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지우개'라는 친구가 있다. 나는 그에게 안 좋은 사건들을 오래 가지고 곱씹는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고 그 기억들을 지우라는 의미로 '지우개'라는 별명을 붙여주었다. 그리고 나는 그를 계속 '지우개'라고 불렀다.
'지우개'는 좋아하는 노래를 굉장히 아껴서 들었다. 그렇게나 좋아하는 노래를 자신에게 보상을 주듯이 가끔씩만 들었다. 좋아하는 노래가 생기면-그것은 그에게 드물게 일어나는 일이었다- 하루에 두, 세 번 정도를 듣고 그다음 사흘 정도는 듣지 않았다. 그리고 사흘 뒤 다시 꺼내 듣는 식이었다. 노래를 들을 땐 음량을 세심히 조절했다. 노래를 추천할 때는 언제, 누구와 함께, 뭘 하면서 들으면 좋은 지도 함께 알려주곤 했다.
왜 좋아하는 노래를 그토록 아껴서 듣냐고 물었을 때 '지우개'는 그 노래가 물린다는 이유로 싫어지지 않기 위해서라고 답했다. 사람은 그럴 수밖에 없어서, 아무리 참신하고 새로운 것이라도 어느 정도의 기간이 지나면 헌 것으로 느끼기 마련이라고, 그럴 때 매일 같이 새롭고 참신한 것을 찾으러 떠날 수만은 없다고. 그 노래가 쉽게 질려서, 가 아니라 내가 가진 성정, 인간이 가진 성정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 노래를 아껴서 들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