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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필 8월에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by 사노라면

하필 8월에

광복의 8월에

그날의 함성이 아직도 들리는데

그날의 눈물이 아직도 흐르는데

하필 8월에

다시 그들의 망령이

다시 그들의 어둠이

태극을 가리고

건곤을 지우고

핏빛으로 붉게 흘러 흘러

산을 찢고 강을 메워

다시 그들의 자식에게

또 그들의 자식에게

흘러 흘러 스며들어

하필 8월에

광복의 8월에

이 땅엔

욱일旭日의 해가 세상을 녹이고

광복의 8월은

그저 전설이 되고

광복의 눈물은

한숨에 마르고


하필 8월에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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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가 계속됩니다.

이젠 좀 수그러들만도 한데, 여름 더위가 기승입니다.

화단에는 꽃들보다 잡초가 더 무성합니다.

강인한 생명력으로 거침없이 자랍니다.

솎아내고 뽑아내기도 벅찰 정도입니다.

뜨거운 여름입니다.


날씨만큼이나 세월도 어지럽습니다.

혼돈이 계속되더니 무도의 힘은 이젠 어긋난 방향으로 거침없이 달려갑니다.

항상 그렇듯 눈치도 보지 않습니다

이때 아니면 더 이상 기회가 없다 싶은가 봅니다.

비상식적인 맹목적인 신념의 힘은 무섭습니다.


세상의 이치를 기다려 봅니다.

잡초가 자람을 지켜보듯, 세월을 지켜봅니다

여름은 가고 가을이 오듯, 이 뜨거운 열기도 언젠간 잦아들겠지요.

뜨거운 폭주도 멈추겠지요.

새로 생긴 상처는 깊어지겠지만, 잡초를 솎아낼 기회이기도 하겠지요.


이 8월, 광복을 위해 애쓴 선조들에게 부끄러워지는 시간입니다. 청춘들에게도 미안해지는 시간입니다.

부끄러운 8월입니다.


세상 모든 곳에 자연의 치유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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