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 데이터 기반한 보고를 하고 있는가?
‘4차 산업혁명’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 ‘데이터 리터러시’ ‘챗GPT’ ‘생성형 AI’ 등 IT 관련 버즈워드가 넘쳐 나는 시대다.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에 연속적으로 등장하고 있는 이 키워드들은 과연 서로 다른 현상을 얘기하고 있는 것일까? 혹시 이 키워드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된 흐름이 있는 것은 아닐까? 실무자로서 이런 흐름을 읽고 다음에 등장할 현상 혹은 키워드를 예측할 수 있다면 조직의 역량향상을 위한 교육뿐 아니라 개인의 커리어 역량개발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위 키워드들은 ‘데이터’와 관련이 있고 최종 목적은 ‘의사결정’과 연결된다는 공통점 이 있다. 기술이 급격하게 진보함에 따라 방대한 데이터에 대한 접근은 가능해졌더라도, 최선의 의사결정을 하기위해 데이터를 어떻게 가공하고 분석해야 하는지 결정하는 것은 여전히 분석하는 사람의 몫으로 남겨져 있다.이런데이터드리븐흐름에발맞춰조직내부인 력에도 변화가 생기고 있다. 아래 표와 같이 도메인 분야에 따라 해당 분석 전문가를 부르는 명칭과 직무기술 부서들이 신규로 생겼다.
뿐만 아니라,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에서 발간한 향후 5년 내 데이터 직무 필요인력조사에 따르면, 2022년 대비 향후 5년내 데이터 직무 필요인력은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2022년 데이터 산업백서, 한국데이터산업진흥원). 이와 마찬가지로 HR 분야에서도 데이터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HR 분야에서의 의사결정은 이제 단순히 직관이나 개 인적인 경험에만 의존할 수 없게 됐으며, 직원들의 만족도, 업무효율성, 인재유치 및 유지, 조직의 건강과 성장 등을 위한 전략적 결정에 있어 데이터 분석은 필수적인 도구가 됐다. 글로벌 기업들 중에는 데이터 분석 전문가와 HR 실무자로 구성된 ‘People Analytics’ 혹은 ‘HR Analytics’라는 이름의 새로운 조직이 등장할 정도로 경영진이 강한 의지를 가지고 데이터와 HR을 융합한 인사이트를 만들어가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그렇지만 ‘데이터 관련 인프라 구축 및 인재확보로 회사와 개인이 만족스러운 의사결정을 하고 있는가?’ 라는 질문에 ‘그렇다’고 확실히 고개를 끄덕이기는 어려운것이사실이다. 관련연구(NewVantage Partners )에 따르면 데이터와 AI 관련 인프라 확보와 투자를 한 기업 경영진의 97%가 Data 및 AI 관련 인프라 확보와 투자에 박차를 가했으나 26.5%만이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 가능해졌다고 대답했다. 이렇게 엄청난 비용을 기술 분야에 투자하고 있음에도 결과가 더딘 이유에 대해 다양한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필자는 주요 원인을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 역량의 부재 라고 생각한다.
필자가 정의하는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란 올바른 문제 해결을 위한 문제 정의에서부터 데이터 수집, 정제, 분석을 거쳐 스토리텔링과 시각화를 통해 설득을 끌어 내는 일련의 과정을 말한다. 의사결정을 할 때 감이나 경험에 기반하는 것이 아닌 데이터에 근거하는 소통 방법인 것이다. 데이터를 읽고 쓰는 능력, 즉 데이터 문해 력도 중요하지만,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를 통해 의사 결정자를 설득하는 것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아무리 복 잡하고 화려한 분석 결과물도 가치를 측정할 수 없다. 데이터에 기반한 보고는 이제 개인이 취사선택할 수 있 는 사안이 아니라, 모든 실무자, 분석가의 ‘실질적인 목표’가 될 것이다. 그래서 ‘분석을 위한 분석’이 아닌 ‘보 고를 위한 분석’이 중요하다. 이제 챗GPT, Claude를 넘어 더욱 뛰어난 기술이 등장해 코딩에 대한 진입 장벽을 더욱 낮추고,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한 분석이 가능하게될것이다. 어떤 분석도구를 쓰는지보다 중요한것은 데이터를 마주했을 때 어떻게 접근할지에 대한 기획력과 데이터 유형에 따라 어떤 분석방법을 쓸지, 그리고 어떤 문제해결을 하기 위해 그 문제를 명확하게 정의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분석결과만 있고설득으로 이어지지 않으면 데이터가 제 가치를 100% 발휘하지 못한다고 할 수 있다.
