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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월 Oct 22. 2021

가스라이팅: 자가 진단하기

part 1. 지금 가스라이팅으로 고통받는 중입니까?

최근 한 아내가 결혼 생활 1년 만에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이 일은 청와대 홈페이지에서 24만 명이 국민 청원 신청을 했고, 방송에서도 나왔기 때문에 세상에 꽤 알려졌다.


 돌아가신 분의 가족이 두 사람과의 대화를 공개했는데 순간 나는 정지했고, 몇 년 전 내 핸드폰을 보는 듯한 착각이 들었다. 마치 동일한 사람처럼 작은 일에도 집요하게 사람을 추궁하고 괴롭히는 모습이 너무도 똑같았고, 그 폭력에 온갖 주눅이 들어 있는 모습 역시 나와 닮아 있었다.


가스라이팅 부사관의 평소 대화 캡처 (출처 : 인스타그램 https://www.instagram.com/snyoni41)
내가 가스라이터와 나눈 대화 캡처. (왼) 매번 어디있는지 사진을 요구했고 몇 초내로 보내지 않은 상황. (오) 누군가와 연락을 했다고 생각한 상황.

 과거의 내 일은 그분만큼 심각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알게 되었고, 예전의 그때의 기억이 생생하게 떠올라 잠을 잘 수가 없었다. 내가 살아있다는 안도감보다는 허탈감이 몰려왔다.



진작 내가 밖으로 목소리를 내었다면 누군가는 도망칠 수 있지 않았을까?

심한 죄책감이 몰려왔다. 내가 고통을 받았듯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도움이 되려면 밖으로 알려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보복 행위가 너무도 두려웠다.  가스라이팅에 대해 글을 쓰고 싶었지만 자꾸만 예전 일에 분노하고 괴로움이 밀려왔다. 후유증으로 오랫동안 집중이 잘 되지 않아 몇 번이나 시도하다가 그만두게 되었었다. 그게 너무 후회가 되었다.


 

 그래서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이면 혹시 나 또는 주변 사람들이 가스라이팅으로 고통받고 있진 않은지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일반적인 자가 체크리스트는 몇 개 이상 해당이 되면 '가스라이팅 의심 수준이다'라는 가이드를 주겠지만, 이건 내 경험으로 만들어본 리스트라 이중에 하나라도 걸리는 게 있다면 무조건 관계를 다시 생각하고 주변 사람의 조언을 진지하게 들어보라고 하고 싶다.


 


평소 태도 :

-      나에게 요구하는 행동을 상대는 지키지 않거나, 지킬 필요가 없다고 당당하게 말한다.

-      상대는 일상 생활에서 사회성이 높은 사람으로 보인다.

-      나의 능력과 재능, 노력에 대해 인정하지 않는다.

나의 일상의 변화 :

-      연락에 답이 늦으면 상황이 불편해지므로 항상 핸드폰을 휴대하고, 알림에 민감해진다.

-      친구나 가족을 만나거나 모임에 참석 할 때도 허락을 받는다.

       (ex. 정상적인 스케줄 공유가 아님. 마치 승인이 없을 경우 이후에 너무 피곤해지는 일이 많다.)

-      나의 사회생활을 정상적으로 하기 어렵다.

-      자유가 점점 억압되고 있다.
       (ex. 어딜 가고 무엇을 입는지, 누구와 만나는지 다닐지, 어떤 일을 할 지 등)


화를 내는 이유 :

-      처음에는 '이게 화를 낼 일인가?' 싶은 일로 화를 내서 의아한 마음이 들었다.

-      화내거나 기분 나빠할 포인트를 알기 때문에 신경이 곤두선다.

-      상대가 잘못된 사실로 오해하는 것이 맞지만, 오해를 했으니 이 정도 화를 내는 것이 점차 이해가 된다.  


다툼이 일어났을 때 :

-      우리 사이를 단절하겠다는 협박을 한다.

-      상대는 자신이 화가 난 이유에 대해서 내 책임이 크다고 한다.

-      모멸감과 수치심이 들도록 사과를 요구한다.

-      증명할 수 없는 일에 대해 계속해서 증명을 요구하고, 못할 경우 큰 죄를 지은 것처럼 자신이 단죄하려고 한다.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나?

-      우리의 일이 외부로 알려지는 것이 두렵다. 혹은 알려져선 안된다.

-      이 관계가 너무 힘들지만 개선할 방법도 모르겠다.

-      굳이 걱정하게 만들 것 같다. 남들도 이 정도는 다투며 사는 것 같아서 별일 아니라고 생각이 든다.
(정말로 별일이 아니라면 한 번쯤 말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  


 나의 심리 상태

-      점점 자신감이 없고, 다 내 책임처럼 느껴져 불면증, 식욕저하 등의 변화가 나타난다.

-      이혼, 계약 파기 등 관계의 단절이 두렵다.

-      이 사람의 행동은 내가 바꿔줄 수 있다, 혹은 도와줘야 한다.

-      나로 인해 이 사람은 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      이 사람에겐 내가 필요하고, 나 역시 이 사람과 함께여야 한다.

-      상대가 나를 오해해서 발생한 문제이며, 내 생각과 의사를 전달하면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 사건으로 인해 그동안 외면했던 일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 예시로 나타난 대화 내용의 수위가 너무 심해서 보는 이로 하여금 불편한 감정만 일으켰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삶의 기회를 찾게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아 용기를 내기로 했다.

 총과 칼을 들고 위협을 하고 상해를 입혀야만 살인이 아니다. 정신적으로 극한의 상황으로 몰고 갔을 때의 극도의 스트레스는 이루 말할 수가 없다.  고 차승현 님의 가족은  '처벌 규정에 대한 논의를 시작하는 움직임을 원한다'라고 하였다. 나 역시 생존자로서 사회적 관심을 가지고 이 논의가 정말 필요하다고 말하고 싶다.



돌아가신 고 차승현 님 가족 인스타그램  (출처 :  https://www.instagram.com/snyoni41)



* 이 글은 공익적인 목적을 위해 쓰여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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