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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AY Oct 31. 2020

카페로 향하는 작가들

영국 에든버러 올드 타운에 있는 어느 작은 카페에서 종일 구부리고 앉아 글을 쓰던 한 여성이 있었다. 그녀의 이름은 조앤 롤링으로, 그녀가 쓴 책의 제목은 세계적 베스트셀러가 된 '해리포터'이다. 


유명세를 탄 것은 작가와 책뿐만이 아니었다. 그녀의 집필 장소가 되었던 카페 'The Elephant House'도 종일 관광객을 맞느라 분주해졌다. 길가의 상점들 사이에 위치한 작은(카페 이름과는 사뭇 다르게) 규모의 가게라서 자칫 못찾고 지나칠까 봐 그랬는지, 외벽 유리에는 'Birthplace of Harry Potter'(해리포터의 탄생지)란 문구도 친절하게 붙어있다.   


The Elephant House, Edinburgh (출처=구글 맵 캡처)


롤링의 인터뷰 기사들을 보면, 그가 카페를 찾은 이유에 대해 "글을 쓸만한 마땅한 장소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힌다. '공간'이라는 기능적 요소에 대한 대답이기에 다소 내가 기대했던 대답은 아니지만, 다음 이유로는 분명 글이 잘 써지는 '분위기'도 있었으리라 유추해본다. 혹은, 결과물(해리포터)이 증명을 하듯 어떤 '마법'이 그곳에 존재했는지도...


나는 멀쩡한 회사나 집을 놔두고 일부러 카페를 찾을 때가 많다. 왠지 그곳에서는 이상하게 글이 잘 써진다. 분명 집보다, 또 회사의 내 개인 룸에 있을 때보다 소음이 더 크고 지출도 커지기 마련인데, 정말로 카페에는 어떤 마법이 있는 게 틀림없다.


나만 그러할까 봤더니 꽤나 많은 작가들이 비슷한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지난번 책은 주로 00 카페에서 완성되었다'라거나 '글이 잘 안 써질 땐 집 앞 커피숍으로 향한다'라면서... 돌이켜보면, 나의 첫 번째 책의 내용도 대부분 집에서 십여분 거리에 떨어져 있던 단골 카페에서 쓰여졌고, 지금도 마감을 앞두고는 자주 노트북을 챙겨 카페로 향한다. 마법에 이끌리듯...



카페의 분위기는 확실히 키보드 위의 손가락을 춤추게 만든다. 거슬리지 않을 정도의 소음(흔히 백색소음이라 말하는), 약간의 긴장감을 일으키는 타인의 시선들, 그리고 나를 중독의 세계로 이끄는 검은 카페인(커피)과 그 향기 등이다. 최근 '카공족'에 대한 부정적 시선을 나 또한 의식해서인지-아니 사실은 원래 많이 마시는 편이라-두어 번씩 주문을 해가며 오랜 시간을 붙박이처럼 앉아있다 가곤 한다.


올해 초 코로나 바이러스가 번지기 시작하며 좀체 카페를 가지 못했다. 써야 할 글이 밀리면 사무실에 오래 머무르거나 툭툭 던져진 책들이 쌓여있는 내 방의 책상 앞에 앉아 꾸역꾸역 작업을 이어간다. 카페에서는 능동적이던 내가, 집이나 사무실에서는 다소 수동적이 된다. 글도 하나의 창조의 영역이라 '편안함'과 '즐거움'이 바탕이 되어야 하는데, 왠지 집에서는 숙제를 하는 기분이고, 회사에서는 일이 되어버려서 그러한 듯하다.


핑계에 불과하지만, 어쨌든 요즘은 글이 잘 안 써진다. 장소에 구애 없이 '영감을 샘솟게' 하는 마법의 주문이 절실한 순간이다.


"아구아멘티(Aguamenti)!"



※ 아구아멘티(Aguamenti): 해리포터(Harry Potter and the Half-Blood Prince)에서 물을 샘솟게 하는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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