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백하자면, 나는 아기였던 두 사람을 감쌌던 강보를 버리지 못했다. 사는 일은 틈날 때마다 걱정스럽고 외롭고 슬펐다. 그래서 잠 못 드는 밤에는, 잘 빨아 개어둔 강보를 꺼내왔다. 하얀 강보를 베개에 감싸고 그 위에 누웠다. 이불을 목까지 끌어 덮고서 배 위에 가만히 두 손을 얹었다. 손바닥에 만져지는 동그라미 흉터. 한 사람 안에 살았던 자취, 한 사람에게 의지했던 자리, 한 사람과 연결되었던 자국. 배꼽을 만지며 언젠가 나를 품었던 한 사람과 내가 품었던 두 사람을 생각했다.
끌어안아주는 기분이 들었다. 모르는 새 들어버린 선잠 속에서 나는 엄마 배 속 같은 꿈을 꾸었다. 하품을 하다가 기지개를 켜다가 손가락을 빨다가 입술을 오므리고 오옴 오옴. 그렇게 연결되었던 우리들은 아무 때가 없이 무구했었지. 아무 걱정 없이 편안했었지. 잊어버리고 살지만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혼자가 아니었다. 어느 누구도.
<선명한 사랑> '하얀 강보' 중에서
간밤에 서안이 앓는 소리에 깼다. 이마를 짚어보니 열이 불덩이였다. “혼자 아팠구나." 엄마의 말에 안도했는지 그제야 아이가 울었다. 너무 울면 열 올라서 더 아파져. 쉬이. 괜찮아. 괜찮아. 눈두덩이를 손바닥으로 쓸어주었다.
뜨거운 아이를 안아 들고 거실로 나왔다. 약부터 먹이고, 바닥에 요를 깔고 뉘었다. 아프니까 아기처럼 고분고분해진 아이가 안쓰러웠다. 미지근한 물에 가제 손수건을 적셔서 구석구석 닦아주었다. 겨드랑이와 사타구니, 목덜미와 등을 부드럽게 매만져주었다. 물기에 동그랗게 말린 솜털이 귀여워서 자꾸만 여린 등을 쓸어주었다. 열기가 빠져나가느라 오소소 떠는 손발도 오래 주물러 주었다. 누군가 아플 때 사람의 손바닥이 없었다면 어땠을까. 아이들이 아플 때야 내 손바닥의 쓸모에 감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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