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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Jun 30. 2022

마들롱 축제

우리 동네에서 가장 큰 연중행사

퐁뜨네 마들롱 축제는 연중 가장 큰 행사로 주말 동안 콘서트, 놀이동산, 아뜰리에, 벼룩시장 등의 각종 행사가 동시에 진행되는 행사다. 2019년도 이후 3년 만에 다시 개최된 행사는 지역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모두가 즐겁게 보낼 수 있었다.

1921년 퐁뜨네 마들롱 축제 포스터

왜 축제 이름이 마들롱인가?

프랑스 전쟁은 물론 스페인 전쟁 참전 등으로 많은 희생자를 낳은 퐁뜨네는 '라 마들롱 La menton' 이란 샹송에 큰 의미를 두는 듯하다. 라 마들롱은 파리의 어느 카페에서 1914에 불리어졌고 1914-1918년 전쟁 동안 많은 이들의 입에 불리어졌다고 한다. 우리의 민중가요처럼 음악을 통해 역사를 기리고 전통을 이어가려는 모습 같다.  


축제일 2주 전 즈음 시청으로부터 메일을 받았다. 지역주민들이 참여하는 벼룩시장 접수에 관련된 내용이었다.  일주일 전부터 학교 앞 큰 도로를 막아 놀이기구를 설치했다.

축제 며칠 전부터는 학교에서 티켓을 구입하면 한 개를 더 탈 수 있는 1+1 티켓을 나눠주었다.


축제 시작일 학교가 끝난 후 아이들은 우르르 놀이기구를 타러 갔다.

놀이기구, 솜사탕, 츄러스 등 아이들은 신이 났다. 퇴근하고 온 엄마들은 얼굴에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지만 아이들의 즐거운 모습에 간신히 몸을 지탱하고 있었다.


내가 엄마들에게 물었다. "너 이따 스타드에서 하는 콘서트 갈 거야?"

"음.... 너네가 간다면 우리도 갈게. 몇 시에 하는 거야?"

나는 시청 사이트의 마들롱 축제 프로그램을 왓챱으로 보내주었다.


간단히 저녁 식사 후 콘서트와 불꽃놀이를 보기 위해 20시경에 스타드로 갔다. 걸어서 8분 거리였다.

입장하자마자 보이는 건 바로 앰뷸런스였다. 한편에서는 숯불에 소시지를 구워 샌드위치를 나눠주고 있었다.    


콘서트 중간에 파업에 참여하는 학교 교사들이(그레비스트) 시민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공교육의 질이 향상되어야 학교 교사들이 파업하지 않고 학교가 문을 닫지 않을 수 있다고 설득하는 중이다.

무대에 오른 교사들 중 딸아이 담임도 있었다. 늘 파업에 참여하는 교사 때문에 학급이 문을 닫아야 했고 따지고 드는 나 같은 엄마 때문에 아이들은 두 세명씩 나뉘어 다른 반에 들어가 멀뚱멀뚱 앉아 있어야만 했다.  


아들은 친구들과 3시간 동안 서서 공연을 봤고, 딸 아인 친구들과 공연장 전체를 누비고 다녔다.

트와 카페 구흐멍 Trois cafés Gourmands  이라는 팀이 나와 노래를 불렀다.

"앗! 나도 아는 노래다" 동네에서 가수를 초청했다. 옆에 앉아 있던 아가씨는 벌떡 일어나더니 미친 듯이 을 췄다. 주민들은 다 같이 합창하는데 한국 떼창도 생각나면서 오랜만에 느끼는 축제 분위기였다.

https://www.youtube.com/watch?v=tt3dpvJm7u4


한 시간가량의 콘서트가 끝나고 바로 불꽃놀이가 진행됐다. 아이들은 서로 부둥켜 앉고 신나 했다.

남편과 나도 즐거워하는 아이들 모습을 보니 좋고 오랜만에 공연도 봐서 휴식 같은 시간이었다.


