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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사노라면 Dec 19. 2024

백내장 -김경근

사노라면의 붓 끝에 시를 묻혀 캘리 한 조각

흐린 눈으로

자꾸 유리창을 닦는다

세상이 왜 이리 흐리냐

수건을 들고

물을 뿌리고

빡빡

세상이 망하려고 그러냐

세상이 왜 이리 흐리냐

내 눈 흐린 줄 모르고

내 눈 어두운 줄 모르고

유리창을 닦고

안경을 닦고


백내장 끼가 있다는 흐린 눈에

안과에서 준 인공눈물 한 방울 넣고

오늘도 유리창을 닦는다

맑은 세상을 보자고

밝은 세월을 보자고


백내장 -김경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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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이 흐르면 어쩔 수 없이 이곳저곳에 노화가 옵니다.

그중 제일 체감되는 게 아마도 노안일 겁니다.

보이던 게 어느 날 안 보이고, 안경을 썼다 벗었다, 책을 당겼다 밀었다 하게 되지요.

그런 노안을 그럭저럭 견뎌 왔는데, 어느 날 안과에서 백내장 끼가 있다 합니다.

먼 훗날 이야기 일 줄 알았는데, 어느 날부터 시야가 부쩍 흐려지더니, 황사가 유난히 오래 지속되는가 보다 했었는데 말이지요.


그렇게 경과를 보다가 얼떨결에 백내장 수술 날짜가 잡히고 오늘이 수술입니다.

아마 오후엔 수술이 끝나 있을 겁니다.

요즘이야 워낙 흔하고 시술방법도 간단해졌다고 하지만, 그래도 병원일이니 살짝 긴장도 됩니다.

아픈 거 싫어하시는 90세 노모도 '야, 그거 하나도 안 아프다'하시지만, 긴장되는 건 어쩔 수 없나 봅니다


아직 백내장 수술 후 상황을 경험해 보지 못했으니 잘 모르겠지만, 아마도 며칠은 글을 올리지 못할듯합니다.

눈이 세상을 바로 보는데만 쓰이는 줄 알았더니, 글을 쓰는데도 아주 중요한 것이었네요.

부디 다시 세상을 보게 될 때는, 내 눈의 혼탁과 함께 세상의 혼탁도 사라지고, 내 눈이 맑아지듯 세상에도 밝은 소식이 가득하길 소망해 봅니다.


잠시 몸과 마음을 정비하고 오겠습니다.

그때까지 항상 평화와 건강이 함께하시길 기원합니다 .

-사노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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