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en we pull up you know it's a shutdown / 간판 내리고 문 잠가 shut down
Whip it whip it whip it whip it / Whip it whip it whip it whip it
Keep watching me shut it down
온라인 강의를 들으면서 체력 운동만 따라한 건 아니다. 일단은 모든 강의를 다 열어보긴 했다. 기초는 크게 네 부분이었다. 아이솔레이션, 웨이브, 포징, 스텝. 아이솔레이션은 말 그대로 내 몸을 하나하나 ‘분리’ 시키는 것이다. 목, 어깨, 가슴, 골반 순서인데, 내가 움직이고자 하는 부분만 움직이고 다른 곳은 가만히 있는 것이다. 우리 몸은 레고가 아니니까 완전 분리되는 건 불가능하고, 그런 것처럼 움직이는 거겠지 싶겠지만, 리아킴 선생님은 완전히 분리된 사람의 움직임을 보여주셨다. 마치 마술사가 납작한 칼로 몸통을 4단 분리해버린 것처럼.
목 아이솔레이션이라고 하면 나는 박남정의 ‘널 그리며’라는 노래가 떠오른다.(아, 박남정이 누구냐면 아이돌 그룹 스테이씨의 시은 아버님 되시겠다) 그 곡의 포인트 안무가 소위 ‘ㄱㄴ춤’이란 건데 목을 좌우로 왔다갔다하며 손바닥을 세워 얼굴 옆으로 기역 니은을 표현하는 그런 한글 사랑 안무다. ‘어릴 땐 곧잘 따라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왜 안 되지? 아하, 나는 목이 짧아서 왔다갔다해도 티가 안 나는구나. 그럼 어쩔 수 없지. 패스!’ 해버린 게 뒤늦게 후회된다. 목 아이솔레이션만 그런 건 아니고 아이솔레이션 자체가 케이팝안무에 이렇게 자주 쓰이는지는 그땐 몰랐기에.
가슴 아이솔레이션을 배울 때는 안영미의 가슴춤을 보고 깔깔 웃었던 과거의 나를 떠올리곤 숙연해졌다. 그게 쉬운 게 아니었구나. 안영미는 춤꾼이었다. 나는 어깨도 가슴도 오른쪽으로는 어느 정도 되는 것 같은데, 왼쪽으로는 도통 되지를 않았다. 균형을 생각하며 살아오지 않았던 것 같다.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평균대 올라갈 때를 제외하고 내가 균형을 맞출 일이 뭐가 있었겠는가. 항상 짝다리 짚고 서있고, 다리 꼬고 앉고, 오른쪽으로만 힘을 쓰며 살아서 그런지 왼쪽으로는 되는 게 없었다.
아이솔레이션을 마스터하고 웨이브로 넘어가는 것은 무리였다. 조금은 자신 있는 웨이브를 한 뒤 다시 돌아오면 되지. 이게 온라인 강의의 매력 아니겠어! 그러나 내가 알고 있던 웨이브와 리아킴 선생님이 생각하는 웨이브는 달라도 많이 다른 것 같았다. 내 머릿속 웨이브는 그 옛날 ‘X맨’에서 하는 ‘댄스신고식’에서 여자 연예인이 추는 섹시댄스 같은 거였다. 물론 그것도 웨이브 맞겠지. 그런데 리아킴 선생님의 웨이브는 몸이 분리되어있지 않으면 할 수 없는 웨이브라고나 할까? 이래서 아이솔레이션을 먼저 배우는 것이었단 말인가! 나는 또 한 번 좌절하고 말았다.
이후 포징, 스텝, 안무 따라 하기 등등의 알차고 주옥같은 강의가 연이었지만, 전부 누워서 클릭만 했다. 도저히 기초의 벽을 넘을 수가 없었다. 높다 해도 담벼락 정도겠지 했는데, 가까이 가서 보니 ‘월 마리아(진격의 거인 보셨나요?)’ 정도 되는 장벽이었다. 리아킴 선생님이 초대형거인으로 느껴졌다. 장벽 밖이 너무너무 궁금하지만, 너무너무너무너무 겁나는 나로서는 도저히 ‘댄스 조사병단’에 들어갈 용기가 나지 않았다. 기초체력도 안 되고, 댄스기초도 안 되면 춤을 출 수 없는 건가? 커버 댄스까지는 절대 갈 수 없는 건가?
뭐든 기초부터 천천히 해야 실력이 안정적으로 는다는 것쯤은 22년 강사 생활을 한 나도 아주 자알 알고 있다. 나 또한 학생들에게 글쓰기를 가르칠 때 한 문장 쓰기에서 한 문단 쓰기, 그다음 세 문단 쓰기로 나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그전에 잘 쓴 글을 많이 읽어야 한다고도 말한다. 그런데 중년의 나이에 전혀 쓰지 않던 몸을 움직이겠다는 마음을 먹게 한 것은 아이돌 춤을 커버하고 싶다는 아주 단순한 욕망이었다. 그런데 스쾃에 플랭크부터, 내 몸을 4단 분리하는 작업부터 하라니. 내가 스무 살이었다면 그게 맞겠지만, 지금 그러기엔 뭔가 옳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기 싫어 핑계가 절반이겠지만)
중년에 피아노를 배우러 가면 어린이 바이엘, 체르니 같은 걸 배우는 게 아니라 제일 쳐보고 싶었던 곡을 하나 정해서 그것만 줄곧 연습하게 한다고 들은 적이 있다. 새롭게 배우는 것이 힘든 나이에는 평소의 로망을 바로 실현해 보는 게 오히려 ‘다시 기초부터 쌓자!’는 마음이 들게 만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인생의 회전목마’를 치다보면 ‘더 잘 치려면 뭘 더 연습해야 하지?’라는 의욕이 생기지 않을까?
기초가 중요함을 너무 잘 알고 있지만, 재미가 없었다. 모름지기 취미라면 못해도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데 고되기만 했다. 결국 온라인 강의는 완강하지 못했다. 그럼 이제 다시 학원을 찾아야 한다. 나에게는 화면 밖 선생님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