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로니에 May 23. 2022

극장 100주년 기념 동네 카니발

유럽에서 아름다운 극장 10위 안에 선정된 극장

지난주 문화센터에 갔을 때 카니발용 마스크가 햇볕 아래 꼬들꼬들 말려지고 있었다.

앗! 이건 뭐지? 무슨 행사가 있나?

그리고 그날 알았다. 바로 일주일 후에 카니발 행진이 있다는 걸 말이다.


초등학교 앞에 행사 포스터가 부착되어 있었다.

14시까지 공원으로 분장을 하고 오라는 내용이 적혀있다
빵집 가는 길, 카니발 행진이 진행 될 골목에 토요일 주차 금지 안내문이 놓여있다.


3년 만이다.

2019년도에 카니발 행진을 하고 2020년도에 마스크를 만들다가 코로나로 갑자기 취소가 됐다.

나는 시청 사이트에 들어가 카니발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행사날,

오전에 아들과 파리 건담 스토어에 다녀왔다.

건담 프라하 모델을 만들어야 하기에 당연히 아들은 카니발에 안 갈거라 예상했다.


그 사이 무용 수업을 다녀온 딸아이와 후다닥 점심을 먹고 엘사 공주 옷으로 갈아입었다.


"왕관 어딨어?"

"부러졌어"

"그럼 별 막대기는?"

"옆집 애기 줬잖아"

"그럼 엘사 하얀 가발이라도 써"

"그거 아빠가 버렸는데"

"그럼 장갑이랑 반지라도 껴라. 머리엔 뭐하지??"



카니발 집결 장소가 집에서 10분 거리 공원이었다.

조그마한 아이들이 슈퍼맨, 엘사, 카우보이, 백설공주 분장을 하고 같은 방향으로 걸어갔다.


노정 Nogent 시내에서 행진이 진행될 예정이었다.

공원으로 가기 위해 골목을 지나가는데 카니발 차량과 경찰차들이 보였다.


차량 통제와 주민의 안전을 위해 경찰들이 총동원된다. 날씨도 화창하고 축제하기 좋은 날이다.

집결지 공원에 도착했다. 공원 입구에서 사람들이 일일이 리스트를 확인하며 입장하고 있었다.


내 앞의 아주머니는 나에게 "등록해야 입장 가능한 거야?"

"아니. 나도 등록 안 했는데. 다 오라고 했는데 웬 등록?"


다들 왜 명단을 확인하는지 모른다는 반응이었다.

내 차례가 됐다.

"어느 학교에서 왔어?"

"나는 퐁뜨네에서 왔는데"

"퐁뜨네 학교는 그룹 5야"


그렇게 갑자기 소속이 생겨 5그룹을 찾아갔다.

5그룹은 퐁뜨네 학교와 노정 핸드볼 클럽과 유도 클럽이 소속되었다. 아들의 유도 선생을 오랜만에 봤다.


딸아이는 무용 학원 친구들과 같이 있고 싶었지만 소속이 달랐다. 다른 그룹은 학교 이름별로 분배되어 있었다.

1그룹부터 신나는 음악과 행진이 진행됐다.

브라질 협회는 신나는 음악과 함께  쌈바 춤, 까뽀에이라 전통 무술 시범을 보였다.

딸아이는 전날 저녁 혼자 색종이를 자르며 꽃가루를 준비했다. 스스로 준비해 갔는데 공원에서 1인 한 봉지씩 꽃가루를 나눠주었다. 비밀 봉지를 받고 딸아이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엄마, 엄청 많아"

공원에서부터 시청까지 길거리에서 뿌리라고 했다.

걸어서 10분 거리다.


누가 저 많은 종이를 잘랐을까..

누가 청소를 할 것인가...


모르겠다. 우선 즐기자~

아이들이 가장 좋아했을 대형 비눗방울 기계는.. 고장났다.

처음에는 5그룹에 소속되어 함께 행진했다.

전진하지 못하고 계속 거리에 서 있게 되었다.

뜨거운 햇볕에 지친 아이들이 이탈하기 시작했다.


나도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가 왜 이 소속에 있어야 하지?"라는 생각이 들어 아이와 함께 이탈했다.

자유롭게 걸어 다니며 사진을 찍었다.

걷다 보니 왜 전진이 안 되는지도 알았다.


이날은 동네 극장 100주년 행사라 극장 앞에서 행사를 하고 있었다. 그 행사를 본다고 사람들이 길을 막아서 지나갈 수 없었던 거다.

유럽의 아름다운 극장 10위 안에 든 흐와얄 쁠라스 극장

극장을 지나 드디어 노정 시청에 도착했다

아직 행진 행렬이 도착하지 않아 여유로웠다.

풍선도 사고 아이스크림도 먹으며 의자에 앉아 쉬었다. 10분 거리를 오는데 2시간이 걸렸다.


음료수와 풍선 판매 중

하나 둘 행렬이 도착했다. 순식간에 시청 광장이 꽉 찼다. 자연스럽게 무대 위에 공연이 이어졌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무대에 올라 왈츠를 선보였다

그다음엔 어린 댄스팀이 올랐다. 음악 연주도 이어졌다. 동네 클럽 소개 자리였다.


노정 시청

딸아이는 "지난번 사물놀이 공연 땐 저기에(시청에)  태극기가 달려 있었는데 왜 지금은 없어?" 라고 묻는다.

행사를 위해 그날만 특별히 걸어놓은 거였다고 설명했다.

찰리 채플린과 해리포터팀

이렇게 축제 같은 축제를 즐긴 게 꽤 오랜만이다.

다시 2020년 이전으로 돌아간 것 같아 뭉클했다.


이전 05화 프랑스 중세시대 축제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