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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윤미 Sep 05. 2021

오늘의 구름




   가까스로 잠이 든다. 두 아이는 수다를 떨다가, 깔깔거리다 양을 세다가 화장실을 드나들다가 엄마를 괜히 한번 부르다가 가까스로 잠이 든다. 두 아이가 잠든 새벽이 되어서야 나는 괜히 거실을 어슬렁거려보기도 하고 책을 집어 들기도 하며 음악에 귀 기울여 본다. 큰아이는 한 손으로 턱을 감싸고 잠이 든다. 아이의 버릇이다. 큰아이가 내 몸에 있을 때, 초음파 사진 속의 아이는 자주 얼굴을 손으로 가리곤 했다. 작은아이는 이리저리 굴러다니기도 하고, 자다 엄마를 찾기도 한다. 배를 토닥여주거나 슬쩍 안았다가 다시 눕히면 다시 잠들곤 한다. 육아는 아이들이 잘 잠드는 것을 지켜보는 일인지도 모른다. 두 아이가 같은 자세로 깊은 잠에 빠져 있을 때가 있다. 옆으로 돌아누워 같은 방향을 보면서 잔다거나 두 다리를 배까지 끌어당기거나 둘 다 한쪽으로만 얼굴을 돌릴 때가 있다. 나는 같은 자세로 잠든 아이들을 몰래 사진 찍는다. 그리고 다음 날 사진을 보여준다. 아이들은 자신들이 모르는 세계에서 온 사진을 보며 낄낄거린다. 자매는 좋다. 자매라서 같은 방향으로 머리카락이 흩날리기도 하고, 비슷한 속도로 울음과 웃음을 조율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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