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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Jun 10. 2024

유월 그날엔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유월 그날엔

꽃은 피고

청춘은 지고


유월 그날엔

소리 죽인 새는 날고

외치는 우리는 울고


유월 그날엔

하늘은 열려 흩어지고

함성은 모여 산이되고 강이되고


유월 그날엔

너희는 그리 떠나고

우리는 남아 울고

그때

그 유월 그날엔


유월 그날엔 -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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탐욕과 횡포가 사람을 밟고 올라가

하늘 끝에 닿을 듯 고개를 들고,

세상의 풀들은 밟히고 눌려

초록빛 눈물에 젖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1987년 6월 10일

스러지던 풀들이 서로의 손을 잡고 일어나고

서로의 어깨에 기대어 흔들리며 일어나고

그렇게 가지가 되고

그렇게 나무가 되어

풀이 일어나고

나무가 일어나고

세상이 일어서던

그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꽃은 피었으나

청춘은 지고

푸른 하늘에 새는 날고

뿌연 땅 위에 우리는 울었던

유월

그날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남아 일어섰으나

그대는 끝내 스러져 떠나간

유월

그날이 있었습니다


떠나간 그대의 미소가 보여

떠나간 그대의 함성이 들려

남아 뛰는 심장이

식어버린 가슴이

처진 두 어깨가 부끄러운

해마다 돌아오는

유월

그날입니다.


그렇게 지킨 나라의 작금의 모습이

더욱 부끄러운 오늘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오늘입니다


세상 모든 풀들의 일어섬을 응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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