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은영 작가의 소설 속에서, ‘아파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대신 아파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나온다. 그 말을 보고 생각했다. 세상에는 슬픔의 총량이라는 것이 정해져 있는 걸까? 그래서 누군가 더 아파하면 누군가는 좀 둔감한 걸까.
전 국민이 마음 아파 울던 일이 있었다. 4년 전 그 일은, 시간이 지나자 점차 잊혀 갔다. 지금 그 일로 눈물짓는 이들을 향해 어떤 이들은 ‘나약하다’고, ‘그만 좀 하라’고 말한다. 광화문 광장에 있는 노란 리본 부스를 보는 것을 불편해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지금도 눈물짓는 그들이 어쩌면, 우리 대신 아파하는 사람이 아닐까. 그들 덕분에 우리가 눈물을 닦고 일상을 살고, 덜 아파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이미 문을 열고 다른 곳으로 나가 일상을 살아내는 사람들 뒤에, 아직 그 방 안에서 아린 마음을 간직한 채로 있는 이들이 있기에. 빚진 마음을 가진 채 오늘을 살아낸다. 2018년 여름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