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전으로 배우는 1인 기업 매뉴얼>
'기존과 신규' 고객의 삼각함수
저에겐 기업이 고객입니다. 그중에서 지속적으로 제품을 판매하는 고객사가 30~40군데 정도 됩니다. 그런데 매달 마감 후 자료를 보면 6~7군데 고객사가 대부분의 매출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비즈니스에서도 '파레토의 법칙'이 적용됨을 실감합니다. 대략 매출의 80%를 주요 고객사가 만들어내는 것 같습니다. 혼자서 최대한의 가성비를 내려면 우수거래처에 전력을 다해야 합니다. 비교군이 많다고 할 순 없지만 어쨌든 우수거래처로 먹고 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그전에 일단 많은 고객을 확보하는 게 우선입니다. 그래야만 그중에서 살이 되고 피가 되는 고객사도 나오고, 때론 과감히 버려야 할 거래처도 골라낼 수 있습니다.
1인 기업가는 봄에 씨앗을 뿌리는 농사꾼입니다
신규 고객은 '전쟁터에 나가는 병사의 총알'
일을 하다 보면 보통 기존 고객 관리에만 매달리게 됩니다. 그 자체로도 매우 중요합니다. 우수거래처가 먹여 살리니 당연히 집중해야 합니다. 그러나 거래처의 흥망성쇠를 가까이서 지켜보니 아무도 내일은 모를 일입니다. 매일 출근하다시피 납품을 하던 고객사가 경영이 어려워져서 사라지는 경우도 보았기에 이런 일에 흔들리지 않으려면 다양한 고객층을 확보해야 합니다. 신규 개척을 게을리할 수 없는 절대적인 이유입니다.
병아리 시절 '신규 거래처의 추억'
지금은 사라진 D전자를 잊을 수가 없습니다. 처음 영업을 할 때 기업 인명부를 보고 D전자에 전화를 걸어 전산담당을 찾았습니다. 수화기를 넘겨받았던 김대리는 거래하는 데가 있다며 무심한 반응을 보였습니다. 어느 날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기다렸다는 듯이 '내일부터 납품해주세요'라고 말할 회사는 없습니다. 그래도 틈나는 대로 견적서를 보내고 안부를 물었습니다. 가뜩이나 창업한 지 얼마 안 된 시절이라 간절함이 절절할 때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김대리로부터 전화가 왔습니다. 메모리에 대해 문의하는 내용이었습니다. 전화를 먼저 준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격스러운지 보는 사람이 없는데도 휴대폰에 대고 폴더인사를 하던 게 생각납니다. 메모리부터 시작된 첫 거래가 D전자에서 사용하는 대부분의 컴퓨터와 기자재를 납품하기에 이르렀습니다. 나중에는 거의 매일 D전자에 가게 되다 보니 그곳의 직원인 것 같은 착각이 들었습니다. 어쨌든 그 때문에 매출은 빠르게 올라갔고 사업도 자리를 잡아갔습니다. 하지만 그 순간 잘되는 곳만 집중하다 보니 미래의 예비 고객을 만드는데 소홀하게 됐습니다. 사실 몇 군데 우량 거래처만으로도 먹고 사는데 지장은 없습니다. 그러나 그 상태가 영원하지 않다는 게 함정입니다.
D전자는 삼성전자 같은 대기업에 2차 전지와 파워모듈 관련 제품을 공급하던 회사였습니다. 당시에는 그쪽 시장이 전년 동기 6~7배씩 상승하던 때라 그만큼 인력도 늘고 투입되는 설비가 많았습니다. 타이밍이 적절한 시점에 D전자와 제가 만나게 된 것입니다. 거래처가 잘되니 같이 커지는 선순환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러나 급변하는 시대상황은 공고하게 다져진 시장도 흔들었습니다. 과거 MP3로 업계를 선도하던 아이리버의 레인콤이 애플의 아이팟과 연이어 터진 스마트폰으로 갈 곳을 잃은 경우와 비슷합니다. 경쟁자가 등장하고 기술이 변하면서 D전자도 같은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이후에 다른 회사로 인수되고 조금씩이나마 명맥을 이어갔지만 전성기 때처럼 판매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5년 정도 황금시대를 누리다가 저 또한 쓴맛을 보았습니다.
신규 고객은 미래의 일기예보
바쁘다고 신규 고객 늘리는 일을 게을리하게 되면 우수거래처가 어려워질 때 평균 매출이 뚝 떨어지게 됩니다. 그러나 특정 거래처의 실적이 나오지 않더라도 계속해서 신규로 거래처가 유입되면 매출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한두 군데 어려워져도 전체적으로 흔들리지 않는 체력이 만들어집니다. 신규 고객이 계속해서 생기면 과거 글로벌 경영위기나 지금의 코로나 시국처럼 국난의 상황을 맞아도 쉽게 매출이 줄지는 않습니다. 이번 달도 다음 달도 평균 매출이 나오니 비로써 사업이 단계적으로 성장하는 시점으로 진입하게 됩니다.
그들을 만나러 갑시다
저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잡코리아' 같은 취업사이트를 활용합니다. 신규인력을 채용한다는 건 그만큼 회사가 커지고 있다는 방증입니다. 취업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직원 모집을 하는 기업들의 정보가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그중에서 나만의 기준안에 들어가 있는 기업을 선정해서 컨텍을 합니다. 저만의 고객 기준은 일단 직원 수가 100~1,000명 정도인 기업입니다. 적정규모의 회사라야 지속적으로 반복구매가 일어나고 무엇보다 채권관리가 용이합니다. 너무 크거나 너무 작으면 관리하기 어려운 점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의 위치가 서울인지라 가능한 예비 고객사의 소재지가 서울과 경기권인 회사를 고릅니다. 자신의 근거지로부터의 물리적인 활동반경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본사는 서울이지만 지사가 전국에 걸쳐있는 기업은 택배를 이용해서 대부분 처리하고 있습니다.
그들이 만나주나요?
기업정보를 통해 무작위로 컨텍할 수도 있지만 '테마'를 정해놓고 영업을 하는 것도 효과적인 방법입니다. 가령 '지역'이란 테마를 정한다면 한주는 판교 테크노밸리에 위치한 벤처기업을 대상으로 집중적으로 영업을 해보는 겁니다. 다른 한주는 '교육'이란 테마를 정해서 대학교 담당자들을 만나는 방식입니다. 이런 식으로 영업을 하게 되면 특정 업종에 대한 전문성도 키워지고 일하는 재미도 배가됩니다. 같은 업종에 속해있는 예비 고객들은 서로 간에 경쟁이 될 수도 있겠지만 경쟁업체와 거래하고 있다고 하면 자신들도 같은 서비스를 제공받기를 원하기도 합니다.
1년을 못 버티는 가게, 십 년을 넘어서는 1인 기업
한두 해 하다가 그만둔다면 기회비용이 나오지 않습니다.
양식장에 치어들은 미래의 가치입니다. 1인 기업도 늘 꾸준히 신규 고객을 만들어서 롱런할 수 있는 체계를 만들어야 합니다. 다양한 거래처야말로 십 년을 가게 만드는 힘입니다. 학교는 선배가 졸업하면 신입생이 새로 들어오기 때문에 전교생이 일정하게 유지됩니다. 그러나 신도시 신설학교는 학생이 채워지기까지 시간이 필요합니다. 일정 시간이 흘러야 선후배도 생기고 개교 십 년, 이십 년의 전통을 가지게 됩니다.
사업도 같습니다. 늘 새로운 고객이 입학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