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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데이터드리븐리포트 Oct 14. 2024

AI가 사는 마을, AI가 차린 회사 등장

현실의 조직을 가상으로 시뮬레이션하는 '디지털 트윈'의 HR 적용

지난 글에서 AI 에이전트가 무엇인지, 그리고 AI 에이전트의 전문성에 대해 다루었다면, 이번에는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연구들 중 HR 뿐 아니라 사회과학 전반에서 활용가능성이 기대되는 주제를 살펴보고자 한다. 

https://brunch.co.kr/@datadriven/18


특히, 조직 내 AI 에이전트들이  다양한 역할을 수행할 때, 그들의 행동과 의사결정을 시뮬레이션하는 방식이 HR 실무에 어떻게 기여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 다룬다. 이러한 접근은 HR을 디지털 트윈(Digital Twin)*이라는 개념에 적용한 것인데, 현실의 조직을 가상으로 재현하여 다양한 시나리오를 실험할 수 있는 길을 제시한다. 다음 사례들은 이러한 시뮬레이션이 HR 분야에서 어떻게 혁신적으로 활용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디지털 트윈 (Digital Twin) : 현실 속 사물의 쌍둥이를 만들고, 현실에서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컴퓨터로 시뮬레이션함으로써 결과를 미리 예측하는 기술)


[사례 1: AI 에이전트가 사는 마을, 스몰빌 (Smallville)] 


“아침 식사를 준비하다가 토스트를 태워서 가스레인지를 급하게 끄고, 화장실에 사람이 이미 들어가 있으면 밖에서 기다리면서 핸드폰을 하고, 길을 걸어가다가 우연히 친구를 만나면 대화를 나눈다.” 


우리 일상에서 당연한 일들을 과연 생성형 AI로 만들어진 에이전트들이 구현할 수 있을까? 

마치 <심즈 (The Sims)>라는 게임에서 나오는 한 장면처럼, AI 에이전트들이 한 마을에서 스스로 행동하고 상호작용하는 것을 그대로 구현한 프로젝트가 있다. 25명의 에이전트 정체성을 프롬프트로 작성해서 각각 구현했는데,  예를 들어, “John이라는 사람은 약국 점원으로 일하고, 사람 돕는 것을 좋아한다. John은 그의 부인이자 대학교수인 Lin과 함께 살고 있고, 그의 아들 Eddy는 음악이론을 공부하는 대학생이다. 그 옆집에 사는 Sam과 Jeniffer라는 나이 많은 부부는 John 가족과 알고 지낸 지 3년 정도 됐다. “처럼 구체적으로 에이전트의 이름, 직업과 성격, 그리고 주변 관계들을 정의한다. 

이렇게 각 에이전트를 생성한 후 현실처럼 실제 시간을 지나가게 한 다음 서로의 상호작용을 관찰하면 위에서 정의해 줬던 관계와 각 에이전트의 성격, 특징에 따른 다양한 결과를 볼 수 있다. 특히, 그들의 ‘상태’ 뿐 아니라 ‘대화’를 추적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John이 아침에 일어나서, 귀찮고 졸린 ‘상태’와 함께, John의 부인 Lin에게 “커피 마시고 싶어”라는 ‘대화’를 관찰할 수도 있다. 

스몰빌 : Generative agents: Interactive simulacra of human behavior (Park et al. 2023)


흥미로운 실험 중 하나는 한 명의 에이전트에게 밸런타인 파티 초대를 열라고 한 이후 해당 에이전트가 다른 에이전트들에게 파티를 열 계획을 알려주고 초대받은 에이전트가 어떻게 행동하는지 보는 것이다. 초대장 발송, 재료 준비, 카페 장식 등 파티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에이전트들 간 새로운 관계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파티 당일날 일부 에이전트는 개인적 이유로 불참하기도 하고, 관심만 있고, 계획을 세우지 않아 불참하는 경우도 있었다. 특히, 에이전트의 개인적 성향(외향적/내향적)에 따라 파티계획을 또 다른 에이전트에게 파티 초대에 대해 전달할지, 혹은 본인만 알고 있을지를 결정하는 행동들을 통해 에이전트들의 자율적인 사회적 행동을 관찰할 수 있다. 


[사례 2: AI 에이전트가 만든 게임회사 조직]

"7분 만에 게임 개발이 가능한 조직이 있다면?"


단순히 사회적 상호작용을 모방하는 것을 넘어, 에이전트들의 조직을 만들어 성과를 비교한 연구도 있다. AI 에이전트들이 협력하여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조직으로, 각 에이전트들의 역할과 책임을 부여하여, 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목표를 달성하는 방식이다. 소프트웨어 개발과정을 폭포수 모델 (Waterfall Model)*을 적용해서, 설계, 코딩, 테스트 방식의 3단계로 나눠서 진행한다. 

(*폭포수 모델: 소프트웨어 프로세스 중 하나로 개발의 단계가 마치 폭포수처럼 흘러내린다 해서 붙여진 이름, 선형순차모델이라고도 한다.)


첫 번째 설계 (Design) 단계에서는 CEO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프로젝트의 전반적인 구조와 기능을 논의하고 정의한다. 둘째 코딩 (Coding) 단계에서는 CTO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코드를 작성하고, 그다음에 리뷰어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코드를 검토한다. 이 과정에서 생성형 AI의 가장 약점이라고 평가되는 환각(hallucination*)이 대폭 줄어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테스트 (Test) 단계에서는 테스트 역할을 하는 에이전트가 코드를 실행해 보고, 그 과정에서 발생한 오류를 해결한다. 

