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고쳐먹을 요량으로 찾아갔던가, 개심사, 고쳐먹을 마음을 내 눈앞에 가져와보라고 배롱나무는 일갈했던가,
개심사, 주저앉아버린 마음을 끝끝내 주섬주섬 챙겨서 돌아와야 했던가, 하여 벌벌벌 떨면서도 돌아와 약탕기를 씻었던가, 위독은 위독일 뿐 죽음은 아니기에 배롱나무 가지를 달여 삶 쪽으로 기운을 뻗쳤던가, 개심사, 하여 삶은 차도를 보였던가, 바야흐로 만화방창(萬化方暢)을 지나 천우사화(天雨四花)로 열리고 싶은 마음이여, 개심사, 얼어붙은 강을, 마음을 기어이 부여잡고 안쪽에서부터 부풀어 오르는 만삭의
배롱나무의 안쪽 /안현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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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시를 읽고 찾아보니 충남 서산에 개심사라는 절이 있습니다. 한데 그 절은 改心이 아니라 마음을 연다는 開心寺 였습니다.
삼국시대 백제의 승려가 창건했다 하니 참 오래된 고찰입니다.
그 정도면 마음을 몇십 번을 고쳐줄 만도 하겠습니다.
시인은 그 개심사에서 마음을 고쳐먹으려 서 봅니다.
부처님의 화두 같은 '고쳐먹을 마음을 가져오라는' 배롱나무의 일갈에 삶은 차도를 보였다 합니다.
개심改心이건 개심開心이건 그 어느 화두에 번득 정신을 차리니 신통할 일이지요.
서산의 개심사에는 못 가보더라도, 눈앞의 어느 나무라도 붙잡고 내 심란한 마음도 한번 흔들어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