축제 둘째 날, 시청 공원에서 지역 음악원과 아들이 속한 중학교 오케스트라 반 공연이 있었다. 10시에 공원으로 가는 길에 지역 도로들을 다 막아놓고 벼룩시장이 열렸다. 규모가 어마어마했다. 큰 도로부터 작은 골목까지 꽉 채울 만큼 참여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개인도 있었고 전문적으로 장사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시청 공원에 들어가니 맛있는 냄새가 솔솔 풍겼다. 크레프와 감자튀김. 소시지를 열심히 구워 장사하려는 부스들이 보였다. 또 지역의 각종 협회에서 나와 홍보를 하고 있었다. 그중 다 쓴 칫솔과 치약으로 아프리카 토고 Togo 아이들을 돕는 협회의 부스도 보였다. 안에 사람은 없어 인사를 할 수 없었지만 나는 올해도 일 년 치 모은 헌 칫솔과 치약을 쇼핑백에 담아 학교로 보냈다. 학교에서 한꺼번에 수집해 이 협회에 전달한다.

이 단체에 관련된 기사로 작년 다음 뉴스에서 랭킹 1위를 했던 적이 있다. 기사도 함께 첨부한다.

https://home.ebs.co.kr/ebsnews/menu1/newsAllView/60075039/N?eduNewsYn=R


중학교 오케스트라 CHAM 음악반 합창을 준비한 곡은 총 4곡, 프랑스어 2곡 우크라이나어 2곡이다. 한 달 전부터 합창 연습을 했는데 무슨 뜻인지도 모르고 무작정 외워야 하는 우크라이나어 때문에 아들은 힘들어 했다.

공연 전 사진 촬영을 하고 있다.

공연의 시작은 음악원 conservatoire 학생들의 타악기팀의 연주로 시작됐다. 저 드럼 선생님이 아들 친구의 아빠라는 말이 기억났다. 음악원의 이번 학기말 공연을 마들롱 공연으로 대신한다는 걸 이 날 알았다. 일년 동안 배운 연주곡을 실컷 뽐냈다.


드디어 아들의 합창 시간이 돌아왔다. 동유럽 출신의 피아노 선생님(음악원)이 지휘를 맡았는데 공연 전 관객 중 우크라이나 학생들이 있는지 물었고 2명의 아이들이 합창에 함께 참여했다. 마지막 곡을 부를 때 한 여자 아이가 기절했다. 원래는 이날 비 소식이 있었으나 예상외로 햇볕이 강했다. 한 시간 이상 서서 대기하다 무대에 올랐는데 더위에 기절해 버렸다. 주변의 어른 한 명이 기절한 아이를 안고 바로 옆 의료 부스로 이동했고 아이들은 준비한 곡을 마무리했다. 다행히 아이는 바로 정신을 차려 의자에 앉아 있었다고 한다.


그다음은 오케스트라 반 2.3학년들의 악기 연주가 이어졌다.  

시장도 함께 공연을 관람했는데 음악원 교사들은 시장에게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  

공연 후 간식도 사 먹고 어제 타고 남은 놀이기구 티켓을 사용하기 위해 놀이동산에도 갔다. 이후에도 마술쇼, 공연, 아이들 만들기 수업 등 수많은 프로그램들이 있었다.


이틀 동안의 동네 축제지만 규모가 크고 알찬 프로그램이었다. 그리고 한 2주 후 지역 잡지에 소개된 마들롱 축제 사진을 볼 수 있었다.

이날 촬영한 사진이 지역 매거진에 실렸다.

지역 문화가 중요한 이유는... 이런 행사들이 죽은 지역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경제도 살리고 분위기도 살리고 지역주민들도 단결할 수 있다.

주민들이 즐거워야 도시도 부흥한다.


나는 축제와 아이들 프로그램이 잘 되어 있는 이 지역에 만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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