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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Dec 20. 2022

농부로 살아보니

시골살이 준비하며 첫 농사 경험

바로 윗집에서 내려다본 우리 농막과 금당산
씨앗과 모종 심기로 분주한 봄

내가 어떤 모습으로 살아가든 시간은 어김없이 흐른다. 봄에 농막 하나 설치하고 농사를 짓기 시작했다. 농사의 농자도 모르는 도시녀는 그곳에 땅이 있으니 뭐든 심어봐야 했다. 4윌에 감자 심기를 시작으로 고추 옥수수 토마토 호박 파 콩 해바라기 등 씨앗이며 장날 시장에 나오는 모종들은 몽땅 다 사다가 심은 것 같다.

'

틀밭도 몇개 만들었다
잡초로 뒤덮여버린 작물들
앞으로 보이는 금당산 운무의 춤사위가 그림같은 풍경
일상이 되어버린 3도 4농

주말이면 일산 집으로 돌아오고 평일 3~4일은 평창에서 보냈다. 봄부터 가을 수확 전까지 거의 매주 그렇게 도시와 시골을 오갔다. 초보 농부는 용감했다. 때가 되면 비료와 농약을 공식처럼 사용하는 관행농을 거부했다. 그 대가는 온몸으로 혹독하게 치렀다. 온 등에 땀띠가 날 정도로 눈만 뜨면 밭에서 하루 일과를 시작하고 마쳤다. 육체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고단한 노동을 경험했다.

장마철이 되자 잡초가 사람 허리만큼 자라 숲이 되었다
잡초를 뿌리째 뽑지 않고 잘라서 자연 멀칭으로 사용했다
초보 농부의 수확은 풍성했다

고맙게도 자연은 그렇게 땀 흘린 초보 농부의 구슬땀을 외면하지 않았다. 이것저것 계절별 수확물로 안겨줬다. 고라니 천국도 되어주고 지인들과 나눔 할 수 있을 정도의 수확량이었다. 생전 처음 지어본 고추 농사는 비료나 농약 사용 없이 여름과 가을 내내 건강한 풋고추를 실컷 따먹고 나누었다. 그러고도 한해 우리 가정에서 소비할 양만큼 고춧가루가 생겼으니 뿌듯함과 자연에 감사한 마음이 들었다.

가장 푸짐하게 건진 대표 수확물들
사계절 내내 땅에 정성을 들여야 하는 농사

어느 사이 마을 앞 금당산이 가을빛으로 물들고 있었다. 봄에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려 여름 가을에 수확하면 한 해 농사가 끝나는 줄 알았다. 웬걸 8월에도 9월에도 또 심고 키워야 할 작물들이 남아 있었다. 배추와 무 쪽파를 심어 가을에 수확해 김장 준비를 한다. 그것으로 끝인가 했더니 땅속에 심어 두고 봄이 되면 싹을 틔울 작물도 준비한다. 그러고 보니 농사는 사계절 내내 땅에 정성을 들이고 부지런히 준비해야 하는 일이다.

10월에 벌써 서리가 내렸다
우리 가족 식탁에 올라올 먹거리 정도라도 자급자족할 수 있기를

자연농으로 우리 가족 먹거리 정도만이라도 식탁에 올려 자급자족할 수 있다면 그것으로 성공적 이리라. 시골살이를 결심하게 된 건 도시를 벗어나 남은 평생 자연에서 노동하며 건강하고 소박하게 살아보겠다는 거였다. 적당한 노동과 쉼 걷기 여행 느림의 시간을 즐기고 싶은 꿈으로 과정의 힘든 시기를 견디고 있다.

지금은 도시 생활과 여행으로 휴식 중

추운 겨울 초보 농부가 집도 없는 그곳에서 할 일은 아무것도 없다. 따뜻한 제주 여행도 하고 편리하고 익숙한 도시에서 마침 필요할 때 휴식기를 보내고 있다. 이제는 도시가 휴식처가 되었다. 이 소중한 시간도 곧 지날 테고 또 봄은 새로운 시작을 재촉할 테다.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고 뛰어들었던 올해처럼 내년에도 그런 열정을 아부어 농사지을 자신은 없다.

추운 지방이라 10월 이면 서리가 내리고 추운 겨울이 시작된다
겨울 제주여행 중 숙소에서 바라본 눈덮인 한라산 정상
내년은 농사보다 집 짓기에 집중해야 할 듯

집을 짓기로 계약을 했고 그 사이 한 차례 계약을 미룬 상태다. 내년에는 토목 공사도 해야 하고 농사보다는 집 짓는 준비로 더 분주한 시간을 보내야 할 것 같다. 물론 집을 내가 직접 짓는 것도 아니거늘 돈만 준다고 그냥 편안하게 집이 지어지는 게 아니기에 그렇다. 현실은 좌충우돌 모든 예상이 빗나가며 고스란히 스트레스로 이어진다. 일을 벌여 놨으니 어쩌겠는가. 부딪히고 깨지고 시간이 지나면 어느 날 나의 일상이 그곳에서 자리 잡고 있겠거니 위로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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