다. 도로변에 신랑이 화려하게 장식한 말을 타고 등장했다. 셜바니라는 결혼식 전통 예복을 입고 있었다. 옷에는 돈이 붙어 있었다. 신랑이 말에서 내리자 사람들이 환호하고 박수를 치면서 춤을 추기 시작했다. 자꾸 내 손을 잡아끌어서 그 무리 속으로 들어갔다. 뻘쭘했지만 대충 박자를 맞추며 같이 춤을 췄다. 한바탕 즐겁게 춤추고 놀다가 결혼식장으로 들어갔다. 인도는 실내 결혼식도 있지만, 야외에 가설무대를 만들고 야외 결혼식도 많이 한다. 친구도 야외 결혼식장에서 결혼식을 했다.


결혼식장에 들어서자 ‘칸냐담 Kanyadaam 세리머니’라는 인도 전통 예식을 하고 신랑 신부가 서로에게 꽃목걸이 Floral garlands를 걸어주었다. 예식이 끝나고 사진을 찍었다. 이제 나는 예식이 끝난 것으로 생각했다. 하지만 아니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었다. 음악을 틀고 제대로 놀기 시작했다. 결혼식장이라기보다는 마치 클럽에 온 느낌이었다. 시끄러울 정도로 노래를 크게 틀어 놓고 다들 나와서 노래에 맞춰 춤을 췄다. 신랑 신부는 의자에 앉아서 어깨를 들썩이고 있었다. 같이 간 친구들이 나를 자꾸 끌고 다녔다.

 신랑 신부 가족들 한 명 한 명에게 인사를 했다. 나를 데리고 다니며 인사시킨 이유는 신랑 신부 가족들에게 신랑이 좋은 직장에 다니고 외국인 친구도 있다고 자랑하기 위해서였을 것으로 생각한다. 한참을 인사하고 왔더니 이번에는 무대 중앙으로 끌고 갔다. 나보고 춤을 추라고 했다. 인도 영화에서 보던 그런 춤을 말이다. 결혼식인데 뭐 어떻게 하겠는가? 인도 영화 속 춤추는 장면을 빨리 떠올렸다. 그리고 그와 비슷하게 춤을 췄다. 모든 사람의 시선이 나를 향했고, 너무도 즐거워했다. 결혼식은 어느 나라, 어느 곳이든 즐거운 행사다.

    

흥이 많은 사람들

시키는 대로 인사도 하고 춤도 추고 나니 더는 할 일이 없었다. 무대 옆쪽으로 슬쩍 빠져나와 음식 구경을 했다. 음식의 가짓수가 정말 많았다. 궁금한 몇 가지 음식을 조금씩 맛봤다. 인도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예식 음식 중에서는 딱히 입맛에 맞는 음식이 없었다. 대부분 너무 달았다. 역시 제일 맛있는 음식은 치킨과 난이었다. 

사람들은 모두 기분 좋아 보였고, 음악이 끊이지 않았다. 같이 갔던 친구들은 내가 집에 돌아갈 때까지 잠깐도 쉬지 않고 계속해서 춤을 췄다. 나도 비슷한 나이였지만 체력 진짜 좋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한 시간 가량을 더 머물면서 사람들도 구경하고 춤도 구경하고 친구들과 얘기도 했다. 예식에 온 사람 중 몇 명이 다가와서 말을 걸면 이런저런 얘기도 했다. 즐거운 시간이었고 행복한 시간이었다. 대략 3시간 정도를 머물다가 결혼식이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아서 언제 끝나냐고 물어봤다. 


“언제 끝나는 거야? 이제 12시 다 돼가는데.”

“안 끝나. 내일 아침까지 할 거야.”

“아침까지 뭐해?”

“춤추고 놀지!”

“헉! 밤새워서 춤추고 논다고?”


한참이 지났을 때, 피곤해서 먼저 간다고 대충 둘러대고 신랑 신부에게 다시 축하 인사를 하고 자리를 빠져나왔다. 


결혼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의 얼굴에서 웃음꽃이 피어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나를 뚫어지라 쳐다보는 인도 사람만 보다가 이렇게 즐겁게 웃고 있는 사람들의 표정을 보고 있으니 나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 행복이란 건 행복한 사람들 곁에 있으면 자연히 찾아오는 것일지도 모른다.     


인도의 결혼식은 보통 3일 동안 진행된다. 첫날은 제사장이 집으로 가서 가족과 함께 예식을 하고, 둘째 날에는 손과 헤나로 패턴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신부의 손은 살 색이 안 보일 정도로 헤나 패턴으로 덮여 있다. 그리고 춤추며 노는 결혼 전야제 행사이다. 셋째 날이 내가 참석한 본 결혼식이다. 신랑이 흰 말을 타고 들어오는 것으로 본 결혼식이 시작되고, 다음 날 아침까지 이어진다.      


사람이 하는 일이다

인도 사람은 춤과 노래를 정말 좋아한다. 기본적으로 흥이 많은 사람이다. 어디선가 음악 소리가 들리면 어깨춤을 추고 춤을 추는 곳에서는 빼지 않고 흥겹게 춤을 춘다. 그런 면에서는 한국 사람과 비슷한 면도 참 많기도 하다. 대학생 때 아르바이트로 결혼식 촬영을 몇 년간 했었다. 그리고 한동안 이 일을 업으로 삼으면 어떨지를 심각하게 생각한 적이 있다. 결혼식 촬영의 매력은 일하는 동안 만나는 모든 사람이 행복한 사람이라는 점이다. 


요즘 들어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사람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자주 든다. 행복도, 성공도, 가치도 결국 사람의 일이고, 어떤 사람을 만나 어떤 일을 하고 어떻게 나누는지가 삶의 전부일지도 모른다. 행복한 삶을 살고 싶다면 사람을 행복하게 만드는 일을 하면 되는 것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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