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그곳에 내려앉았다

 100마리의 애벌레 중, 나비가 되는 애벌레는 단 한 마리라고 한다. 나머지 99마리는 모두 잡아 먹히거나, 살아 남아 번데기가 된다 해도 기생벌의 먹이와 집이 되거나, 비바람에 떨어지는 등 나비가 되지 못한 채 생을 마감한다. 매우 더웠던 올해 여름, 서산의 길거리에서 말라죽은 1%의 나비를 보았다. 비가 오지 않고, 햇빛이 쨍쨍하게 그늘 하나 없었던 황량한 길거리에서 수분 없이 말라죽은 조그만 나비가 어떻게 눈에 띄었는지 모르겠다. 그건 1%의 확률보다 더 적지 않았을까. 

 하필 지쳐서 내려앉은 곳이 왜 그늘 하나 없는 곳이었는지… 조금만 높이 날아 그 옆 풀숲에 내려앉았다면 살 수 있었을지 확률을 계산하는 건 부질없는 일이겠지. 너는 이미 1%의 확률로 세상에 나왔고 그 이상의 확률을 요구하는 건 어쩌면 가혹한 일일지도. 수고했어, 이 한 마디면 충분할 것 같아. 수고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