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Sep 28. 2021

프랑스에서 한국을 느끼다

한국문화원 전시와 연희 프로젝트 공연

8월 말 여름 방학을 마무리하며 아이들을 데리고 파리 8구에 위치한 한국문화원에 전시를 관람하러 갔다.


예약을 하지 않아 10여 분 을 서서 기다려야 했다. 정문 앞에 어디서 본 듯한 얼굴이 있었다. 파리 한국 영화제 취재 갔을 때 있었던 스텝이었다. 한국 문화 관련된 곳을 오가며 일하고 있다고 했다.


<빛의 전시> 입장을 기다리며 0층 전시관을 둘려보았다. 예상대로 아이들은 즐거워했다. 한글 의자에 앉아 한글 놀이를 했고 밥상 전시와 한복 영상, 도자기를 비롯한 멋진 실내 장식까지. 아이들은 다음 전시를 볼 생각이 없이 마냥 이곳에 머물고 싶어 했다.




입체적 상상전이 진행 중인 오디토리움으로 이동했다  갑자기 스텝들이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고 해서 적잖이 당황했다. 그 많은 사람들 중 한국인은 오직 우리 가족뿐이었다.  다들 웅성 웅성대며 당황스러워했지만 진정한 한국 문화를 느끼고자 신발을 벗고 전시장에 양반 다리를 하며 착석했다.


화면을 통해 영상을 관람하길 5분 경과했을까 주변에 프랑스인들이 다리가 아파 어쩔 줄 몰라했다. 나도 맨바닥에 앉아 있으려니 엉덩이와 복숭아뼈가 아팠다. 못 견디고 일어나 맨 뒷줄에 서서 영상을 관람하는 이들도 있었다. 사람들 모습에 웃으며 영상을 관람했다.


2층으로 이동해 민화전을 보았다. 아이들의 집에 있는 민화 책을 보고 갔기에 꽃과 동물을 그린 화려한 그림 만을 상상하고 갔다. 전시 중인 작품은 한글과 현대 유행이 어우러져 더욱 신선했다. 색감도 어쩜 저리 고울까 전혀 촌스럽지 않고 우아하기 그지없다.

 

3층의 젊은 작가들 전시를 보았다. 프랑스에서 현재 활동 중인 한인 작가 전시회로 아래층의 전시와는 또 다른 매력을 준다. 작품을 보니 미술은 특정한 이들의 취미가 아니라 우리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한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마지막으로 한글책과 한국 작가들의 불어판 도서를 대여할 수 있는 도서관을 둘러보고 나왔다.


파리에 자국 문화를 소개하는 건물이 있다는 건 대단한 일이라 생각된다. 외국인뿐만 아니라 교포들도 한국문화와 늘 가까이 있을 수 있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나는 아이들에게 설명했다. "프랑스에 한국 문화를 알리는 곳이 있는 걸 자랑스럽게 여기라고. 모든 나라가 다 파리에 문화원을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고, 친구들이 한국을 모르면 이곳에 데려와 소개하라고" 말이다.


아이들은 다음에 또 가자고 졸라댈 정도로 이곳을 마음에 들어 했다. 다음엔 어린이 프로그램이 있으면 참여하러 와야겠다.



얼마 전 파리 근교 동쪽에 위치한 노정-쉬흐-만느 Nogent sur marne 에 한국 공연팀이 다녀갔다. 우리 가족은 저녁을 먹고 12분 걸어 노정 시청 앞에 도착했다. 백신 접종 확인서를 보여주고 의자에 앉을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이 공연을 이미 유튜브를 통해 관람했지만 아이들에게 한국 전통 공연을 보여주기 위해 이곳에 갔다.


연희 프로젝트는 2명의 전통 음악인과 2명의 현대무용가로 구성되었다. 사물놀이패로 등장해 전통의상을 소개하는 패션쇼, 전통 음악에 맞춘 현대 무과 EDM 음악에 맞춘 꽹과리 등 1시간 공연이 지루하지 않았다. 재밌었던 모습은 꽹과리를 칠 때마다 프랑스 아이들이 귀를 막았고 EDM 음악이 나올 때마다 신나게 춤을 추었다. 무서운 대형 탈을 쓰고 아이들에게 인사하니 아이들 전원이 고개를 숙이거나 돌리며 눈을 피했다.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는 소품에 눈이 갔다. 꽃술이며 조각보 색상이 고급스럽고 아름다웠다. 장인이 만드셨겠지?

아들에게 물었다. "사물놀이 배우고 싶어? 파리에서도 배울 수 있어"

아들은 자기는 수요일에 음악원 conservatoire 레슨 있어서 못 간다고 단호히 거절했다.


감동적이었던 건 공연을 위해 시청 앞 광장도 내어주고 시청에 태극기도 걸어주다는 점이다. 또 이 공연팀이 여러 나라 순회가 아닌 이 날 한 번의 공연을 위해 프랑스에 왔다점이다.


한국에 못 간지 3년이 됐는데 이렇게라도 한국을 느낄 수 있어서 너무 좋았다.

한국 문화를 모르는 프랑스인들에게도 좋은 경험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https://youtu.be/mWWPWbSTvvY



16회 파리 한국 영화제가 곧 시작된다. 

15회 영화제 때 내가 쓴 기사도 께 올린다.

https://home.ebs.co.kr/ebsnews/menu1/newsAllView/60071938/H?eduNewsYn=R&newsFldDetlCd=CORNER_17


아이들은 BTS와 블랙핑크 덕에 학교에서 인기가 많다. 오늘도 학교에서 누나들과 친구들이 한국어를 가르쳐 달라고 했다고 한다. 나도 동네를 지나다니다 보면 먼저 다가와 "안녕하세요" 라며 쑥스럽게 인사하고 수줍게 도망치는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


문화를 통해 한국을 알리는 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이전 07화 마들롱 축제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