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7월 8일 월요일의 딱 한 장
현관을 나서면서부터 느낌이 괜찮았다. 아, 시원하다.
월요일 아침 날씨가 좋다고 해서 남은 일주일이 반드시 근사하리라는 보장은 없지만 왠지 그럴 것만 같다. 또 그렇게 믿는다 해서 손해 볼 것도 없다. (그 반대라면 모를까)
좋아하는 동료와 점심 도시락을 먹고 난 후 더위 먹었는지 익숙한 길에서 헤맸고, 헤맨 끝에 처음 보는 식당을 지나쳐가며 다음엔 저기서 유부초밥과 샐러드를 먹자는 약속을 했고, 가장 좋아하는 카페에서 가장 좋아하는 원두를 골라 가장 좋아하는 커피를 주문했다. 좋아서 익숙해진 것과 익숙해서 좋은 것이 닿아있을 때, 나의 평평한 생활이 그렇게 사랑스러울 수 없다.
퇴근 후엔 마트에 들러 냉장실을 채울 채소들을 샀다. 무얼 어떻게 해 먹을까 고민하다가 휘릭 만든 음식은 입맛에 아주 잘 맞았다(뭐라 명명할 수는 없지만 토마토와 두부와 참치와 달걀로 만든 한 그릇 식사였다). 저녁을 준비하면서 확인한 업무 메일에는 긍정적인 답변이 쓰여 있었다. 신이 나서 상사에게 카톡을 보내려다가 그분도 그분의 저녁을 즐기고 있을 거란 생각에 말았다. 운동 가기 전 빨래와 설거지도 다 끝냈다. 말도 안 돼, 이렇게 부지런할 수가!
몸을 당기고 늘인 후 찾아오는 명상 시간에는 휴식에 집중하지 않은 채 쓰고 싶은 글에 대해 생각했다. 정확한 언어의 아름다움에 대해 생각했다. 내가 글을 사랑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잠시 점심시간으로 돌아가 볼까. 동료가 내 잔을 보고 플랫화이트의 뜻을 물어왔다. 길지도 짧지도 않게 설명해주고 (거의 원샷하다시피) 커피를 들이켰다. 평평한 나의 하루, 우유 거품 없이도 충분히 향긋하고 진하고 맛 좋다. 산책하다 말고 멈춰 서서, 날씨가 정말 좋네요 하며 구름 사진을 찍는 날들이 언제까지고 계속되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