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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락 May 16. 2021

소소한 에세이

취다선의 아침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나만의 루틴으로 하루의 시작을 준비한다. 이부자리 정리하기, 입 헹구기, 프로바이오틱스 한포 먹기, 레몬 생강차 마시며 위대한 상인 및 경제신문 읽기. 그리고 날씨 좋은 날이면 걸으러 나가고 그렇지 않으면 요가를 한다. 운동 후 간단하게 아침을 먹고 업무를 시작한다.


이제부터 여기에 새로운 루틴으로 차를 통한 명상을 추가할 것이다. 프로그램 이름은 '취다선의 아침'이다. 醉 취할 취, 茶 차 다, 禪 고요할 선. '참선한다' 할 때 이 禪 자를 쓴다. 취다선은 차와 선에 취한다는 뜻이다. '차'는 우리가 마시는 기호음료이고, '선'은 명상의 다른 이름이다. 그리고 '취하다'는 삼매를 뜻한다. 이 프로그램은 고단하고 바쁜 현대인의 삶에 오아시스와 같은 유익함을 제공하고자 '나를 비추다'라는 의미의 마을인 제주도 오조리(吾照里)에 자리 잡은 취다선의 일소 선생에 의해 창안되었다. 혼자만 알기 아까워 공유해 보려고 한다.


우선  몸의 정화로 시작된다. 몸의 정화란 특별한 것이 아니라 그저 밤 새 쌓인 내 몸의 불순물을 비워내고 맑고 깨끗한 물로 몸을 씻는 것이다. 다음은 둥지의 정화이다. 바로 나만의 성소(聖所)에 찻자리를 준비하고 향이나 아로마 오일 버너를 준비한다. 창을 열어 맑고 깨끗한 공기로 공간을 정화한 뒤 향이나 아로마 오일로 공간을 향기롭게 장식한다. 세 번째는 녹차 한잔을 정갈하게 우려내어 몸과 마음을 이완하고 깨우는 것이다. 우선 찻잔을 코 가까이 가져와 깊은 호흡을 통해 차향을 들이마셔 백회까지 의식적으로 보낸다. 내쉬는 호흡에는 의식을 단전까지 내려보낸다. 이것을 세 번 반복하고 난 뒤 차를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첫 모금은 차의 맛을 느낀다. 두 번째 모금은 차를 목으로 넘기면서 차의 맑고 향기로움이 내 몸에 퍼지는 것을 느낀다. 세 번째 모금은 삼키지 않고 입속에 머금는다. 차의 향과 맛을 입속에 머금은 채로 담담함을 느끼며 마음의 정화에 들어간다. 마지막 단계인 마음의 정화는 15분 정도 호흡을 주시하는 것이다. 주시란 들어오는 숨과 나가는 숨을 마음의 눈으로 바라보는 것이다. 주시만으로 내면의 마음은 고요해지고 맑아진다. 망상이 사라지고 아무런 생각의 물결이 없이 고요해지는 상태. 이것이 마음의 정화이다. 이때 자꾸 다른 생각이 떠오른다. 그때는 다시 그것을 알아차리고 호흡으로 주의를 옮겨오면 된다.


이 프로그램을 소개해준 일소 선생은 '취다선의 아침'을 위하여 특별히 어떤 장소를 갈 필요가 없이 매일 아침 자신의 집에서 실천하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 프로그램을 날마다 행하는 필수적인 생활이 되게 하라고 한다. 아무리 좋은 것이라도 직접 실천하지 않는다면 아무런 변화를 일으키지 않는다. 하루를 차분하게 준비하여 시작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하루는 전혀 다르다. 하루를 온전히 나의 것으로 만들고 내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히 알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실천법이라니 앞으로 꾸준히 해 볼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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