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락 May 16. 2021

소소한 에세이

나를 만나는 시간

어제 아침 이른 비행기로 제주도에서 일주일 살기를 하기 위해 제주도에 내려왔습니다. 여행이 주요 목적이 아니라서 휴가는 내지 않고 주중에는 업무를 처리하고 주말과 중간에 끼어있는 부처님 오신 날 휴일에 제주도의 자연을 만끽할 생각입니다. 지금 머물고 있는 숙소는 차와 명상 그리고 요가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집합체로 모여있는 곳이죠. 숙소 앞은 멀리 우도가 보이는 성산 앞바다입니다. 뒤편은 푸르른 녹음이 우거져 있습니다. 어제 오후에는 근사한 분위기의 티룸에서 나 홀로 티타임을 즐기고 저녁으로는 전복성게물회 한 사발을 먹었습니다. 소화를 시킬 겸 숙소 주변을 산책하며 황금빛 물결을 일으키는 보리밭, 싱싱한 양배추밭, 대파밭 그리고 성산 앞바다에서 물 멍을 하며 시간을 보냈습니다.


저녁에는 숙소에서 운영하는 오쇼 쿤달리니 액티브 명상이라는 동적 명상 프로그램에 참여했습니다. 이 명상 프로그램은 4개 파트로 15분씩 진행되는데, 처음은 두 발바닥을 어깨너비 정도 벌리고 바닥에 단단히 고정한 다음 무릎, 고관절 등의 관절에 힘을 빼고 천천히 무릎을 위아래로 움직이면서 몸에 진동을 일으키며 시작됩니다. 진동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 크게 틀고 집중을 위해 눈을 감은 상태로 온전히 자신의 몸에서 일어나는 진동에 집중합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신나게 춤을 춥니다. 마찬가지로 오롯이 자신에게 집중하기 위해 눈을 감고 하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신나는 음악의 리듬에 맞추어 아주 자유롭게 몸을 움직이면서 의식적으로 가둬왔던 육체를 해방시키는 작업입니다. 몸이 원하는 데로 움직이다 보면 어느새 15분이 훌쩍 지나갑니다.


세 번째 파트는 서거나 앉아서 명상을 합니다. 앉아서 진행할 경우 방석을 깔고 앉으면 척추를 바로 세우는데 도움이 됩니다.  이 시간부터 본격적인 명상이 시작됩니다. 신나게 몸을 움직여 답답하고 정체된 에너지를 많이 털어낸 상태라서 쉽게 호흡에 집중할 수 있게 됩니다. 이때도 집중에 도움이 되는 음악이 흐릅니다.  어제 저는 아주 오랜만에 호흡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그리고 내면의 나를 부드럽고 따뜻하게 어루만져 주었습니다. 사랑을 듬뿍 담은 격려와 응원도 아낌없이 보내주었습니다.


마지막 파트는 누워서 깊은 휴식을 취하는 단계입니다. 이때는 음악이 없습니다. 요가의 송장 자세처럼 온몸에 긴장을 풀어내고 그저 휴식합니다. 저는 이때 이완명상을 했습니다. 관절 마디마디, 각 장기에 의식을 집중하면서 발끝부터 머리까지 바디스캔을 하는 것입니다. 15분이 지나 종이 세 번 울리면 천천히 프로그램이 마무리됩니다.


어제 하루 오롯이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었습니다. 나를 위해 맛있는 밥을 먹고 산책을 하고 차를 마시고 명상을 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나를 풍요롭게 하는 것들 중 최고는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는 것입니다.  스스로 내적으로 충만한 상태에 이르러야 다른 사람에게 사랑을 나누어줄 수 있습니다.


최근에 유튜버 밀라논나 할머니의 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들이라는 주제의 영상을 봤습니다. 논나 할머니가 자신의 일상을 풍요롭게 해주는 물건들을 담담하게 소개해 줍니다. 이를테면 아침에 입을 개운하게 해주는 죽염, 코코넛 오일, 노점에서 싸게 구매한 각질제거기, 미용가위, 좋아하는 음악을 풍성하게 들을 수 있는 블루투스 스피커, 심리학 책 등입니다. 거창하고 멋진 것들이 아니라 살면서 행복한 순간을 만들어 주는 것들, 그것이 물건일 수도 있고 습관이나 사람일 수도 있는데 함께하는 그 순간을 놓치지 말고 감사한 마음을 갖고 즐기자고 말합니다.


어제는  함께하는 시간에 감사하며 하루를 보냈습니다. 오늘도 그렇게 보낼 생각입니다. 아침 7 명상 수업과 8 요가 수업에 참여하러 가기 위해 글을 마무리합니다. 오늘 하루 짧은 시간이라도 내면의 나를 만나는 시간을 갖고 나를 행복하게 해주는 시간을 만들어 보세요.

매거진의 이전글 떡볶이와 친구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