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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y 26. 2021

이유 없는 불안과 짜증. 커피를 바꿨다

습관처럼 먹던 것들


나의 불안은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10대 때도 늘 불안했고 20대 때도 마찬가지였다.

30대에 아이 엄마가 되어서도 내가 사는 환경 때문에 늘 긴장하며 살았다.

40대가 되어서도 "이렇게 사는 게 맞는 건가" 여전히 불안했다.

그러나 한편으론 "사는 게 다 그렇지 않나?"

나의 불안이 '지극히 정상'이라며 합리화했다.


프랑스로 이민 온 후 이방인으로서의 삶은 쉽지 않았다.

말이 안 통해 아파도 병원 안 가고 버틸 때가 많았고 잡상인이 문 두드리는 것도 무서웠다.

아이들이 응급실에 가거나 어떤 사건이 일어나면 한순간 멘탈이 무너져버린다.

특히 서류 작업할 때는 혹시나 내 실수로 아이들이 피해를 입을까 시청에도 여러 번 쫓아갔다.

프랑스 시스템을 정확히 모르니 확인 또 확인해야만 했다.

나는 호기심이 많고 의심도 많고 불안도 많은 사람이니까.


남미로 이동하기 전부터 시작된 공황장애는

거주기간 3년 동안 호흡곤란이 올 때가 여러 번 있었다.

첫째 아이에게 엄마가 혹시 무슨 일 생기면 옆집으로 달려가라고 말하곤 했다.

엄마의 불안지수가 높으면 아이도 불안지수가 높다.


아마존에서 제대로 된 복지 혜택을 누리지 못하고 살다가 현재는 사람이 살 수 있는 곳에 정착했다.

프랑스 본토로 돌아온 이후에는 공황장애가 다 나은 줄 알았다.


나윤선 재즈 콘서트를 보러 몽마르트 언덕 아래 르 트리아농 공연장에 갔던 날

소등이 되고 문이 닫히는 순간 호흡곤란이 시작되면서 온몸이 저려왔다.

친구가 옆에 있었지만 아무 말하지 않았다.

지금껏 기절한 적이 없었기에 쓰러지지 않을 거라는 믿음이 있었다.

첫 번째 곡이 끝날 무렵 나의 호흡은 돌아왔다. 이미 식은땀에 온 몸이 젖어있었다.


평소엔 늘 고요하다.

불안할 이유 없이 편안해야 한다. 근데 이유 없이 불안하다.

나와 같은 질병을 '범불안 장애'라고 한다.

아무 사고 없이 평온한데도 나는 마치 폭풍전야처럼 불안했다.

"왜 고요하지?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데.."


40이 넘어서부터는 짜증도 더 늘었다. 열이 올랐다 내렸다 감정 기복도 심했다.

"갱년긴가? 호르몬제를 먹어야 하나?"


이동금지로 학교가 폐쇄되고 에너지 넘치는 애들을 집 안에 가둬두려니 힘이 부쳤다.

4월 어느 날 약국에 갔다.

"나 애들한테 매일 소리쳐, 스트레스받아서 계속 짜증 나. 마그네슘 좀 줘"

약사는 친절히 나에게 마그네슘 한통과 스트레스 BIO 제품을 추천해 주었다.

신기하게 스트레스 약을 복용하면 애들한테 소리를 칠 힘이 없었다.

"신경 안정제가 아니라 힘을 빼는 약이었구나."

어쨌든 이 약을 복용 후 아이들에게 소리 지르던 것을 멈췄다.

지금껏 짜증의 원인이 카페인이라고 생각한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우연히 <커피를 당장 끓어야 하는 사람들 5가지 증상> 중 내가 3가지에 해당된다는 걸 알았다.

1. 짜증

2. 불안

3. 수면장애


 잠은 원래 평균 5시간, 많이 자야 6시간이면 자동으로 눈이 떠진다.

 문제는 깊이 자지 못한다는데 있다. 그래서 예민하다.


예전에 아는 언니가 나한테 이렇게 물었다.

" 잠자는 것에 대해 죄책감을 가지고 있어?"

그 언니는 나와는 반대로 머리만 대면 잠이 드는 사람이었다.

나는 즉각 대답했다. "죽으면 평생 잠들어 있을 건데 뭐하러 많이 자? 시간이 아깝지"

평소 밤 12시~ 새벽 2시에 잠이 든다.

깨어 있는 시간에 공부라도 했으면 현재 나의 모습은..

잠은 안 자고 영화를 본다든지 쇼핑몰을 구경한다든지 그냥 눈만 뜨고 있을 뿐

그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진 않았다.

요즘도 늘 생각한다. "불어 공부를 해야 하는데..."

그러나 난 인터넷 뉴스를 뒤적거리고 있다.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사람은 고쳐서 쓰는 게 아니라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카페인 함량이 낮은 디카페인 커피로 바꾸었다.

결과는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커피를 바꾼 후 마그네슘, 스트레스 약을 더 이상 복용하지 않고 있다.

카페인 때문에 심장박동이 빨라져 불안했던 증세도 사라지고 감정기복도 없어졌다.

예민하지 않으니 아이들에게도 친절해졌다.


나는 원래 에스프레소 8단계를 마셨다.

커피를 사랑해서가 아니라 습관처럼 일어나자마자 한잔, 점심 후 한잔을 마신다. 

커피를 타 놓고 차갑게 식을 때까지 마시지 않을 때도 많다.

뚱뚱한 사람들의 특징이 배고프지 않은데도 무언가 계속 습관처럼 먹는다는 것과 같은 상황이다.


카페인이 몸에 맞지 않는데 십 년 넘게 가장 센 8단계를 마신 거다.

예전에 슈퍼에 8단계가 없어서 5단계 커피를 사온적이 있다.

맛이 없었다. 그래서 당연히 8단계만 마셨다.


옆집에 살던 루마니아 이웃은 커피를 싫어한다. 담배처럼 맛도 없는 걸 왜 먹냐고 묻던 여자다.

아파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가 하루에 커피 한잔을 의무적으로 마시라고 처방했다고 한다.

억지로 커피를 마셔야 하는 그녀는 온갖 인상을 썼다.



디카페인도 나름 부작용이 있다고 한다.

콜레스테롤 증가, 화학물질 섭취, 카페인 5% 섭취


남편도 일어나자 마시던 모닝커피를 끓고 요플레에 BIO 오트밀을 섞어먹는다.

위가 약한 상태에서 모닝커피를 마시면 속이 더 불편하기 때문이다.


암효과를 위해 커피도 적당히 마셔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신 내 몸에 맞는 것을 찾자.


불안하고 짜증이 난다면 마시고 있는 커피를 쳐다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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