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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로니에 Mar 15. 2019

나윤선 콘서트 보러 몽마르트로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화요일 저녁

퇴근하고 나윤선 콘서트를 보기 위해 몽마르트르 쪽으로 향했다. 지하철 2호선 Anvers역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몽쥬 약국. 한국 관광객은 여행사에 의해 들려야 하는 필수코스인 약국이자 파리 여러 곳에 체인점이 있으며 한국 관광객을 위한 한국 직원도 있는 곳이다. 왜 약국이 관광코스인가.

프랑스 약국 화장품이 유명하기 때문이다.

약국을 지나 작은 골목을 올라가면 보이는 몽마르트. 내가 마지막으로 이곳에 온건 2012년도. 시간은 빨리도 흐르는구나.

몽마르트 언덕 주변 공연장, 케이블카


공연 전 저녁 식사를 위해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피아노 옆에 앉게 되었다. 비 오는 날 피아노 옆에서 식사라.. 왠지 낭망적이다.

이제 공연 보러 몽마르트 아래쪽으로 이동했다.

나윤선 재즈 보컬리스트는 매년 프랑스뿐만 아니라 유럽 전 세계에서 공연 투어를 한다. 파리 공연을 시작으로 프랑스에서만 14회 공연이 잡혀있다고 한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르 트리아농 Le Trianon 공연장. 보통 공연 전에 맥주나 와인을 사 마실 수 있게 되어 있어서 우리도 4유로짜리 화이트 와인 한잔씩 마셨다.

공연장 안엔 의외로 아시아인들이 보이지 않았다. 나윤선씨가 외국에서 더 유명하다는 말이 이해가 될 정도였다. 공연의 장르는 꼭 재즈라고 말할 수 없다. 나윤선씨는 불문과를 졸업해 뮤지컬 배우를 하다가 프랑스에 와서 성악과 재즈를 배웠는데 재즈 학교를 동시에 여러 곳에 다닐 정도로 열심이었다고 한다. 늦은 나이에 시작해 더 열정적으로 하지 않았을까 생각해본다.


나는 공연 전에 친구에게 이 공연은 퓨전 재즈일 거라고 말했다. 공연은 마치 한 편의 뮤지컬 같기도 하고 락 공연 같기도 했다. 중간중간 성악 발성도 나오고 EDM 음악은 아니었지만 어떤 기계도 조작하면서 쉴 새 없이 다채롭게 진행됐다. 지루할 틈 없는 구성에 나윤선씨의 압도적인 카리스마까지.. 살짝 취했던 술이 번쩍 깨면서 탄성이 절로 나왔다.


그녀 옆 2명의 세션은 열 일을 하고 있었다. 기타리스트가 건반도 연주했다. 드러머가 베이스와 콘트라베이스를 연주했다. 보컬과 연주자들은 본인의 기량을 맘껏 뽐내며 1시간 반 공연을 꽉 채웠다. 모든 사람들이 기립박수를 보냈고 2번의 앵콜곡으로 공연은 막을 내렸다.

멋지다.

그리고 또 한 번 느꼈다. 파리에서 일하려면 불어 영어는 기본이란 걸.. 나윤선씨처럼 말이다.

그녀는 마치 모든 재능을 다 가진 것 같아 부러웠지만 분명 보이지 않는 피나는 노력이 있었을 것이다.

우리가 모르는 외로움도...


공연 후 사인회. 나는 나윤선씨에게 내 책을 선물로 드렸다. 공연을 마친 후, 내 책이 조금이나마 휴식에 도움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기립박수를 받는 한국인 연주자들을 볼 때마다 매번 가슴이 뜨거워진다. 이게 공연장에 오는 이유가 아닐까 싶다.


공예가들은 말한다.

최고의 도구는 사람의 손이라고

나윤선은 말한다.

최고의 악기는 인간의 목소리라고

ㅡ 유희열의 스케치북에서



6월 초 파리 재즈 페스티벌을 보러 집에서 멀지 않은  플러랄 공원으로 향했다. 12구 벵센 성 맞은편에 있는 이 공원은, 만들어진지 50년 되었다고 한다. 약간의 공원 입장료가 있지만 아이들 놀이시설이나 정원 분수 공연장 등 모든 시설을 갖추고 있어 전혀 아깝지 않은 금액이다. 공원에 도착하니 사람들이 잔디밭에 누워서 재즈 페스티벌을 감상하고 있었다. 내가 본 공연은 영국에서 활동 중인 클라리넷 연주가였다. 나윤선씨는 다음 금요일 저녁 유료 공연장에서 공연할 예정이다.

우리 아이들은 이미 학교에서 여러 차례 이 공원을 방문해서 아이들이 날 가이드해주었다. 순간 우리 엄마 생각이 났다. 나 어렸을 때 올림픽공원에 자주 갔었는데 이 공원이 그런 느낌이다.

엄마는 나에게 많이 보고 많이 경험하라고 엄청 많이 날 데리고 다니셨다. 지금 내가 우리 아이들에게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래서 세상의 모든 딸들은 결국 엄마를 닮나 보다.

음악도 들으며 아이들도 어른들도 행복한 하루를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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