혹시 ‘나도 지금까지 데이터를 활용해서 보고서를 작성해 왔던 것 같은데, 그럼 나도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를 하고 있던 건가?’라는 궁금증이 생겼다면 이는 매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실제로 우리는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에 관해 다음과 같은 오해를 종종 하곤 한다.
• 숫자가 들어가면 모두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다.
• 나의 직관과 경험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 어렵고 화려한 분석도구를 써야 한다.
• 분석 기술을 통달해야 한다.
위 항목 중 하나라도 하고 있다면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을 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할 수 있다. 각각의 항목은 데이터드리븐리포트를 하는 절차 중 일부일 뿐 필수조건이라고 할 수는 없다.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각 항목을 살펴보자.
- 숫자가 들어가면 모두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다
숫자가 들어가면 신뢰도는 높아질 수 있지만, 숫자가 있다고 해서 무조건 데이터드리븐보고인 것은 아니다. 숫자만 빼곡한 표가 과연 의사결정자에게 의미 있 는 인사이트를 줄 수 있을까? 예일대 교수이자 데이터 시각화 전문가인 에드워드 터프티(Edward Tufte)는 ‘Show your data: 다른 무엇보다도 데이터를 보여줘라’라고 말했다. 즉 데이터가 스스로 말하도록 해 데이터에 대한 이해를 방해하 거나 가릴 수 있는 요소를 최소화하라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의사결정자가 데이터를 분석하고, 결론을 도 출하고, 정보에 입각한 의사결정을 내리는 데 더 유리하다.
- 나의 직관과 경험을 완전히 배제해야 한다
직관과 경험은 데이터드리븐 과정의 각 단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아주 효율적인 기술이다. 세계적인 전략 컨설팅 회사 BCG의 창립자 브루스 핸더슨은 ‘비즈니스 의 최종 선택은 항상 직관적이다. 그렇지 않다면 모든 문제 해결은 수학자의 몫이 됐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또 직관이 무의식적으로 작동하는 방식에 대한 게리 클레인의 연구는 의사결정에서의 경험과 직관의 가치를 조명한다. 예를 들어 소방관은 과거의 경험을 바탕으 로 신속하게 패턴을 파악하고 효과적인 화재 진압 솔루 션을 찾는다. 직관은 ‘과거의 수많은 경험을 현재의 의 사결정 및 행동에 연결하는 체계적 방법’으로 정의되며 효과적인 의사결정의 필수 요소다. 데이터 기반 보고는 의사결정에 꼭 필요한 요소이지만 그렇다고 직관과 경험의 가치를 완전히 배제해서는 안 된다.
- 어렵고 화려한 분석도구를 써야 한다
복잡한 수학식을 사용하고 화려한 시각화가 가능한 분석 도구는 복잡한 문제를 화려하게 풀어내는 것처럼 보 이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복잡한 분석과 모델은 설명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짧은 시간 내에 의사결정을 내려야 하는 의사결정자에게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복잡한 것을 해결하는 것은 ‘분석’의 목적이지만, 그것을 간결하게 시각화해 의사결정에 도움이 되는 것은 분석 자체보다 중요한 ‘보고’의 목적이라 고할수있다. 즉 복잡한 문제를 해결한 과정보다의사결정자가 분석 결과를 보고 의사결정을 하는 것에 직관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느냐가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의 퀄리티를 결정한다고 할 수 있다.
- 분석 기술을 통달해야 한다
분석 기술이 아무리 뛰어나도 해석하는 데이터에 대한 전문지식, 즉 도메인 지식이 없으면 분석결과를 실용적으로 사용하기 힘들다. 예를 들어 토익 점수를 분석 했는데, 고급 통계와 회귀분석을 사용한 분석 결과 ‘높 은 토익 점수를 받으려면 리스닝(Listening)과 리딩(Reading) 능력이 필요하다’는 결론을 냈다면 분석의 정확도는 당연히 높게 나오겠지만, 실무자 혹은 그 결과를 요청한 고객에게는 너무나 당연한 얘기이기 때문에 어떠한 인사이트도 제공할 수 없이 ‘So what?’이란 질문을 얻을 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만약 자신의 도메인이 부족하다면 도메인 지식을 가진 실무자와의 적극적인 커뮤니케이션으로 문제의 본질을 찾아 해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
정리하자면 숫자, 직관, 분석 도구, 도메인 지식은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의 필요조건이다. 여러분은 이미 네가지 요소 중 하나를 활용하거나 네가지 요소를 모두 적절하게 활용해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를 하고 있을 수도 있다. 보고는 논리적인 근거로 상대방을 설득하는 일련의 과정이다. 그리고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는 문제해결을 위해 통계나 수학 등의 숫자를 활용해 적절한 분석 전략을 수립하고 의사결정자와 커뮤니케이션하는것이다. 또 관련 분야의 도메인 지식, 수치분석 (수학+통계), 분석도구, 커뮤니케이션(스토리텔링)이 어우러진 하나의 예술 작품이라 할 수 있다.