이렇게 각 에이전트가 소프트웨어 개발의 각 단계를 맡고, 서로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간다. 사례 1에서 마을의 AI 에이전트들이 대화를 나누며 일상을 살아가듯이, 사례 2의 조직에서 활동하는 AI 에이전트들도 프로젝트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대화를 주고받으며 상호작용하는 것이다. 

(*환각(hallucination): 사실이 아닌 정보를 생성하거나 학습한 데이터에 존재하지 않는 내용을 만들어내는 것)

챗데브 (ChatDEV) : Communicative agents for software development.

결과적으로, AI에이전트로 이루어진 조직의 성과는 단일 에이전트를 사용해 소프트웨어 개발을 하는 것보다 코딩의 완성도, 실행력, 일관성 면에서 훨씬 뛰어난 성과를 보였고, 단순히 여러 에이전트가 협력해 개발하는 것보다도 모든 면에서 뛰어난 성과를 보였다. 즉, 이것은 다중 에이전트가 협력해서 개발하는 것이 단일 에이전트보다 높은 성과를 가져올 수 있고, 에이전트에 대한 역할부여를 하는 것이 역할부여를 하지 않을 때보다 높은 성과를 가져오는 것을 보여준다. 특히, AI 에이전트들이 명령한 것 이외에 자율적으로 기능 개선을 제안하는 경향도 보여주고 있어서, 기능이 요구 사항에 명시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포함되는 경우도 볼 수 있었다고 한다.


[HR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위의 사례들처럼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시뮬레이션으로 HR에 어떻게 적용할 수 있을까? 

첫 번째, AI 에이전트는 조직을 실제로 구현하기 이전에 다양한 조직 구조 시나리오를 시뮬레이션함으로써 잠재적으로 발생하는 일들을 예측하는 것을 도와준다. 조직을 새롭게 재설계하고 배치하는 과정은 비용뿐 아니라, 한번 실행하게 되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다시 돌리기도 어렵고, 시행하기에 앞서 많은 노력이 들어가는 부분이다. 예를 들어, AI 혹은 로봇이 도입되어 조직의 구조를 재설계한다고 할 때, 인간과 AI가 새로운 조직에서 상호작용하고 적응하는 방식을 미리 관찰할 수 있으며, 이런 변화가 조직 내 팀 구성이나 지식 공유 패턴, 협업의 복잡성에 어떻게 영향을 미칠 것인지 예측하는 것을 도와줄 수 있다.

둘째, 개인별 다양한 특성을  반영한 시뮬레이션을 가능하게 도와준다. 예를 들어, 심리학에서 사용되는 Big 5 성격이론 (외향성, 우호성, 신경성, 개방성, 성실성)에 기반하여 직원들의 페르소나를 설정하고, 조직 내 리더십 변화, 인센티브 구조 변화, 다양성 프로그램에 대해 각기 다른 성향의 직원들이 어떻게 반응할지를 예측할 수 있다. 이를 통해 HR 부서는 보다 개인화된 정책을 수립할 수 있으며, 다양한 이해관계에 최적화된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다

셋째, 교육과 스킬 개발에 대한 부분인데, AI에이전트는 직원들이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스킬을 습득하고 장기적으로 어떻게 성장할지를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학습 속도, 동기 부여, 팀 내 지식 전달의 변화를 모델링하여, 어떤 교육 프로그램이 직원 페르소나별로 가장 효과적인지, 조직 차원의 학습 결과를 최적화하는 방법도 예측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전통적인 이직 모델을 강화하여, 직원들이 단순히 합리적인 비용-편익 분석을 넘어서, 감정적, 사회적 요인까지 반영한 결정을 시뮬레이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동료 관계, 번아웃, 직무 만족도 등의 요인을 결합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어떤 직원들이 더 이직 위험이 높은지, 어떤 상황에서 유지 전략이 가장 효과적인지 예측할 수 있다.


AI 에이전트를 활용한 HR 시뮬레이션은 조직의 복잡성을 이해하고, 예측 불가능한 인간 행동을 모방하는데 유용한 도구로 거론되기 시작하고 있다. 그러나 현실적 한계를 마주할 때, 우리는 리얼리티 패러독스 (Reality Paradox)를 직면하게 된다. 아무리 정교한 시뮬레이션이라 할지라도, 인간의 행동을 완전히 예측하거나 대체할 수는 없다는 뜻이다. 디지털 트윈이 HR에 제공하는 통찰력은 강력하지만, 궁극적으로 시뮬레이션은 현실을 반영한 도구일 뿐, 실제 사람들의 감정, 관계, 복잡한 상호작용을 완전히 대체하지 못하는 현실과의 괴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패러독스는 연구자들이 AI를 통해 얻은 데이터와 인사이트를 어떻게 조정하고 적용할 것인가에 대한 중요한 질문을 남긴다. 하지만, 사람과 관련된 민감한 데이터로 윤리적 문제로 야기될 가능성이 있어서 깊게 다루지 못했던 프로젝트 혹은 자연실험이 어려운 HR 주제에 대해 접근할 수 있는 새로운 AI 에이전트 시뮬레이션 방식은 HR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갈 주제가 될 수 있을 것이라 기대한다. 


출처

1. Park, Joon Sung, et al. "Generative agents: Interactive simulacra of human behavior." Proceedings of the 36th annual acm symposium on user interface software and technology. 2023.

2. Qian, Chen, et al. "Chatdev: Communicative agents for software development." Proceedings of the 62nd Annual Meeting of the Association for Computational Linguistics (Volume 1: Long Papers).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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