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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애리 May 13. 2024

인생은 세레모니가 다다

글. 심진우 / 20240303 남산공원


글. 심진우(@dr_art_jinwoo)


남산공원을 걷는길은 수월했다. 항상 사람들에게 얘기한다. 우리가 가진 에너지는 총량이다. 우리가 마음먹은대로 모든걸 다 하기는 벅차는 순간들이 온다. 에너지 분배가 잘 되야 각자 서로에게 에너지 만큼 집중할 수 있다. 초기에 산행을 하면서 생생한 현장을 담고 싶어 등산을 하는 도중에 인터뷰를 진행해 봤었다. 


영상을 다시 봤을때 대화의 자연스러움 보다는 헐떡이는 숨소리가 산행의 고된 느낌이 전달되는 것을 알았다. 사람의 마음을 파악하는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고 충분한 에너지가 필요한 일이다. 남산공원의 코스는 내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과 대화가 가능한 정도의 난이도를 주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는 코스이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잘 닦여진 코스는 사람들이 많이 지나간 흔적을 보여주었다. N서울타워에 도착했을때 우리를 맞이해준 수많은 사랑의 자물쇠들은 많은 사람들이 추억을 남기고간 흔적들을 보여주었다. 자물쇠를 보고 있자니 이 자물쇠를 걸때 사람들은 어떤 설렘을 가지고 자물쇠를 채우고 갔을까 생각이 들었다. 시간이 지나서 그 자물쇠를 찾으러 다시오는 사람들은 드물겠지만 이좋은 바람과 풍경을 보며 자물쇠를 채우는 순간은 인생에 있어서 매우 기억에 남을 순간으로 남아 있을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물쇠에 짧은 글귀를 쓰고 자물쇠를 채우는 과정은 어찌보면 단순한것 같다. 그러나 그 행위를 하기위해 설레는 마음을 가지고 남산공원을 오르기를 계획하고 초입부터 어떤 글귀를 쓸까 고민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막상 자물쇠를 채우는 순간은 짧고 단순한 글귀를 쓰고 있지만 그때 느끼는 감정들은 복합적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생각된다. 


인생의 세레모니도 이와 같다고 생각한다. 매우 짧은 순간에 하는 그런 행위들을 왜 할까? 굳이 하지 않아도 될거 같은데 그 순간마다 그런걸 챙기면서 해야할까? 어떤 사람들은 불필요한 행동을 한다고 생각할 수 도 있다. 하지만 서로에 대해 알아가고 기억에 남는다는것은 짧은 순간이나마 특별함이 있어야하고 추억으로 자리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서로에 대한 대화를 통해 인생의 방향성을 알고 마음을 헤아리는 과정은 느린것 같지만 서로의 감정을 이끌어 낼 수 있는 행위를 통해 관계가 빨라질 수 있다. 남산공원을 지나 해방촌에 삼겹살을 먹기위해 이동했다. 너무 이른 시간이라 아직은 삼겹살 집이 영업전인 시간이었다. 


밖에서 오래 서서 기다리는 시간보다 짧은 시간이라도 카페에 앉아 여유를 즐기고 싶었다. 삼겹살집 근처에서 찾은 카페에서의 티타임은 약간의 피로감을 가시게 만들면서 삼겹살집에 초점이 맞춰져 있던 우리에게 주위의 경치를 둘러볼 여유를 가지게 했다.


짧은 시간이지만 순간 순간 변하는 상황에서 즐기는 여유는 서로 함께 하는 시간에 대한 즐거움으로 쌓여갔고 달콤한 삼겹살의 육질과 소맥은 주말 오전에 일찍 나와 만난것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주었다. 


오늘의 마지막 코스는 산행을 마치고 모여서 할일을 조금이라도 해보자는 이벤트가 남아 있었다. 그러나 앉아서 집중하면서 뭔가를 해보려 했던 마음은 지켜지지 않았고 대신에 카페에서 또다시 와인과 빵을 즐기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조금 뒤에 케잌을 사와 나의 홍익대 문화예술경영대학원 외래교수 임용을 축하해주는 친구들의 세레모니에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감동을 느끼고 있었다. 그러나 N서울타워에 잠겨있는 사랑의 자물쇠에 쓰인 글귀처럼 감동의 메세지는 ‘더 잘하겠다’는 짧은 메세지로 밖에 전달을 하지 못했다. 


축하해준 친구들에게 메세지가 짧게 전달됐더라도 오늘의 즐거움과 세레모니를 선사해준 부분에 대해서는 압축적인 감동의 느낌이 전달됐으리라 믿는다. 인생에 있어 같은 추억을 남기고 함께 세로모니를 해주는 친구들은 중요하다. 그런 친구들을 만드려면 같이 걸으며 대화하고 얼굴을 보는것이 중요하다. Musepen의 새로운 경험을 공유하자고 만든 모임에서 새로운 장소에 대한 경험도 좋지만 서로에 대해서 알아가는 시간들도 새롭게 다가오고 있다.


N서울타워에 사랑의 자물쇠를 채우듯이 좋은 세레모니를 나눌 수 있는 친구들이 주말을 함께 해줘서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세레모니 #친구 #고맙습니다 #남산공원 #해방촌 #삼겹살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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