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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의 영혼 Mar 24. 2023

나의 봄날은 가고 농부의 봄이 오는 길목

냉이 캐며 밭에서 만나는 봄

여행, 독서, 전시회 관람, 마을강좌 듣기, 종종 브런치 글쓰기 등 내가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들을 즐기며 보냈던 겨울.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은 날은 그냥 뒹굴뒹굴 게으름도 피우고 영화 감상도 하며 호사스러운 일상을 보냈다. 그 시간들이 내겐 진정한 봄날 같았다. 오래도록 붙잡고 싶었던 날들은 순간으로 흘러버렸다.

그동안 잘 쉬었다. 내 의지는 아랑곳하지 않고 계절은 이제 기지개 켜고 활발발 일상으로 돌아가라고 명했다.


집 짓기가 예정대로 진행되지 않았으니 올해도 '5촌 2도'의 삶이 이어지겠다. 몇 달 만에 도시를 벗어나 이른 새벽 산골로 향했다. 신골의 아침 기온은 여전히 영하로 떨어져 겨울 나라로 순간 이동한 기분이다.  온기도 없이 매서운 겨울을 보낸 농막은 홀로 추위를 견디느라 힘들었다는 흔적을 여기저기 남겼다.


아침에 서리로 뒤덮였던 밭이 이 되자 햇살 받고 부드럽게 숨을 쉰다. 겨울 내내 땅속에서  인고의 시간을 거친  냉이며 쑥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반가움에 냉이부터 캐기 시작했다. 순식간에 한 바구니 담긴 냉이의 진한 향기가 겨울잠을 깨운다. 자연에서 행복을 느끼고 치유가 됨은 무시로 느끼는 바로 이런 순간들일 것이다.

농약을 사용하지 않은 밭에서 캔 향긋한 냉이

도시에서 모아 간 커피 가루와 흙을 버무려 밭을 고르고 틀밭을 만들었다. 아직 작물을 심기에는 이른 시기이다. 상추 겨자 케일 등 추위에도 견딜 수 있는 채소 몇 가지로 모종을 심고 씨앗을 뿌렸다. 며칠 머물며 장이 서는 날 장에도 다녀오고 산림조합에서 운영하는 나무 시장도 다녀왔다. 나무시장은 각종 묘목들과 과실수 등으로 활기찬 봄을 맞이하고 있었다. 올해도 땅에 저축을 하듯 블루베리 대추나무 자두나무 등 과실 수 몇 그루를 사 와 심었다. 작년과 올해의 토질을 비교해 보기 위해 토양 시료 채취해 농업기술센터에 보내는 것도 잊지 않았다. 모처럼 밭에서의 노동으로 온몸이 뻐근하고 근육통이 생겼지만 마음은 생기가 돌고 뿌듯하다.

틀밭을 만들고 건초를 덮어 상추 모종을 심었다

집으로 돌아와 식탁에 오른 냉이 된장국에는 봄이 한가득 담겼다. 마음은 다시 시골 밭으로 가 있다. 시골살이를 위한 내 마음의 근육이 조금씩 단단해지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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