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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선한 자유인 Mar 18. 2024

감정 쓰레기통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이 친구는 인생에 있어서 큰 결정을 앞둔 상황인데 그로 인해서 걱정이 많습니다. 그런데 사실 제가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걱정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이 친구의 상황을 지난 5~6개월 동안 계속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이제는 조금 지치는 것 같습니다.


내가 좋아하고 아끼는 사람이라 이야기를 들어주고 격려를 해주고 싶지만 그게 몇 개월이 지속되니 이제는 조금 지치고 짜증이 나더군요. 더군다나 나 스스로도 너무 힘든 상황에 있어서 하루하루 견뎌내고 있는데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듣는다는 게 너무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얘기하다가 짜증 아닌 짜증을 벌컥 내버렸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는 게 맞는 걸까요?


사실 지금 제 마음 상태를 봤을 땐 다른 사람의 고민과 힘듦을 들어줄 상황이 안됩니다. 나 하나 돌보지 못하고 몸도 망가질 대로 망가지고 제 건강 하나 건사하지 못하고 있거든요. 이런 상황에서 주변 사람까지 챙긴다는 건 애초에 무리였을지 모릅니다. 그래도 친구와 이야기하는 게 좋아서 고민을 서로 나누는 게 좋아서 대화를 하다 보면 그 끝에는 정신적으로 더 지쳐있는 저를 발견합니다.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에 제 스스로를 몰아붙이는 걸까요? 그런데 생각해 보면 이런 경우가 처음이 아닙니다. 저한테 본인의 감정과 힘듦을 고스란히 전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던 것 같아요.


가족들부터 시작해서 주변 친구들까지 저한테 너무 많은 것들을 공유하고 감정적 지지를 기대하는 것 같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성숙하고 어른스럽다는 이야기를 들어왔는데 그동안은 제가 그런 사람이라 주변 사람들이 의지를 한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그 반대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저에게 의지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 보니 자연스럽게 나이에 맞지 않는 성숙하고 의젓한 어린이로 살아온 게 아닐까요?


좋은 가족, 좋은 친구, 좋은 사람이 되어야지만 사랑받을 수 있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있었던 건 아닌가 생각이 듭니다. 그래서 일도 힘이 드는 걸까요.. 좋은 직원이 되어야겠다는 강박에 사로잡혀서 스스로를 더 괴롭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지금은 저를 먼저 챙겨야 할 때인 것 같아요. 저에게 의지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어떻게 제 상황을 얘기하고 의지하지 말라고 얘기해야 하는지 모르겠어요. 참고 참고 참다가 폭발해 버리는 걸 바꾸고 싶은데 좋은 사람이 되고 싶다는 마음에 참다가 결국에는 화를 내거나 관계를 끊어버리는 극단적인 선택을 내리는 것 같아요. 이 부분은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지 앞으로 계속 고민해봐야 할 것 같습니다. 


오늘도 고민이 많은 하루였어요. 내일은 조금 더 평온한 하루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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