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멈추고 싶다

by 모래쌤

원래는 음식을 만들어 배달을 하던 곳이었다지.

바닥을 몇 번 벗겨냈고

에폭시로 네 번이나 덧입히고

냄새를 완전히 없애고 바닥을 깨끗이 하느라

인테리어 사장님 그 더운 여름 고생 좀 하셨지.

그렇게 하고 6개월



나무로 멋지게 짜놓은 책장 틈을 비집고

물이 샌다

어디에서부터 일까

시작점은 알 수 없는데

나오는 곳은 점점 늘어난다.



매일 줄줄 새면

전면적으로 일을 멈추고 업자를 부르고

난리가 나게 번잡을 떨며 어찌해 볼 텐데.




간헐적이다.

괜찮으면 하루 넘기고

물이 새면 또 마음이 허둥허둥



그런데

나무가 썩고 있는 것 같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물이 살금살금

그러다 갑자기 쭈우욱 나오기도



저 나무 책장 참 멋진데

겉보기에는 분위기도 있고

겉만 그렇잖아.

속 어딘가가 금이 간 물관을 품고 있어

저러다 겉이 다 썩겠지.

아니 어쩌면 땅속으로 꺼지려나.



가만히 들여다보며

이걸 어쩌지? 하는데

갑자기 내 인생 같네 하는 생각이......



겉은 멀쩡해 보이는데

내 속은 금이 가고 깨져서

어디선가 계속 물이 줄줄 새는데

그러다 한 번씩 밖으로 쏟아져 나오면

주체할 수가 없다



겉보기엔 좋아 뵈는지

다들 나를 보면

얼굴이 좋대

나는 죽겠는데 항상 사람들은 날 보면 좋아 뵌대

예전엔 고생 있는 대로 시키시면서

주님이 날 관리하시는구나 하며

감사했는데



이젠 그 소리 너무 싫어

흉하게 보이고 싶은 심술 맞은 생각도 든다



이렇게 막고 저렇게 막고

그러면 또 다른 곳에서 터지는 인생




미봉책

그만

그냥 다

멈추고 싶다.

책장 그만 썩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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