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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Oct 25. 2024

풍찬노숙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풍찬노숙 風餐露宿 이라는 한자성어가 있습니다.

삶의 역경을 이야기할 때 자주 쓰이는 말이지요.

직역하자면 바람을 먹고 이슬에 잠잔다는 뜻이지만,

바람맞으며 끼니를 겨우 때우고 이슬 맞으며 잠을 자는 고달픈 삶이라 의역하면 자연스럽습니다.


한자를 보면 노숙露宿은 사뭇 감성적인 단어입니다.

길에서 아무렇게나 자는 게 아니라 별을 보며 이슬을 맞으며 밤을 지새운다는 의미였던 거죠.

우리가 흔히 노숙자라 이야기할 때의 '노숙'도 길바닥에서 자는(路宿) 게 아니라 야외에서 이슬 맞으며 자는(露宿) 것입니다.

한때 일박이일같은 예능 프로그램에 자주 쓰이던 단어 '야외취침'이 바로 이 노숙露宿입니다.


누구에겐 풍찬노숙이 지난 삶을 이야기하는 뿌듯한 훈장일 수도 있지만, 또 어느 하늘 아래에서는 멀어지는 희망에 지쳐가는 시간일 수도 있겠지요.


바람의 온도가 바뀌고, 하늘이 높아지는 계절이 옵니다.  노숙露宿이든 노숙路宿이든 녹녹치 않은 계절이 옵니다.

삶을 사랑하고 이겨내는 선한 이들의 그 모든 여정에, 변함없는 따스한 평화가 함께하길 기원합니다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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