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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Oct 29. 2020

좋은 인터뷰어가 되려면?

기자는 글을 쓰는 것만큼이나 인터뷰에도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일반적인 취재 현장에서 다수의 기자들과 섞여 진행하는 공동 인터뷰도 있지만, 전문적인 인터뷰 기사 한 편을 내기 위해 1:1로 시간과 장소를 정해 만나는 경우도 있다. 


전문 영역이 있거나 대중에 많이 알려진 유명 인사를 만나 그의 생애를 조명하기도 하고, 그 시대에 벌어지고 있는 특정 사건에 대해 인터뷰이의 전문적 의견을 담아 공유하기도 한다. 


그동안 많은 유형의 기사들을 작성해봤는데, 특히 인터뷰(기사)는 개인적으로 특성화된 작업이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약간의 자부심을 가진 영역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대략 200여 명이 넘는 인사들을 인터뷰하고 기사로 발행해왔던 것 같은데, 사실 정확히 몇 명을 만나 온 건지는 모르겠다. 그 숫자까지를 세어봤던 것 같고 언젠가부터는 세어보질 못했다.



인터뷰가 진행되는 장소는 다양하다. 커피숍에서 만나기도 하고, 인터뷰이의 회사로 찾아가거나 종종 그의 자택에서 이뤄지기도 한다. 대부분은 내가 직접 찾아가는 편이지, 그들이 나의 작업 공간으로 오는 경우는 드물다. 인터뷰 대상도 연예인, 정치인, 기업가, 학자 등으로 다양했다. 북한 이슈를 자주 다루다 보니 탈북자들과의 만남도 잦았다. 


주변에서는 말하는 사람(인터뷰이)이 힘들 것이라 으레 생각하는데, 사실 듣는 사람(인터뷰어)의 피로감에 대해선 잘 알지 못한다. 나는 매번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내 몸의 모든 에너지가 고갈되는 것을 느낀다. 좋은(?) 혹은 오래가는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서는 어떤 자질이 필요할까. 


경험을 바탕으로 보면, 

포커페이스(외적), 감정 조절(내적), 시간 약속, 그리고 체력을 꼽을 수 있을 것 같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와 녹음했던 내용을 다시 듣다 보면 '아... 이 분이 이런 말을 했었구나.' 하고 놀랄 때가 종종 있다. 질문을 던져놓고 상대방이 대답을 하는 사이 인터뷰어는 다음 질문을 머릿속에 떠올려 놔야 한다. 예상 질문지를 적어갔더라도, 대답이 다른 길로 새거나 예상대로 순조롭게 이뤄지지 않는다면 그 자리에서 자연스럽게 넘길 다른 질문들을 만들어내야 한다. 개인적으로 어색한 분위기나 흐름을 끊는 질문이 던져지는 것을 참지 못한다. 그래서 겉으론 웃고 있어도 속으론 매우 복잡한 생각의 실타래가 굴러다닌다. '계속 말씀하세요. 저 잘 듣고 있습니다.'라는 표정과 아이컨택을 유지하는 것은 상대방을 편안하게 해 주는 인터뷰어의 자질 중 하나이다.


겉으로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것만큼이나, 내면의 감정 조절에도 기술이 필요하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보면 눈물 없이는 듣지 못할 처절한 사연도 마주하게 된다. 내가 만난 수백의 사람들 중 적어도 백 명 이상은 탈북자들이기에, 이들의 구구절절한 사연 앞에서는 감정이 흔들리기 마련이다. 평소 냉정함을 잘 유지하는 편이나, 딱 한 번 눈물을 터뜨렸던 적이 있다. 언제나 '나는 일을 하고 있다'를 되내이며 감정을 잘 다스리는 편이라 생각하는데, '나도 인간이구나'를 깨닫게 되는 순간도 있다. 물론, 가급적이면 냉철할 필요가 있지만 때론 내가 함께 눈물을 흘림으로써 상대방이 위로를 받고 더 속을 내 보이는 면도 있기는 하다.


시간 약속은 인터뷰어로서 당연히 갖춰야 할 자질이지만, 약속된 시간에 늦지 않는 것만을 말하는 것은 아니다. 정해진 시간 내에 인터뷰를 마칠 수 있도록 스스로 질문 당 시간 배분을 잘하여 맺고 끊음을 할 줄 알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은 1시간이었는데, 대답이 길어져 1시간 반, 2시간 등으로 대화가 길어지면 훗날 기사로 정리할 때 애먹기 십상이다. 내용은 넘치는데 글의 분량은 한정돼있으니... 


반대로 1시간을 예상하고 만났는데 인터뷰이가 갑자기 "급한 일정이 생겨서 30분 정도만 시간이 될 것 같습니다."라고 나온다면 당황하지 말고 머릿속으로 중요한 질문을 다시 뽑아 배열을 가다듬는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매우' 중요한 자질의 하나로 체력을 강조하고 싶다. 정신적 체력이라고 말해야 더 정확할까. 분명 듣기만 했는데 인터뷰를 마치고 나오면 머리가 서서히 무거워지고 피로감이 몰려오는 기분을 느끼게 된다. 그런데 난 정말 듣기만 했을까? 


질문을 던지고, 

잘 듣고 있다는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면서 다음 질문을 떠올리고, 

2번 질문지를 대기시켜놨는데 대답이 4번 질문지와 관련이 깊어 질문 순서를 바꿔놓고, 

벌써 30분이 흘렀는데 예상 질문 10개 중에 2개밖에 못 던진 상황이라 언제쯤 말을 끊어야 하나 전전긍긍하고...


그렇게 머릿속은 무척이나 분주한 생각들로 뒤엉켜 바삐 움직인다. 인터뷰가 끝난 후 돌아오는 길에, 생각의 움직임이 멈춰버리는 순간 긴장도 동시에 풀리면서 무거운 피로감이 스멀스멀 몰려오게 된다. 여기에 '글로는 언제 정리하지?'라는 생각이 더해지면 스트레스가 된다.


좋은 인터뷰어가 되기 위해선 앞선 세 가지만으로 충분할 것 같은데, 오래가는 인터뷰어가 되려면 아무래도 정신적 체력이 무엇보다 중요하게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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