필자가 정의하는 모든 데이터 드리븐 리포트는 기본적 으로 아래 그림의 절차를 따른다.
목표(가설)를 설정하고 필요한 데이터를 선정하고 적절한 분석방법을 결정한 후 해석 및 검증, 그리고 보고하는 일련의 과정을 필자는 ‘ON AIR 분석 절차’라고 이름 붙였다. ON AIR 는 목표(가설) 설정Objective → 데이터 선정Necessary Data → 분석 방법 결정Analytics → 해석 및 검증Interpretation → 보고 Report라는 5단계의 각 단어 앞 글자를 따와서 만든 분석 절차이다. 이때 모든 과정에서 보고 대상자와 지속적인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모든 단계를 이 글에서 세부적으로 소개할 수는 없기에, ONAIR 분석 절차에서 가장 중요한 단계 중 하나인 목표Objective 설정에 대한 부분을 중점적으로 이야기해보려 한다. 필자는 사내 데이터 분석 관련 보고서를 작성하는 동료 혹은 상사로부터 가끔 ‘예전에 썼던 분석 보고서 포맷 좀 보내줘’ ‘데이터는 있는데 어떻게 분석해야 할지 모르겠으니 분석 좀 해줘’ ‘예쁜 그래프 를 그리려면 어떻게 해야 하지?’와 같은 메시지를 받을 때가 있다. 이러한 질문에 ‘분석 보고서의 목표(목적)가 무엇인가요?’나 ‘증명하고자 하는 가설이 존재하나요?’ 와 같은 질문을 역으로 던지면 대부분 정적이 흐르며, 오히려 그들이 본질적인 고민을 하도록 도울 수 있다.
우리는 ‘문제 해결’을 위해 보고한다는 사실을 잊어 서는안된다. 문제를 해결하려면 문제를 정의할 수 있어야한다.‘현대 경영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피터 드러커는 ‘측정할 수 없으면 관리할 수 없다’고 했다. 즉 데이터 드리븐 보고는 측정하고자 하는 것이 명확해야 한다. 만약 당신이 인사담당자이고 어떤 부서가 가장 훌륭한지 성과를 평가해 급여를 차등적으로 지급하는 것이 CEO의 요구사항이라고 한다면 어떻게 접근할 것인가? 우선, 지표가 필요한데 사내평가를 위한 가장 대표적인 지표는 KPI(Key performance indicator)다. ‘훌륭한 부서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는 숫자로 정량화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당신에게 ‘고생 많이 하잖아’ 에 대한 가치가 높다면 컴퓨터가 켜져 있는 평균시간을 지표로 삼을 수 있고, ‘매출을 많이 올린 팀이훌륭한 팀이지’라고 생각한다면 매출 실적을 지표로 삼을 수 있다.
인사담당자인 당신이 훌륭한 부서의 특징을 세 가지 로 분석해 사장에게 보고한다고 가정해 보자. 매출 실적을 훌륭한 부서의 지표로 삼고 데이터로 증명한 것을 멋지게 들고 사장에게 간다.
나: 사장님,데이터 기반으로 훌륭한 부서 특징에 대해 분석해 봤는데, 총 세 가지 특징이 있었습니다.
사장 : ‘훌륭한 부서’는 어떻게 정한 것이죠?
나: 회사에 가장 큰 이익을 주는 부서가 ‘훌륭한 부서’라 생각해 매출 실적을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사장 : 그건 ‘이익을 주는’ 부서이지 ‘훌륭한’ 부서는 아니지 않나요? 훌륭한 부서는 매출 실적도 좋고, 조직문화도 좋아야 훌륭한 부서 아닐까요? 매일 야근하면서 이익을 내는 부서라면 지속가능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 아, 그건 미처 고려하지 못했습니다. 다시 검토하겠습니다.
물론 사장이 말한 ‘좋은 조직문화’의 지표를 어떻게 정할 것인가에 대한 것은 어느 회사나 고민할 문제다. 하지만 여기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조직이나 사람마다 설정하는 지표가 다르기 때문에 문제 해결을 요청한 의 사결정자의 의중도 중요하다는 점이다. 정의가 모호하다면 논리적인 근거로 지표를 설정하는 것 또한 중요하 다. 데이터 드리븐 보고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한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