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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치선 Jul 05. 2018

청춘에 답이 어디 있겠어

MBC FM4U 여름특별기획 ‘청춘콘서트 – Play’ 관람 후기

 그 날은 날씨마저 완벽했다. 시원한 바람이 불어와 여름의 후덥지근함을 씻어갔다. 뒤로는 새소리가 들려왔고 푸른 산이 펼쳐져 있었다. 눈앞에는 석양이 지고 어스름한 달이 떠오르고 있었다. 그리고 이윽고 따뜻한 위로의 말들이 쏟아졌고, 좋아하는 가수들의 무대가 펼쳐졌다. 그곳은 청춘콘서트-Play였다.                      


 6 월 23일 문화비축기지에서 열렸던 MBC FM4U 여름특별기획청춘콘서트-Play

                                                        

 우연히 좋은 기회로 MBC FM4U와 KT가 개최하는 청춘콘서트를 관람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전에도 이와 비슷한 청춘콘서트 티켓팅에 도전한 적이 있었는데 보기 좋게 실패해버렸다. 그래서 이번 콘서트가 더 의미 있었던 것 같다. 콘서트는 MBC에서 ‘푸른 밤 이동진입니다’의 DJ를 맡고 있는 이동진의 사회로 진행되었다. MBC FM4U의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거나, 청춘에 대하여 할 얘기가 많은 가수, 배우, 작가 등이 나와 각자가 생각하는 청춘을 이야기하며 다채로운 무대를 선보였다.                      

                                         


 선선한 바람과 음악만 있으면 어디든 갈 수 있어

 라디오 공개방송에 어디 음악이 빠질 수 있겠는가. 게스트들은 각자 청춘의 마음을 대변하는 무대를 선보였다. 정승환은 보통의 하루를, 옥상달빛은 청춘길일수고했어 오늘도, 자이언티는 양화대교, 꺼내 먹어요 등을 선곡하였다. 목소리만으로도 위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옥상달빛의 청춘길일 중 ‘길고 긴 터널이 이제야 끝난 줄 알았지만 사실 난, 나 아직 준비가 되어있질 않아’라는 가사가 기억에 남는다. 긴 준비를 마친 듯했지만 아무런 보호장비 없이 세상으로 던져진 20대, 30대의 두려운 마음을 담은 현실적인 가사였다. 게스트들의 노래는 불어오는 바람, 해지는 저녁 하늘과 어우러져 운치 있는 분위기를 자아냈다. 백 마디 말보다 따뜻한 멜로디와 가사로 헛헛한 토요일 여름밤을 가득 채워준 무대였다.     


 청춘은 자라서 어른이 되었다

 함께 가사를 쓰고 랩을 하는 걸 좋아했던 고등학생들은 커서 우리나라 대표 힙합 프로그램에서 괄목할 만한 성적을 거둔다. 그리고 이젠 이름만 들어도 ‘아, 걔네?’하며 모두가 알아볼 수 있는 ‘리듬파워’라는 가수가 되었다.

 어느 한 클럽에서 첫 공연을 했던 소란의 앞에 있던 관객은 단 네 명뿐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그 관객들을 위해서 거의 월드투어를 온 가수처럼 열심히 무대에 임한다. 알고 보니, 그 유일한 관객들은 다음 무대를 준비하는 팀이었다. 알고 나서 몹시 허탈했겠지만, 어쩌면 그런, 관객 하나 없던 무명의 시절을 겪었기에 소란이 지금의 자리에서 빛날 수 있게 된 것일지도 모른다.

 자이언티는 어려운 일이 있을 때 거리낌 없이 도움을 청하는 친구였다고 한다. 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더라면 지금의 음원 차트 1위 자이언티도 없었을지도 모른다.

 처음부터 완성된 상태로 살아가는 사람은 없다. 모두 미완성인 상태에서 시행착오를 겪고, 성장하여 각자의 자리에서 빛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이 들려준 이야기는 아직 싹을 틔우지 못한 청춘들도 해낼 수 있다는 힘을 북돋워 주었다.     


 “답을 찾는 것보다 문제에 집중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김중혁 작가와의 토크타임 때, 작가가 한 말이다. 이번 콘서트에서 가장 인상 깊은 말이었다. 세상은 청춘에게 답을 찾고, 선택하는 것을 강요한다. 김중혁 작가는 이러한 인식에 대해 ‘답이 아닌 문제에 집중하라’라는 말로 정면으로 반박하는 것이다.

 이후 이어지는 청춘들의 고민을 담은 사연을 보며, 모두가 다른 세상에 살아도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을 느꼈다. 그들 모두 자신이 가진 문제의 답을 내리고 싶어 했다. 청춘에 답이 어디 있겠는가. 무작정 답을 구하는 것보다, 그 문제의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 가장 중요한 것을. 그저 각자의 길을 천천히 걸어가고, 길가에 자라나는 들꽃을 바라보는 게 인생인 것이다.                                           

                                         


 모기가 귓가에 윙윙대는 것도 느끼지 못할 만큼 즐거웠던 콘서트였다. 늘 집에서 이어폰을 꽂고 듣던 라디오를 자연의 소리와 함께 야외에서 즐길 수 있었던 것도 꽤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 곳에 있는 사람들끼리 서로 얼굴도 이름도 모르지만, 같은 라디오 프로그램을 듣는다는 커다란 공통점을 가지고 모였다는 점도 흥미로웠다. 같은 고민을 안고 살아간다는 것도, 무엇보다도 모두 마음만은 푸르른 청춘이라는 것도. 청춘, 여름밤, 그리고 음악. 어쩌면 더할 나위 없는 조합이 아닐까? 오랜만에 청춘이라는 이유로, 아무 걱정 없이 그 시간을 온전히 즐길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서로가 비슷한 고민을 나누던 이 시간이 모두에게 조금의 위로가 되었으면 한다.     


사진 출처: MBC 홍보부 사진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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