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다락 Oct 24. 2021

10월이 가기 전에... 2

소소한 에세이

10월이 가기 전에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한 글을 쓰며, 내심 뿌듯했었다. 10월 초의 수술과 회복을 잘하며 아름답고 완벽하게 마무리될 줄 알았다. 정말 그렇게 되어 가고 있었다. 그 일이 있기 전까지는... 백신 2차 접종.


접종 다음날 아침 8시부터 배가 아프기 시작했다. 보통 화이자는 2차가 아프다고 하니 잠깐 그렇게 아프고 지나갈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몸에 기운이 없어지고 서있기 조차 버거워졌다. 옷 갈아입을 힘도 없이 그대로 누워있었다. 배는 점점 더 아파왔다. 당일 건강검진으로 아침 일찍 병원에 가 있던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 너무 아프다고 알렸다. 난생처음 119에 전화를 걸었다. 구급차를 불러 병원에 가기는 좀 민망해서 가까운 응급의료 센터만 안내를 받았다. 그때 그냥 구급차를 불렀어야 했다.


점심이 되어 남편이 돌아오고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아 오후에 조금 더 쉬겠다고 누워있는데 다시 통증이 느껴졌다. 우선 백신 맞은 내과로 찾아가 보기로 했다. 남편과 함께 진료실에 들어갔는데 의사가 살짝 배를 눌렀는데 온 몸이 비비 꼬였다. 당황한 의사는 바로 응급실로 가라고 소견서를 작성해 주었다. 금요일 저녁 6시가 다되어 수술했던 강남까지 가는 것은 무리였기에 오전에 알아둔 응급의료센터인 이대서울병원 응급실로 향했다.


응급실에서 의사가 다시 한번 촉진을 했다. 온몸이  심하게 꼬였다. 여기저기 눌러보던 의사는 당장 CT 찍어봐야 한다고 했다. 응급실에서의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CT 분석 결과 수술했던 부위에서 문제가 생겨 복강내출혈이 발생한  같으니 수술했던 병원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결론이 내려졌고 환자 이관을 위해 그쪽 병원 측과도 연락이 취해졌다. 10시가 다되어 구급차를 타고 이송되었다. 차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다시 응급실 담당의가 촉진을 했다.  번째 촉진. 가벼운 누름이었지만 너무 심한 통증에 촉진한 의사의 손을  잡고  몸을 이리저리 비틀었다.


즉시, 부인과 당직 의사가 내려와 확인했고 담당교수에게도 바로 연락이 갔다. 남편은 혹시 이전 수술이 잘못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에 갑자기 열이 37.5도까지 올라갔다. 병원 규정 상 37.5도 이상은 출입이 허가되지 않기에 내가 병실로 이동되는 것도 함께 가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가야 했다. 병원 규정상 코로나 검사 결과가 없으면 다인병실 입실이 불가하기에 어쩔 수 없이 1인실로 옮겨졌고 코로나 검사까지 했다. 담당교수는 바로 이틀 전 외래검진을 멀쩡하게 받고 돌아간 환자가 갑자기 응급실로 실려왔다니 깜짝 놀라 그 밤에 달려오셨다. 본인 수술 경험 중 이런 사례는 없었단다.


긴급 수혈이 진행되었다. 거의 2박 3일 동안 꼼짝없이 가만히 누워있었다. 다행히도 자연 지혈이 되어 응급 수술로 이어지지 않았다. 나중에 담당교수 왈 수술 후 보통 1달 뒤에 백신을 맞으라고 안내했었으나 환자들이 불편해해서 2주로 줄였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니 다시 한 달로 늘려야겠다는 둥,  또 내가 충분한 안정을 취하지 못했던 것은 아닌지 묻기도 했다. 가만히 있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몸에 무리가 갈 정도의 활동은 하지 않았었다. 화이자 백신이 일시적으로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과학적으로 입증된 바가 없으므로 단정 짓기는 어렵다고 했다. 아무튼 백신 접종 전에 멀쩡했는데 그 후에 벌어진 일이니 의심이 가지 않을 수는 없다. 백신이 야기한 부정출혈. 며칠 뒤 헤모글로빈 수치는 어느 정도 잡혔는데 혈전 수치가 안 떨어져서 심장내과 진료도 받아야 했다. 며칠간의 혈액 검사 분석 결과 일상 회복이 가능할 수치로 떨어지는 추세를 보여 퇴원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역시 삶이란 내 의지만으로 흘러가는 것은 아니라는 것을 다시 한번 온몸으로 실감했다. 평소 몸 관리를 잘 해왔다고 생각했는데 예기치 못한 일들을 난생처음 겪으며 잠시 멘붕이 올 뻔했다. 건강이란 건강에 대해 의식하지 않는 것이라고 했는데 엄청 의식하게 된 요즘이다. 건강을 의식해야 하는 나이로 접어들고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내 몸 구석구석을 살피고 안녕을 바라야 하나보다.


다행히 결혼기념일인 어제는 남편과 맛있는 식사는 할 수 있었다. 긴 외출을 나갈 상황은 아니라서 남편과 가고 싶었던 가까운 숨은 맛집으로 예약했는데, 남편이 그 집 음식 맛에 감탄하며 좋아했다. 들고 간 맛있는 와인도 살짝 맛보았고 집에 돌아와서는 김동률의 감사와 10월에 어느 멋진 날에 노래를 함께 들었다. 남편이 사 온 11송이 장미꽃이 집안을 향기롭게 만들었다. 점점 더 나아질 내 몸을 의심하지 않지만 확신하지도 않으며 10월을 무사히 마무리하고 싶다.

작가의 이전글 소소한 에세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