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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연을 정리하다.

좋은 사람이었지

by 필력

최근에 생긴 일이다.


이것은 어쩌면 나에게는 획기적인 일인 것 같다.


일주일 전, 내가 강의 나가는 곳 주차장에서 정말 우연히도 오랫동안, 근 5년 가까이 연락이 끊어졌던 인연을 우연히 마주쳤다.


이 사람은 나와 마음을 나눴던 사이였었다.


내가 좀 좋아했던 사람이다.


친절했고 과하지 않고 신앙적으로도 배울 점이 많아 오랫동안 곁에 두고 싶은 사람이었다.


그랬었는데 무슨 일인지 근 5년 동안 연락이 끊겼던 것이 오늘 우연히도 마주친 것이다.


반가움과 동시에 어떤 미묘한 알 수 없는 벽과 거리감, 어색함이 들었다.


나는 수업에 들어가야 해서 어정쩡하게 인사하고 수업에 들어갔다.


집에 돌아와서 곰곰이 생각하니 반가움이 큰지라 카톡을 보냈다.


그분도 반가움의 답변을 주셨다.


언제 한번 차나 한 잔 하자고...


그렇게 일주일의 시간이 흘러 문득 그 선생님이 생각나서 전화를 걸었다.


그분도 삶의 여정 속의 힘듦으로 나에게 전화를 못하셨다고 한다. 힘든 삶을 지나오느라 나에게 연락을 못했었노라 하신다.


몇 번의 전화와 카톡 답변도 없었던 이유였다.


나는 내가 뭐 그분께 실수한 것이 있어서 연락이 끊겼나 항상 찜찜함, 씁쓸함이 남아 있었다.


마음을 나누는 사이였으니 말이다.


이야기를 듣고 충분히 이해했다. 그럴 수 있다. 나도 그런 적이 많았으니까. 그리고는 언제 한 번 만나면 지난 이야기를 하자고 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런데 말이다. 자고 일어나니 말이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우리가 만나고 지난 이야기를 하고... 그리고 관계를 이어가고 싶은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정답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는 이제 간헐적으로 만나서 잠깐의 차를 마시는 관계를 하기 싫어진 것이다.


나와의 관계를 소중히 여기고 나와의 만남을 좋아하는 사람만 만나고 싶어진 것이다.


그분의 성품을 좋아해서 아쉬움이 남았다.


그리고 단절된 이유가 내가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그래도 나는 다시 시작점에 서고 싶지 않아진 것이다.


이렇게 나에게 의미 있는 상대를 떠나보내기로 한 것이다.


나 혼자만의 착각을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이런 적이 없다가 요새 하나둘 하고 있다.


내 기준에 별로인 사람을 멀리하는 것은 쉽다. 어쩌면 늘 하던 일이다.


그러나 괜찮아 보이는 사람도 이제는 하나둘씩 거리를 두기로 한 것이다.


이제는 누구를 의지 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나는 문자를 보냈다.


'선생님과 단절된 이유를 알아 후련하고, 늘 그랬던 것처럼 선생님의 길을 응원합니다."


더 이상 인연을 이어가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다.


나는 좋은 사람(내 기준에), 내가 의지하던 사람을 끊어내는것이 어려운 사람이었다.


답문자는 오지 않았다.


침묵도 답이라고 생각한다.


후련하다.


마음에 온도가 다른데 굳이 매달리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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