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매트 위에서
요즘 날씨가 추워진 탓인지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도 점점 버거워지고 루틴으로 자신하던 많은 것들이 느슨하게 풀어졌다. 무기력해졌다기보다는 천천히 그냥 흐르는 대로 두자는 마음이다. 뭔가 강한 의지가 샘솟지 않지만 그것도 때로 괜찮다고 생각하며 흘러 보내는 나를 발견했다. 이런 시간들이 익숙해지다 보니 몇 달 전까지의 내 일상이 신기하게 느껴진다. 어디서 그런 에너지와 열정이 샘솟았는지 지금 돌아보니 신기할 정도다.
요즘 바깥 활동은 집 앞에 생긴 실내 테니스장에서 일주일에 한 번 테니스 레슨을 받는 것이 전부였다. 20분 레슨에 20분 연습하는 프로그램인데 이번 주는 몸이 너무 힘들어 레슨만 받고 빠져나왔다. 레슨을 후 공정리 하면서 들은 강사의 말이 나를 당황스럽게 했다. 자세 교정을 위해 피드백을 주면 "나는 안돼" 하는 반응을 보인단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도 온몸으로 표현이 되나 보다. 막상 하면 잘하면서 왜 자신을 과소평가하냐는 강사의 말이 나를 당황스럽게 만들었다. 요즘 들어 "난 괜찮아." "지금 이대로 충분해!" "잘하고 있어" 이런 말로 스스로를 다독이는 중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보기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에게서 그런 말을 들으니 거울에 날 비추는 것 같아 충격적이었다. 겸손과 자신감 그 중간에서 길을 잃은 것인가. 아니야, 많이 피곤해서 그랬을 수도 있어.
이번 주 월요부터 매우 피곤한 상태였다. 주말에 크게 무리하지 않고 쉬었는데 왜 이유 없이 계속 피곤할까. 8월 1차 백신 접종 이후 아프던 어깨가 계속 아프고, 허리 근육도 뭉치고 온몸이 무겁다. 실재로는 몸무게가 줄었지만... 어제 남편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 끝에 얻은 결론은 운동부족이다. 요즘 요가를 안 했다. 매트를 펼치지 않은지 한참이 됐다. 아! 요가! 나의 요가!
오늘은 퇴근 후 바로 매트 위에 섰다. 재택근무라 멀리 갈 것도 없지만, 분위기를 바꿔 의복을 정비하고 한참 동안 하지 않았던 아주 기본적인 요가 수업을 나에게 선물했다. 요가 수업을 하지 않은지도 오래되어 혼자 하는대도 멘트가 꼬여 버벅대긴 했지만 그래도 처음부터 끝까지 내가 나에게 요가를 알려줬다. 편안한 음악을 들으며 한 시간 동안 그렇게 매트 위에서 몸을 쓰고 나니 머리가 맑아지고 눈이 개운해져 바로 이 느낌을 글로 남기고 싶어졌다. 요가를 하기 전과 후로 주변 상황이 바뀐 것은 없는데 내가 달라졌다. 몸이 가벼워지고 마음도 머리도 맑아지니 에너지가 뿜뿜해진다. 다시 생기를 찾은 기분이다. 몸의 에너지가 달라졌다. 이 좋은걸 한동안 밀쳐 놓은 스스로를 반성한다. 요가507. SNS 아이디로 사용하는 이름인데, 여기서 507은 '오! 영원한 친구!'라는 의미가 담겨있다. 정말 요가만 한 친구가 없네. 오늘 다시 매트 위에 선 나를 칭찬한다. 내 에너지의 원천은 요가라는 사실을 다시 깨달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